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굴욕’, 세계가 ‘들썩’

일반입력 :2010/07/17 05:51    수정: 2010/07/19 09:53

김태정 기자

'신이 인간으로 돌아왔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결함에 대해 사과했다. 그의 카리스마가 땅에 떨어지는 장면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잡스는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폰4 보호대 무상 제공 및 환불 계획을 밝혔다.

그는 “아이폰4 안테나 수신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퍼 케이스’를 무료 제공할 것”이라며 “그래도 아이폰4에 만족 못하는 고객에게는 구매 30일 내 전액 환불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들도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잡스의 말을 실시간 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스타임스, 로이터, 씨넷, 블룸버그, 니혼게이자이 등은 잡스를 온라인 톱기사로 올리며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고개 숙인 잡스의 사진을 걸고, “'안테나게이트'로 애플이 곤경에 처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 신문은 잡스가 아이폰4 불량 가능성을 알면서도 디자인을 바꾸기 싫어 별다른 조치 없이 생산을 강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왔는데 잡스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잡스는 여전히 아이폰 지지자가 많음을 강조했다”며 “고객에게 폐를 끼쳤다는 발언도 그가 내놨다”고 설명했다.

씨넷은 번스타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가 내놓은 보고서를 자세히 전달했다. 수신 결함에 대한 느슨한 대응이 재정 비밀주의, 잡스의 건강 불안 등과 맞물려 애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코나기는 “애플의 오만이 경쟁자들을 더 자극하고 있다”며 “애플 투자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아이팟 신화 이후 애플은 ‘완벽’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잡스는 어느 경영자보다 고객을 생각하는 ‘교주’로 불렸다. 애플에 대한 비판은 ‘신성모독’이었다.

이번 수신 결함 사태가 애플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가 될지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경쟁사들이 그동안 애플의 독주를 구경해 온 ‘설움’을 한 번에 폭발시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잡스의 이번 사과를 최근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 의회 청문회서 고개 숙인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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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폰4 수신 결함이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자동차 급발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잡스의 굴욕이 준 충격은 상당하는 뜻이다.

잡스는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후회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자존심 회복에 나설지, 아니면 애플 몰락이 시작될 지 관심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