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사장 “무선네이트 부진에 고민”

일반입력 :2010/10/25 12:37    수정: 2010/10/25 16:37

김태정 기자

“콘텐츠가 500만개나 되는데 해외는 물론 국내서도 확산 못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무선네이트에 내린 평가다. 2000년대 초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시대 변화에 적응 못하고 명맥만 유지 중인 무선네이트로 인해 고민이 컸음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25일 서울대 SK텔레콤 연구동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도약 전략을 공개했다. 무선네이트 부진에 대한 반성은 향후 청사진 못잖은 이슈였다.

무선네이트는 SK텔레콤이 지난 1999년 출시한 (일반)휴대폰용 인터넷 서비스다. 벨소리, 바탕화면, 통화연결음 등을 제공하며 초기 무선인터넷 시장을 주도했다. 스마트폰 활성화 이전 휴대폰 콘텐츠를 받는 최대 통로였다. 현재도 규모 부분에서는 ‘퇴물’이라 부르기 어렵다. 작년 기준 SK텔레콤 가입자 950만명 이상(전체의 40.5%)이 무선네이트 회원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일반폰용인 무선네이트의 입지는 약해지는 추세다.

콘텐츠 수준도 스마트폰으로 높아진 이용자 눈높이와 거리가 크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하며, 외부 개발자는 하청 수준이다. 개발자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게 해 규모와 수준을 키운 앱스토어(애플), 안드로이드마켓(구글) 등과는 비교가 어렵다.

정 사장은 “무선네이트 부진은 확장성 부족이 큰 이유다”라며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애플, 구글 등은 결국 세계적 기업이 됐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SK텔레콤이 지난 6월부터 무선네이트 운영을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 위탁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사업권은 SK텔레콤이 보유). 무선네이트를 위탁하면서 다른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정 사장의 시나리오다.

앞으로 SK텔레콤은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켓 T스토어의 API(개발환경)을 개방, 외부 개발자들을 불러 모을 계획이다. 무선네이트와는 달리 개방형 플랫폼을 내세워 세계적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향후 3년 예상 투자액만 1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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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개방성이라는 불씨를 놓아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것”이라며 “개발자그룹을 육성해 동반 성장할 생태계 구성이 차기 전략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개방형 플랫폼에 집중할수록 폐쇄적인 무선네이트에 할당할 전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컴즈에 운영을 위탁한 것은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시대를 풍미했던 무선네이트의 향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