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게임콘솔, 그래도 콘텐츠가 확률높은 승부수"

일반입력 :2010/08/11 11:02    수정: 2010/08/12 09:42

남혜현 기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만 돈을 주고 내려받아 사용한다는 개념은 애플이 몰고온 신선한 충격이었다.

불법 다운로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탈출구로도 여겨졌다. 이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 산업군에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국내도 주요 이동통신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열었거나 준비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용 앱스토어는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 콘솔용 앱스토어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앱스토어하면 스마트폰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가, 그것도 중소기업이 비디오 게임 콘솔을 위한 온라인 앱스토어를 준비중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한국형 닌텐도, 일명 '명텐도'로 관심을 모았던 지피에이치(대표 이범홍, 이하 GPH)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가 자웅을 겨루는 게임 콘솔 시장에서 GPH의 존재감은 약하기 그지 없다. 당사자들에겐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와 '없다'로 나누면 없다쪽에 붙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이 생태계를 직접 꾸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고정관념 탓이다.

그럼에도 GPH는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결합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범홍 GPH 대표는 펀지피(FunGP)라는 앱스토어를 8월 중 열 것이라며 애플 앱스토어처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팔거나 유통시킬 수 있는 장터로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콘텐츠 생태계가 살아야 하드웨어 업체도 산다

GPH는 콘솔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하드웨어 업체다. 국내서 하드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콘텐츠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는 흔치 않다. 무모한 승부수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GPH는 무모한 도전을 택했다. 콘텐츠 업체와 상생하지 않고서는 하드웨어 업체가 생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년에 게임기를 100만대 팔아도 매출로 보면 2천억 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닌텐도나 소니 같은 경우는 매출이 조 단위로 나와요. 단순히 패키지 제품만 팔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건 콘텐츠와 플랫폼을 아우르는 전체 생태계가 살아야 가능한 일이에요.

GPH는 지난해 3월부터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진행하는 ‘가치사슬 프로젝트’에 휴대용 게임 분야 프로젝트 주관사로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GPH는 문광부와 함께 관련 플랫폼으로 게임을 제작할 개발사를 선정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선정된 개발사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에 필요한 자금이 절반가량 지원됐다. 10여개의 게임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콘텐츠 수급은 하드웨어 업체로선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가치사슬 프로젝트 자체가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업은 아니었어요. 플랫폼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게 우선이었죠. 굳이 GPH 단말기가 아니라 다른 제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도 고려했어요.

이 대표는 이 외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인디 게임 공모전 참여를 비롯해 자체 게임 공모전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충성도 있는 게임 이용자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승부수는 '모바일 콘텐츠'

그렇다면 한국에서 충성도 높은 게임 이용자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얼까. 이 대표는 단순히 비디오 게임만 제공해서는 힘들다고 판단한다. 미국이나 일본같은 전통적인 게임 강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강세인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콘솔게임에 접합하려고 해요. 해외 시장에선 비디오 게임이 주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거든요. 게임 이용자들이 콘솔게임기에서 온라인 게임도 즐길 수 있다면 큰 매력을 느끼지 않겠어요?

이 대표에 따르면 아직까지 콘솔 게임기에서 온라인 게임을 지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새로운 구상을 현실화 시키는 돌파구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개발자들이 GPH의 게임기에 관심을 보인 것.

“초기에 콘솔 게임 단말기를 만들면서 해외쪽은 생각을 못했었어요. 재고가 많이 쌓여 있을 때였죠. 해외 얼리어답터들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개발자들이 앞다퉈 저희 제품을 찾는 거에요.

소니나 닌텐도와는 다른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정책이 해외 개발자들에 먹혀들었다는 설명이다. 개발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거나 커뮤니티나 웹진 등을 통해 활동하기도 했다. 국내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개발자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셈이다. 현재 GPH에서 생산하는 게임 단말기의 90%가 해외쪽에서 소진된다.

개발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거기서 나오는 결과물에 상업성을 가미하면 판매도 가능한 완성도 높은 콘텐츠도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현실화를 목표로 실제 앱스토어 개발에 들어간 건 작년부터였어요. 애플이 아이튠스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걸 보고 힘을 얻었죠.

개발자들이 올려놓은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다운 받아 네트워크 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 한국에서 콘솔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닌텐도·소니 이은 세계 3위 콘솔업체 될 터

사실 GPH의 주요 수익원은 깜빡이 학습기다. 지난해 매출 181억 중 90%가 학습기 단말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비디오 게임기 사업을 놓지 않는다.

올해는 '카누'라는 신제품이 나오니깐 매출액의 15% 정도로 게임기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봐요. 내년에는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고요. 휴대용 비디오 단말과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성공시키는 게 내부적으로는 가장 큰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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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연말경 콘솔게임과 온라인 콘텐츠를 하나로 결합한 ‘혈십자’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유명 비디오 게임 '철권'과 같은 맞대결 형식인데, 자체 서버를 통해 네트워크 상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혈십자의 독특한 점이다. GPH는 혈십자를 시작으로 향후 콘솔과 온라인 게임 결합 모델에 더 주력할 방침이다.

혈십자는 해외와 국내 사용자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죠. 이건 근거리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가까이 있는 사용자끼리만 일 대 일로 즐기는 닌텐도와는 달라요. 앞으로 휴대용 게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보급에 더 신경 쓸 겁니다. 장기적으로 소니와 닌텐도에 이어 글로벌 탑3 업체가 되는 것도 문제 없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