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원 질의하는데 조용히 하세요.”
“여당의원이 야당의원 윽박질러도 되는 겁니까.”
“의사진행발언 주세요.”
“신상발언 있습니다.”
20일간 이어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태광그룹’을 둘러싼 여야 간 정치공세로 막을 내렸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할애된 질의 시간을 태광그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수사관 역할을 자처했다.
제기된 의혹 역시 전·현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덧씌우려는 내용들로 가득 찼을 뿐 방통위 국정감사와 무관했다. 때문에 의원들은 이같이 상대진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회의진행 방해도 서슴지 않았다.
옛 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의 해체와 함께 출범 3년차를 맞은 방통위는 그동안 IT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질타 대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IT정책을 합의제 기구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현재도 지난 3년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IT강국으로 꼽혔던 한국은 애플이 촉발한 스마트폰의 기세에 눌려 꽁무니를 쫓기에 바쁘고 관련 산업 분야 역시 기업·부처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기관만 방송과 통신이 융합했을 뿐 방송통신 융합산업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IPTV가 유일하고, 교육·의료·건설 등의 이기종 산업과의 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산업별로 살펴봐도 통신 분야에서는 차츰 인하되던 가계통신비가 통신사의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과 함께 다시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방송에서는 디지털 전환이란 큰 대사를 불과 1년여 앞두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식률은 현저히 낮은 상태다.
특히 국감을 앞두고 문방이 의원들은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KMI 와이브로 사업 허가심사 ▲스마트폰 AS ▲와이파이 보안 ▲KT 6·2 지방선거 불법 문자발송 등의 공격 루트를 차단하자 시의성이 지났거나 맥 빠진 질문들로 기를 살려주는 꼴을 자처했다.
아울러, 국회서 채택한 국감 증인들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할 때마다 ‘유감’ 표명으로 일관하는 무능력함과 인신공격성 질문들로 힘을 과시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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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감이 이뤄진 11일에는 방통위 관계자들은 국감의 긴장감은 잊은 채 케네디 스코어로 경기가 끝난 한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더 집중했다.
국회서 가장 많은 28명의 상임위 의원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되풀이하는 문방위에, 방통위 관계자들도 “이번 국감도 재미없을 겁니다”를 되풀이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