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시대, MP3플레이어가 선전하는 비밀

일반입력 :2010/10/24 12:48    수정: 2010/10/24 16:14

남혜현 기자

누가 아직도 MP3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녀?

아이폰이나 갤럭시S같은 스마트폰이 판을 치는 시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MP3플레이어는 왠지 한물간 디지털 기기로 비춰진다.

아이폰 쓰나미에 가장 먼저 사라질 제품군으로 MP3플레이어를 꼽는 사람이 둘에 하나다. 음악 감상, 사전, 인터넷 검색 등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 하나로 수렴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오로지 '음악감상'만 지원하는 MP3플레이어가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노트북에 스마트폰, 태블릿까지 들고 다녀야 할 IT기기가 많아진 것도 MP3플레이어 위기론의 근거로 꼽힌다. 손은 두개인데 들고 다닐 제품이 더 많다면, 선택은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에서 MP3플레이어는 별로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제조업체들은 계속해서 MP3플레이어 신제폼을 내놓는다. 아이템이 없어서? 천만의 말씀이다. 애플도 MP3플레이어를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와 코원, 아이리버 등 국내 주요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연말이나 내년 초 모두 신제품 MP3 플레이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군도 스마트폰 뺨치는 플래그십 모델부터 저가를 무기로 한 보급형까지 다양하다.

명분은 시장이 여전히 MP3플레이어를 부른다는 것. MP3플레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이 출시될 때만 해도 크게 타격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실제로 아이폰이 출시된 후 줄어든 MP3플레이어 판매량은 5% 아래라고 말했다.

사는 사람이 없는데 돈 들여 기술 개발해 물건을 내놓는 기업은 없다. 업계서 추정하는 MP3플레이어의 연간 판매량은 200만대 수준이다. 누군가 꾸준히 MP3플레이어를 사고 있다는 얘기다. 묻게된다. 그 많은 MP3플레이어는 누가 다 사가는 걸까?

■'스마트'의 한계를 노려라

무엇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MP3플레이어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같은 경우, 음악 감상 외에도 음성통화, 문자, 인터넷 검색, 동영상 감상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널렸다. 그만큼 배터리 소모도 빨라진다. 오전에 100% 충전했다고 해도, 오후 퇴근길이나 하교길에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배터리가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MP3플레이어 같은 경우 최대 100여시간까지 음악 재생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PMP나 스마트폰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해주면서도 통화기능을 제외해 배터리 수명을 늘린 제품들도 출시된다.

코원이 출시한 'X7'같은 경우 하드디스크 MP3플레이어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걸로 보였던 배터리 재생시간을 103시간까지 늘렸다. 동영상도 10시간까지 연속 재생하도록 설계됐다.음악 품질을 중요시 하는 마니아층 역시 스마트폰보다는 MP3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스마트폰에서도 다운로드 받은 음악을 재생할 수는 있지만 듣는 사람이 원하는 사운드 특성을 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MP3플레이어 같은 경우 '중저음이나 고음 강화' 같은 제품별 음질 특징을 제공한다. 여기에 콘서트홀, 모노, 리버브 등 수십여 음장 선택사항을 제공해 사용자가 원하는 실감 환경을 지원한다. 앨범아트 기능 등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노래와 이미지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해 마치 DJ가 된 것처럼 선곡하는 재미를 살린다.

코원 관계자는 MP3플레이어 판매 대수 자체는 줄었을지 몰라도 최근 들어 고사양을 겸비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져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MP3플레이어 등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MP3플레이어 주요 고객은 '10~20대'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매체에서 스마트폰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보급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을 약 400만대 가량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아직 휴대전화를 '통화'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층은 주로 '20~40대'에 집중됐다. MP3플레이어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달리 MP3플레이어를 주로 구입하는 사람들은 '10~20대'에 몰려있다면서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모들이 교육용 콘텐츠와 연계된 프리미엄급 MP3플레이어를 주로 구입하곤 한다고 전했다.아이리버가 출시한 MP3플레이어 'S100'은 다양한 동영상 코덱을 기본 지원해 대부분의 동영상을 별도 인코딩 과정없이 드래그앤드롭 실행만으로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유수 인터넷 강의 사이트의 DRM을 지원해 PMP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터넷 강의를 이용하게 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교육용 콘텐츠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MP3플레이어가 학생 및 학부모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기능을 지원하는 똑똑한 MP3플레이어를 찾는 소비자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스타일 되고, 기능 되면 '누구나 찾는다'

스타일도 선택의 기준이 된다.

단순히 네모난 모양의 음악재생기기로 MP3플레이어를 기억하면 안된다는계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디자인으로 채택한 것부터, 스마트폰보다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제품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옙 Q3'는 톡톡튀는 색상으로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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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알루미늄 재질을 채용,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런 색상과 디자인을 채택해 패션 소품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두께를 8.6밀리미터(mm)정도로 줄여 한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을 강조했다. 버튼식 인터페이스는 사용편의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삼성전자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MP3플레이어 판매가 급속히 줄어들었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삼성전자도 빠른 시일내에 갤럭시 플레이어 등 고사양 제품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