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안 사면 후회? 글쎄요”

제품 쏟아져도 콘텐츠 부족, 망 투자 눈치만

일반입력 :2010/12/01 15:43    수정: 2010/12/02 09:11

김태정 기자

직장인 김준모㉝씨는 최근 스마트TV를 구입한 것이 잘 한 일인지 아리송하다. 스마트TV가 대세라는 말에 솔깃해 일을 저질렀지만 막상 써보니 어딘가 허전하다.

‘스마트폰’처럼 인터넷 서핑과 함께 방대한 방송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안방에서 즐기는 본인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분명, TV 제품 자체는 화려하지만 쓸 만한 콘텐츠가 적어 불만이다.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스마트TV를 꼭 사야한다고 강조해요. 곧, 남들 대부분이 스마트TV를 볼 텐데 혼자 몇 년 동안 일반TV를 고입할 것이냐는 논리죠. 결국 다른 제품 보다 20만원 가량 비싼 스마트TV를 사고 말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몇 십개 수준…갈 길 멀어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TV 강자들이 스마트TV를 새 먹거리로 지목했다. 스마트폰 이상의 대박 시장이라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스마트TV는 TV에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기능들을 탑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애플이케이션(이하 앱)을 다운 받아 게임, 지도검색, 소셜네트워크, 영상통화, 블로깅 등을 쓰는 것이 핵심이다.문제는 이 앱의 규모가 고객 요구 대비 적다는 것이다. 스마트TV 최강을 자처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보유한 앱이 총 240여개이며, 이 중 국내 버전은 90여개 수준이다. 급속도로 발전 중인 하드웨어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앱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정도의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다.

스마트TV 시장 진출을 앞둔 LG전자나 삼성전자 타도를 외치는 소니 역시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이다. 스마트TV가 화려한 제품 사양만 보고 급하게 구매할 물건이 아닌 이유다.

■네트워크 망 투자 어쩌나?

향후 전망도 꼭 밝지만은 않다. 발목을 잡는 문제가 산적한데 뾰족한 해결책은 업계와 정부 모두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 대표적 문제 이슈다. 가정에서 스마트TV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데이터 트래픽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신망이 부하될 것인데, 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다.

망을 직접 운영하는 통신사들은 스마트TV 제조사들이 투자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당신들(스마트TV 제조사) 때문에 비좁아진 우리 길(네트워크 망)을 늘리도록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KT 김효실 상무는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토론회서 “적절한 망 이용 대가를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며 “데이터 폭증의 요인이 될 스마트TV 진영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스마트TV 제조사들은 아직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학계서도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나 눈에 띄는 진척사항은 없다.

■스마트TV 개념이 뭐?…정부도 답답

스마트TV 개념을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규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스마트TV를 방송과 통신 둘 중 어느 분야로 분류해야 할지 답을 못 낸 것이다. 이는 스마트TV 지원정책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 IPTV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가 기존 방송업계를 위협할 세력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지원을 위해서는 법 개정도 필요하겠지만 단 기간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IPTV는 도입과 법제화에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사업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스마트TV가 이를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커졌다.

스마트TV 법제화를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망중립 문제, 기존 방송진영과 정부 간 협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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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마트TV 노선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으면서 개발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앱을 비롯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스마트TV는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며 “애플 아이폰이 보였듯 상생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