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신(神)이 아니다. 마음은 그가 입은 터틀넥처럼 검다”
국내 휴대폰 제조 3위 팬택이 애플의 교주 스티브 잡스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스마트폰 신작 ‘베가’ 출시를 앞두고 공격자세를 취한 것.
팬택은 15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베가’ 발표회를 열고, 아이폰4와 정면 승부하겠다며 일종의 ‘선전포고’를 날렸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제품의 특정 부위를 잡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며 “어디든 잡고 편하게 통화하라”고 밝혔다.
이는 왼쪽 하단을 잡으면 수신감도가 떨어진다는 ‘아이폰4’의 약점을 직접 공격한 발언이다. 미국서는 잡스가 ‘아이폰4 왼쪽 하단을 잡지 말라’고 이메일을 보냈다는 루머도 돌았다. 팬택은 계속해서 잡스를 도마에 올렸다. 잡스가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장면을 대형 스크린에 보이며, 조목조목 오류(?)를 꼬집었다.
우선, 잡스가 “앱스토어에 등록 신청하는 애플리케이션의 95%를 받아들인다”며 “나머지 5%는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팬택 측은 “잡스가 생각하는 ‘우리’는 애플 기준에 맞춘 사람이다”, “개발자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우리’가 될 것을 강요한다”, “그 우리는 ‘돼지우리’인가” 등의 자막을 잡스 화면 아래 올렸다.
이어 “잡스는 아이폰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2013년이면 안드로이드가 역전한다”며 “한국에서는 지난 5월 안드로이드폰 진영 점유율이 아이폰을 이겼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등장한 것은 미국서 유행하는 '잡스 조롱' 애니메이션이었다. 미국 특유의 독설이 여과 없이 나왔는데, 팬택은 이를 매우 추천하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인 내용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심슨’이 아이폰 매니아들을 '옳은 길(?)'로 인도한다는 것.
“과일이 그려진 500달러 폰을 들고 좋아하나요?”, “당신(잡스)의 마음은 터틀넥보다 검다”, “그가 터틀넥을 입고 나와 ‘이게 최고’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생각없이 줄을 선다”, “그는 어도비와 싸우고 기분이 상해 플래시를 빼버렸어요” 등의 대사를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이 지켜봤다.
세계 유수 휴대폰 제조사들이 ‘타도 애플’을 외치는 중이지만, 팬택처럼 잡스를 원색적으로 비판한 사례는 흔치 않다. 삼성전자도 아이폰 얘기가 나오면 거의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박 부회장은 “잡스는 존경스러운 CEO지만 우리가 반드시 잡겠다”며 “그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케팅이 아닌 기술로 붙으면 우리가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기업과는 달리 대만이 아닌 한국서 직접 제품을 만든다”며 “한국인의 오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이폰4에 대해서도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아이폰4는 무겁고 투박하며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떨어지는 '기계'일 뿐이라는 것이 박 부회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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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 갤럭시S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부회장은 ‘삼성답게 제대로 만든 역작’이라는 표현을 쓰며 갤럭시S를 칭찬했다.
이 밖에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리즈에 대해서는 “제가 평가하는 것이 예의에 맞지 않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도 보였다. 평소 LG전자를 이미 이겨 국내 스마트폰 2위에 올랐다고 주장해 온 박 부회장이기에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