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한국서 온라인데이팅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해외서는 이미 디지털 음원, 온라인 게임 다음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㉕는 최근 한 순간에 스타 벤처인이 됐다. 창업한지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건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관심에 연일 즐거운 비명이다. 비결(?)은 지난달 ‘제11회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탄 대상이다. 박 대표를 소셜 데이팅의 ‘신데렐라’로 만든 아이템은 바로 온라인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이다.
음성적이라고 평가받는 온라인 데이트는 기대보다 우려 섞인 시선을 모으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회사 대표의 나이도 어리고 사회 경험도 적은 만큼 일견 우려가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온라인 데이팅 시장이 형성돼있으며 국내에서도 시장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일반적인 조건만남 사이트와는 다르다고 못 박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음은 기존 조건만남 사이트와 달리 여성들을 위한 데이팅 서비스다. ‘매일 낮 12시 30분, 여자들이 설레기 시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웠을 정도다. 여성과 남성 이용자의 비율을 1:1로 맞추기 위해 회원 가입도 승인제다. 하루에 한 번, 나와 매칭된 이용자의 프로필을 받아보게 되는데 나도, 그리고 상대도 ‘예스’해야만 서로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언론에서도 여러 인터뷰가 쏟아져 나왔다. 언론의 조명 덕에 평소에는 300~400명 정도였던 가입대기자가 많게는 하루 5천명씩 쏟아졌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챙길 인프라도 늘었다. 사이트 마비에 대한 우려로 서버를 증설했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시스템도 강화했다. 이제는 '구멍가게(?)'가 아니라는 뜻이다.
“저희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잖아요. 최근 이슈가 되면서 ‘누가 정말 나쁜 마음을 먹고 해킹을 하면 어떡하나’ 갑자기 그런 우려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안철수연구소에 급하게 연락해서 보안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하게 됐어요.”
■스토리가 있는 데이트, 이음
이음은 여타 조건만남 사이트와는 다르다. 하루에 한 명 매칭, 여성과 남성회원의 비율이 1:1이라는 시스템적 측면 외에도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남녀의 인연을 이어준다는 ‘이음신’을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이음을 특별하게 하는 것.
이음에서는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을 ‘이음신국 입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음의 직원들은 ‘이음신족’이며 가입 승인을 기다리는 것은 ‘이음신국 입국 대기’다. 이음의 블로그는 ‘이음신 캐비닛’이고 이음신국에 입국하면 말투도 ‘음’체를 써야한다. 메일이나 트위터 등 모든 말투의 끝에 ‘음’을 붙여 “오늘 하루 재미있게 보내음”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여성이용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이음신 캐릭터는 신이니만큼 ‘사람 같지 않으면서도 친근함’을 모티브로 했다. 이음신의 눈이 세 개인 이유는 보통 눈(?) 외에도 인연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데이팅 서비스에 스토리를 담은 이유로 ‘재미’를 들었다. 재미있어서 시작한만큼 이음신의 스토리의 확장은 끝이 없어 보인다.
“일단 저희들이 재미있잖아요. 이용자들도 처음에는 ‘쟤네 이상한 거 한다’는 반응이었지만 곧 다들 재미있어하세요. 지금은 오히려 이용자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허위가입 방지 이음신족에게 맡겨라
데이팅 서비스인데다 사기 가입 방지 등을 위한 신고 기능을 만들어 놓다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종종 나온다.
“하루는 어떤 여성 이용자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어요. 알고 봤더니 이 분이 프로필에 ‘100m 티파니(100m밖에서 보면 소녀시대 티파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라고 적어놓으셨던 거죠. 만나본 남자 이용자는 ‘내가 아는 티파니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며 신고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어요.”
반대로 너무 우월(?)해서 신고당한 케이스도 있다. 상대 여성이용자가 ‘이런 남자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 나올 리 없다, 허위 작성이 분명하다’며 신고한 것. 해당 남성이용자는 프로필상 뿐 아니라 실제로 소위 '엄친아'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음이 엄친아들에게만 승인이 후한 것은 아니다. 기준은 오로지 가입 시 작성하는 프로필을 성의 있게 작성하느냐 마느냐다. 실제로 승인을 거부당한 뒤 “나 의산데, 나 모 회계법인 회계산데…”라며 전문직을 내세워 항의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음에서는 절대로 명문대를 나왔거나 외모가 뛰어나다고 매력지수가 높아지는 게 아니에요. 키워드마다 매력 태그가 있으며 상대 이용자의 평가를 통해 매력지수가 높아지는 식이죠. 이음 내 매칭은 비슷한 매력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들이 연결돼요. 말 그대로 일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셈이죠.”
박 대표는 회원 수보다는 실사용 이용자 비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적 팽창보다는 이용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항상 이용하게끔 하는 질적 팽창을 중시해야한다는 논리다. 현재 이음의 실 사용자는 91%에 이른다. 보통 온라인 매칭 사이트들의 실 사용률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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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올해 말까지 회원수 5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내년 말까지는 2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성장세를 보면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모습이 당차다.
“일단 5년 안에 믿을 수 있는 데이팅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다양한 수익모델이 생기고 좀 더 고품질의 데이터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죠. 지금은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 소셜게임과의 결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중이에요. 5년 후에는 2~30대 싱글들의 놀이터가 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