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정윤희 기자>아시아 게임 정상들이 한 곳에 모였다.
16일 동경게임쇼2010에서는 아시아 각국 게임사 대표들이 참석해 ‘아시아 게임 비즈니스 서밋(이하 비즈니스 서밋)’이 개최돼 각국 시장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는 정욱 NHN한게임 대표 대행, 서민 넥슨 대표(이상 한국)를 비롯해 탄 쥔 자오 샨다게임즈 대표, 마틴 라우 텐센트 대표(이상 중국), 알버트 리우 감마니아 대표, 애론 쉬 엑스펙엔터테인먼트 대표(이상 대만), 와다 요이치 스퀘어에닉스 대표, 츠지모토 하루시로 캡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상 일본)가 참석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각국 대표들은 아시아의 게임 비즈니스와 각국의 시장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이 포화된 시장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중국 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중국 시장, 큰 도약 예상에 이견 없어
논의의 시작은 중국 시장에 대해서였다. 대표들은 사전에 받은 질의에 대해 날씨 점수를 매겼다.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면 맑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흐림 또는 비를 주는 방식이다.
서민 넥슨 대표는 “한국 및 일본 게임 시장이 어느 정도 정체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며 “넥슨도 ‘메이플스토리’, ‘비앤비’, ‘던전앤파이터’ 등 7개의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대표들의 의견도 같았다. 와다 요이치 스퀘어에닉스 대표는 중국 시장은 지금도 크지만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으며 탄 쥔 자오 샨다게임즈 대표는 향후 인터넷 인프라가 확고히 구축되면 중국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위험성도 충분히 인식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틴 라우 텐센트 대표는 “중국 시장은 점점 세분화되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게임사들이 진출했고 또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도 매우 높아진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 한게임 대표 대행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정 대표는 과거 중국 시장에 직접 서비스를 시도했던 경험을 들며 네트워크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선행학습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일본, 콘솔 위주에서 탈피해야
반면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각국 대표들이 콘솔게임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츠지모토 하루시로 캡콤 대표는 “향후 일본의 게임 이용자들이 콘솔 패키지 게임만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위기감을 가지고 한국, 중국 등 온라인 비즈니스를 가져가고 있는 나라들에게서 배워서 노하우를 갖추지 않으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다 요이치 스퀘어에닉스 대표는 “일본 시장 자체는 굉장히 크지만 시장이 엄청 세분화돼 성공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 게임 침투율은 원래 일본이 높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은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욱 한게임 대표는 “일본은 이미 모바일 쪽에서 세계 최고 및 최대 시장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의 경쟁력과 잠재력은 무서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민 넥슨 대표 역시 “온라인 게임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됐지만 그 기본 바탕에는 일본 게임 시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한국의 개발자들은 어린 시절 ‘파이널판타지’, ‘갤러그’ 등 유명 일본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자라온 세대다”고 설명했다.
마틴 라우 텐센트 대표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미라는 점에서 일본의 위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다만 온라인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비켜서있을 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한국, 작지만 치열하고 수준 높아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인터넷 인프라가 탄탄해 비즈니스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애론 쉬 엑스펙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 게임은 용량이 큰 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빨리 다운로드 할 수 있으며 시장의 흐름도 빠르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접근성 높은 게임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마틴 라우 텐센트 대표 역시 “전 세계 게임 업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이 한국”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향후 텐센트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민 넥슨 대표는 각국 대표들의 말에 공감하며 “다른 해외 시장보다 더 성숙해진 덕에 경쟁이 심하다”면서도 “경쟁이 심한만큼 더욱 더 새롭고, 수준 높은 게임들이 나와 글로벌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 한게임 대표는 “한국 게임 시장은 40억 달러 규모(2010년 기준)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한국에서 성공한 리소스를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이겨야 세계 시장에서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 대만, 관용과 포용으로 가득한 시장
대만 시장에 대해서는 아시아 각국과 문화나 이용자 성향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의견이 다. 때문에 중국, 한국 등 하드코어한 시장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설명.
알버트 리우 감마니아 대표는 “대만 문화와 일본 문화는 유사하며 한국과도 공통점이 많다”며 “대만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 게임 업계는 다른 해외 업체가 꾸준히 대만에 진출하길 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기에 애론 쉬 엑스펙 대표도 대만은 관용성과 포용성이 있다며 도전하면 성공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말을 보탰다.
츠지무라 캡콤 대표 역시 “대만은 일본 게임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고 이해도가 높다”며 대만에 굉장히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놓는 것은 향후 중국 진출 등을 고려해봤을 때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민 넥슨 대표는 “신기한 점은 한국에서 히트했던 게임을 대만에 가져가면 반응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선보이는 모든 게임을 대만 시장에 맞는 내용으로 현지화해 지속적으로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아시아 게임 산업, 향후 트렌드는 스마트폰
서밋 말미에 각국 대표들은 파트너쉽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했다. 하나의 파이를 가지고 싸우지 말고 파이를 대 여섯 배, 10배까지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 게임의 해외 서비스에는 현지 파트너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틴 라우 텐센트 대표는 “파트너사를 맺는 것은 결혼하는 것과 다른 없다”고 말했으며 정욱 한게임 대표도 “하나의 게임을 해외에 서비스하려면 유통,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 등을 담당한 현지 파트너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대부분 대표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산업을 들었다.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이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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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요이치 스퀘어에닉스 대표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새로운 게임 장르가 성공할 수 있는 계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욱 한게임 대표는 “스마트폰은 게임 시장에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향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경쟁하던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함께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