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굴욕…"3달 판매량 고작 2만대"

일반입력 :2010/08/09 09:28    수정: 2010/08/10 13:42

김태정 기자

'오바마폰' 블랙베리의 한국 공략이 영 신통치 않다. 국내 특화 전략 부족과 여러 악재가 겹쳤다.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리서치인모션(RIM)이 지난 5월 국내 출시한 '블랙베리 볼드 9700'은 이달 초 현재 누적 판매량 2만여대를 기록 중이다. 전작인 '볼드 9000'이 지난 200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만여대 가량 팔렸으니, 총 판매량은 5만여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블랙베리가 국내서 수십만대 규모 ‘대박’을 노린 것이 아님을 감안해도 우울한 성적표다. 해외서 4천만명 이상 쓰는 인기 제품이 체면을 구겼다.

■믿었던 기업시장, 토종에 밀려

우선, 텃밭으로 지목한 기업시장에서 큰 성과를 못 냈다. 지난해까지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았고, 올 들어 급증한 수요는 갤럭시S(삼성전자), 옵티머스Q(LG전자) 등 토종 제품이 잠식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SK텔레콤과 협력, 갤럭시S 기업물량 조달 공세를 강화했다. SK그룹이 계열사에 갤럭시S를 지급한 것도 눈에 띈다. 토종 기업들의 모바일 오피스 사업 주연 자리를 갤럭시S가 꿰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동현 SK텔레콤 전략기획실장은 갤럭시S를 구입하려는 기업고객이 많이 대기 중이라며 기업고객 물량이 부족할 지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지사가 아예 없고, 제품 유통 및 마케팅을 SK텔레콤에만 맡긴 RIM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RIM에게 큰 우군인 SK텔레콤이 내세운 '에이스'는 블랙베리가 아니라 갤럭시S다.

RIM의 놈 로 아태지역 부사장은 지난 6일 간담회서 모바일 오피스를 겨냥한 기업시장 공략을 계속할 것이라며 SK텔레콤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개인에 중량감 부족 여전해

개인시장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역시 갤럭시S, 아이폰 등에 밀려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개인시장 성적과 관련에 '블랙베리 볼드 9700'의 경우 구체적 내용이 공개 전이지만, 전작 '볼드 9000'이 기록한 3만여대는 대부분 기업물량이라는 것이 RIM 측 설명이다.

블랙베리가 사내 인트라넷과 문서 연동 등 기업용 기능에 충실한 반면, 한국한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한 등 개인 입맛은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RIM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승부수로 '블랙베리 볼드 9700' 출시와 함께 한국판 '앱월드'를 오픈했지만, 반향은 부족했다. '블랙베리 볼드 9700'이 기록한 판매량 2만여대가 이를 방증한다. 일반 개발자가 한국판 '앱월드'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팔 수 없는 것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블랙베리 볼드 9700'이 해외서는 지난 9월에 나온 구형이라는 점과, 지상파DMB나 와이브로 등 한국형 서비스가 빠진 것도 지적사항이다.

■윈도모바일도 못 누른다?

블랙베리의 한국 공략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양강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설 자리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해외 시장조사업체들까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최근 SA(STRATEGY ANALYTICS)는 아태지역 스마트폰 판매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5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서 블랙베리 점유율을 고작 5.5%로 전망했다.

이는 안드로이드(60.1%)와 아이폰(18.9%)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폰(13.6%)에도 한참 밀린 평가다. 사실상 한국서 블랙베리의 미래는 어둡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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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놈 로 부사장은 한국서 한번에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며 한국 사무소 설립 등 점유율 상승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RIM은 미국서 아이폰 대항마로 지목받은 신제품 '블랙베리 토치 9800'을 한국에도 조만간 출시, 개인과 기업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다. 블랙베리의 위기 극복 프로젝트 향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