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을 향한 LG에릭슨의 고군분투

일반입력 :2010/11/17 15:15

“한국 차세대 광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세계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액세스 장비도 세계 1위를 못하란 법이 없다.”

조창구 LG에릭슨 브로드밴드액세스실장(상무)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파장분할다중화 수동광네트워크(WDM-PON)의 세계진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차세대 광네트워크의 종주국으로 나설 준비를 하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10여년전 초고속인터넷 장비업계는 차세대 광네트워크인 WDM-PON 개발에 들어갔다. 한국이 WDM-PON 기술을 처음 상용화한 상태로 지금은 그 기술을 LG에릭슨이 보유했다.

WDM-PON은 한 가닥의 광섬유로 여러 파장의 광 신호를 전송하는 유선통신 기술로 모든 가입자에게 100메가급 인터넷을 제공한다. 또한 하나의 망에서 상하향 모두 1Gbps급 대역폭을 보장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창구 상무는 “광케이블 한 회선으로 32명의 가입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논리적으로는 대역폭을 나눠 갖지 않는다”라며 “투자비용 면에서 기존 시분할방식(TDM)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광섬유로 32개 회선을 지원하면서도 각자에게 최대속도를 보장하는 이유는 이른바 '칼라리스' 때문이다. 한 가닥으로 모든 파장을 한번에 전송하지만 칼라를 달리해 개별 가입자를 구분할 수 있다. 덕분에 TDM방식과 달리 보안성에서도 한발 앞선다.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LG에릭슨은 지난해 2월 네덜란드 통신사 ‘유넷’에 WDM-PON 장비를 공급하며 수출길을 열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미국현지에 LG에릭슨USA를 설립하고 미국진출을 선언했다.

조 상무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WDM-PON은 차세대 유선네트워크로서 빠르게 보급되는 기술”이라며 “내년이면 미국에서 10만회선 정도가 보급되는 등 시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에릭슨과의 만남도 해외진출에 청신호로 작용했다. LG노텔 시절부터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조 상무는 “노텔보다 더 방대한 글로벌 채널을 가진 에릭슨 덕에 유통채널이 몇 배 늘어나게 됐다”라며 “PON 분야에 에릭슨도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데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하다 WDM-PON기술의 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은 점과, 한국시장에서 WDM-PON 도입을 주저하는 점이 장애물이다.

WDM-PON 기술은 세계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된 만큼 여러 기술이 혼재한다. 여전히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으로 각국 통신사들이 도입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에릭슨이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두사업자로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핸디캡도 가졌다.

조 상무는 “상용화를 LG에릭슨만 한 상태기 때문에 부품가격이 비싸고, 표준화를 위한 비용과 노력도 많이 든다”라며 “표준화가 안된 상태에서 고객들은 첫번째 사례가 되는 것을 꺼리는데 한국에서의 성과가 아쉬운 또 다른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시장의 실적은 글로벌 영업에 엄청난 후광효과를 만들어 낸다”라고 전제한 후 “국내 통신사들이 가격 등 경제적인 이유로 유선인터넷에 MDM-PON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현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WDM-PON 보급에 정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5대 전략 중 하나로 기가급인터넷을 내세웠지만 와이브로를 지원하던 것에는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조 상무는 “유선인터넷망은 일종의 기간산업으로 타산업의 토대가 된다”라며 “도로나 에너지 사업처럼 공공사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WDM-PON은 국산화율이 85%에 이르고 글로벌 특허권의 절반이상을 갖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원천 기술을 통한 로열티 수입과 국내 부품회사의 부흥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무선인터넷을 두고 고속도로라 표현하지만 진정한 고속도로는 유선인터넷인 광네트워크다. 정부가 무선인터넷 부흥을 외치는 근거인 유선인프라는 이같은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방대한 모바일 트래픽을 소화히기 위한 백홀로 우수한 유선망은 필수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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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고속인터넷은 빠르게 FTTH로 전환되는 추세이며 보급률도 단연 세계 선두권이다. 하지만 속도면에 있어서는 선두권을 자신하기 어렵다. 인터넷망을 떠도는 트래픽의 용량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유선인프라의 업그레이드를 강조하게 되는 이유다.

조 상무는 “먼저 인터넷의 도로를 넓게 닦아야 그 길에서 여러 콘텐츠가 마음대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면서 “지금은 더 넓은 길을 내야 할 시점으로, 브로드밴드 업그레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