[칼럼]모바일드, 우리가 알던 인터넷의 종말

일반입력 :2010/12/27 18:13

황병선
황병선

구글드(Googled)라는 책의 부제는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다. '구글드'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구글되다’,’ 구글 당하다’ 혹은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표현이 통용될 만큼 구글의 영향력은 크다. 구글 파워는 검색엔진에 대한 시장 점유율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모델인 광고에서 나온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세계 검색 시장에서 66%를 차지했고 매출도 연간 25조원을 넘어섰다.

중요한건 구글 사업모델이 모두 PC기반 인터넷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또는 이를 파트너들에게 유도하고 광고로 돈을 번다는 점이다.

기업용이 아닌 구글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검색은 물론이고 블로그, 크롬 브라우저, 지메일, 피카사, 유튜브, 문서도구 서비스가 모두 무료다.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크롬OS까지 오픈 소스로 배포를 하고 있다. 둘다 역시 무료다. 이쯤되면 구글은 어찌 보면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는 회사란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고객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를 거부감없이 사용한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도 대부분 구글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처음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일정 규모 고객 기반이 확보되면 광고를 붙이는 사업 전략이 확산된 것이다.  구글 '애드센스' 광고 플랫폼은 신생 벤처기업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 주었다.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이 확산되는 만큼, 다른 길을 가려는 회사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인터넷에 검색되려면 콘텐츠가 공개돼 있어야 하는데, 구글에 검색되는 콘텐츠는 그 어떤 것도 무료라야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글 검색에 걸리는 콘텐츠는 신문사 뉴스, 연예인 사진, 블로그 내용, TV 동영상, 영화, 학술 자료, 책, 지도 기반 지역 업소 정보, 게임 파일 등 '디지털화'된다면 그 어떤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필요하고 그 콘텐츠에 대한 소유자가 있다는 것이다. 유료 콘텐츠 소유자인 방송사나 영화사, 음반사, 신문사는 구글식 사업 모델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콘텐츠 소유자 뿐만 아니라 통신사나 케이블 방송사 같은 콘텐츠 제공 플랫폼 회사도 결국 구글과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통신사와 포털이 애증관계인 것과 마찬가지다.

구글의 광고주는 대부분 지역 기반이나 소규모 업체들이다. 구글 광고 사업은 롱테일 이론에서 거의 몇 안되는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시장이 기존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블루오션이 아니라 오프라인 신문이 갖고 있던 지역광고 시장을 대체했다는 점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구글이 자기들의 시장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패자의 주장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렇듯 지난 2000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이란 미디어는 고객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과 방법을 바꾸고 있고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한 회사는 점차적으로 매출이 줄수 밖에 없다. 첫번째 '가엾은 희생자'는 신문사고, 다음 희생자가 음반업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이 그런 변화를 빨리 읽어 회사를 발전시킨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에서도 이제 사람들은 신문을 유료로 배달시키지 않고 손쉽게 자기 컴퓨터에서 무료로 읽는다.

하지만 또 한번 세상은 변하고 있다.

“구글드(Googled)”가 PC 기반에서 인터넷이란 미디어가 변화시킨 세상이었다면 필자는 “모바일드(Mobiled)”라는 단어를 제시해본다. 혹시 모바일 기반에서는 PC 기반 인터넷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사업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다.

우리는 “모바일드”라고 부를 만한 변화를 접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앱경제, 앱스토어, 소셜 등이 '모바일드'를 주도하는 키워드들이다.

PC에서는 더 이상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는 남아 있지 않다. 고객이 PC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이제 MS 오피스, 웹 브라우저, 메신저 그리고 온라인 게임 정도이다. 다른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는 모두 웹브라우저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포털과 검색이 중요하다.

모바일 업계에서는 A라는 회사가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고객은 스마트폰에 품질이 보증되고 바이러스 걱정도 없는 앱을 앱스토어에서 편하게 검색해 설치하기 시작했다. PC에서 고객은 웹브라우저에서 콘텐츠나 서비스를 쉽게 결제할 방법이 없었지만 모바일에서는 앱스토어를 통해 가능하다. 더 이상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찾을 필요도 없고 카드 번호가 유출되는 것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과연 모바일 기기에서도 웹 브라우저를 통한 검색이 중요하고 PC에서처럼 네이버, 다음이 인터넷 트래픽을 독차지할까? 모바일에서도 대부분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소비될까? 왜 모든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앱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왜 PC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는 것 보다 스마트폰 앱으로 하는 것이 간편할까? 왜 사람들은 검색도 되지 않는 페이스북 안에서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

똑똑한 개발자들이, 콘텐츠 소유자들이,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들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 같다. 여러분들은 이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가 여러분의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필자는 지디넷코리아 독자분들과 '구글드'를 테마로 대화하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