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이 되었다. 올해의 IT 업계를 돌아보면, 1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 변화의 중심은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히트상품에도 스마트폰이 올라 있었다. 지난 해 애플 아이폰을 필두로 불어 닥친 스마트폰 바람으로 1년여 만에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500만을 넘어섰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도 올 한 해동안 애플의 아이폰4와 삼성 갤럭시S를 비롯하여 다양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경쟁은 본격화되었다.
스마트폰 붐을 촉발시켰던 애플의 독주에 대한 시장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애플의 독점력과 배타적 행위에 대해 여러 국가 규제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애플의 점유율은 2009년 11월을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대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증가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혼전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경 없는 무선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도입이 늦어져 무선인터넷 생태계 구축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은 음성통화를 중심으로 국내 사업에 집중 했고,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이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사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자신의 사업 영역 내에서의 경쟁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둘러싼 생태계를 이해하고 생태계를 자신을 중심으로 구축․육성하는 사업자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생태계 각 계층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애플리케이션 계층의 경우, 2010년부터 스마트용 애플리케이션이 非스마트용을 추월하였고 향후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바일 SNS 시장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개방성을 표방하는 서비스가 강세인데 트위터는 1만 여개의 응용프로그램이 탄생하는 등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이다.
단말․OS 계층 역시 2009년 1억 7천만대의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어 휴대전화 시장의 약 14%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주지하다시피,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의 성적이 부진한데, 2009년 4분기 기준, 국내 제조사의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0.3% 수준으로 높았으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4.2%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출시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여,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함께 영향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8.9%로 지난해 대비 3배가량 급성장 하여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네트워크․전송계층을 보면 국내외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트래픽 폭주에 따라 데이터량과 매출액간 심한 불균형 구조의 문제를 겪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의 경우 KT는 아이폰4 도입을 통해 데이터 시장을 추가 확대하고 자사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여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SKT 역시 단기적으로 가입자 기반 유지에 주력하면서 경쟁 스마트폰의 라인업 확대를 통해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단말-서비스-플랫폼-콘텐츠의 영역을 모두 제공하고 N 스크린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무선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애플은 단말기 경쟁력, 기기간 호환성, 아이튠즈 중심의 콘텐츠 거래환경에 선발자 이익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구글은 이통사에 콘텐츠 수익배분, 무료OS(안드로이드)를 통한 이용자 확대, 모바일 검색광고시장 선점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생태계 계층을 확대해 나가지 못하고 요금인하 요구 등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서 데이터와 매출 간 불균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개방형 OS에서 이용 가능하고 ‘슈퍼앱스토어(WAC)’에서 논의되고 있는 표준을 적용한 국내 ‘통합 앱스토어’ 구축에 대해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가 합의하는 등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어 희망이 보인다 하겠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4월 제시한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이 우리의 무선인터넷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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