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이 거인들의 격투장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IBM, HP, 델 등 대형 IT기업이 몸집을 불리면서 EMC, 넷앱 등 전문회사 사이에 물고 물리는 격전이 예상된다.
유통되는 디지털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대용량 데이터 관리는 기업들에게 있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가 더해지면서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의 압축, 티어링 등으로 기능적 요구도 복잡해졌다.
이같은 시장변화에서 기업들은 IT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스토리지 관련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서버보다도 스토리지에 더 투자하는 경우도 나타날 정도다. IBM, HP, 오라클, 델 등 IT거물이 데이터센터 사업 중에서 스토리지를 탐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너도나도 스토리지, IT거인의 투자 러시
올해 각 기업들의 스토리지 투자는 주로 인수합병(M&A)의 형태였다. 스토리지 관련 M&A에 투입된 돈만 57억달러에 달한다.
가장 최근의 소식은 13일 발표된 델의 컴펠런트 인수다. 컴펠런트는 씬프로비저닝 등의 데이터관리SW와 가상화 기술을 보유한 SAN스토리지업체다. 델은 여기에 9억6천만달러를 투입했다. 델은 컴펠런트 인수를 공식발표하면서 또다른 스토리지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계획도 밝혀 M&A가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8월에는 HP가 나섰다. HP는 3PAR에 24억달러를 제시해 인수권을 따냈다. 3PAR는 유틸리티 스토리지로 클라우드 및 가상화에 강점을 보이며, 데이터관리SW 독자기술을 보유했다. HP는 이달초 법인통합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시장공세에 나섰다.
지난 7월 IBM은 데이터압축SW업체 스토와이즈를 인수했다.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직후인 지난달에는 관련 SW를 탑재한 신제품 스토와이즈 V7000을 발표했다. 2008년 인수한 XIV 스토리지와 함께 데이터관리 기능을 강화해 1위 공략에 나섰다.
외장형 스토리지 전문업체들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활발한 M&A로 맞불을 놨다.
가장 대표적으로 EMC는 최근 확장형 NAS 스토리지업체 아이실론시스템즈를 22억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또한 데이터분석솔루션업체 그린플럼을 인수하고, 아트모스 플랫폼과 그린플럼SW를 통합한 장비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업영역을 SW와 서비스로 넓혀간 것이다.
■스토리지 전문업체, 합종연횡으로 활로찾기
스토리지 전문업체들은 M&A와 별도로 여러 회사들과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으로 대형 IT기업의 토털솔루션에 대응했다.
EMC는 지난해 시스코시스템즈와 공동투자한 VCE를 출범시켰다. 가상화분야의 VM웨어를 끌어들여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 환경에 맞춘 라인업을 발전시켜왔다.
넷앱도 EMC처럼 시스코, VM웨어와 협력을 강화했다. 별도 법인은 아니지만 EMC만큼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최근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통합장비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히다치데이터시스템즈(HDS)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지난 4월 두 회사는 데이터센터 자동화 시장에 맞춘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발표해 공동 판매에 나섰다. 두 회사의 솔루션을 결합한 히다치 통합 컴퓨팅플랫폼(UCP)을 발표해 데이터센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사라지는 전문업체, 다음 먹잇감은?
델은 컴펠런트 인수를 공식발표하면서 향후 스토리지업체를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 HP, IBM 등도 스토리지업체를 찾아 헤맨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들 델과 HP, IBM 등 이 다음 인수대상으로 고려할 만한 업체로 컴볼트시스템즈, 더블테이크 소프트웨어, 베리타스 소프트웨어 등을 꼽았다.
이처럼 스토리지사업을 향한 대기업의 열망이 타오를수록 스토리지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EMC가 아이실론 인수를 발표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금액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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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소형 스토리지 업체는 시장에서 얼마 남지않았다. 상위 5위권 회사 중 EMC와 함께 유일한 스토리지 전문회사인 넷앱마저도 먹잇감으로 언급된다. 마음만 먹으면 덩치 큰 EMC도 M&A 대상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마저도 나온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시장환경이 빠르게 변하는데, 발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M&A만큼 빠르고 안전한 것이 없다”면서 “향후 스토리지 시장은 1강 3중 1약 정도로 재편됐다가, 3강 2약으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