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KT가 통합LG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현금 마케팅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사업자 간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며 서로를 신고·고발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까지 초고속인터넷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였던 KT가 3위사업자를 공개적으로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후발사업자의 마케팅이 무서워 치졸하게 고발이나 한다’는 비판과 이미지 추락을 염려하는 것이 통상 1위사업자의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같은 방식의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찾아올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1위사업자다.
따라서 KT가 통합LG텔레콤을 작정하고 신고한 데는, KT가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혼탁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었거나 나름의 명분(?)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올 상반기 동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경품으로 내건 현금 규모를 살펴보면 통합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KT의 순이다.
유무선 시장에서 각각 1위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주로 새 요금상품을 선보이며 유무선 결합상품 할인 등에 무게를 뒀던 반면, 통합LG텔레콤은 경품에 의존한 마케팅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KT와 SK텔레콤이 올 초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유무선 결합시장의 강자 다툼을 하고 있지만, 올 1월 옛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을 합병한 통합LG텔레콤은 내세울 것이 마땅치 않았던 이유가 컸다.
따라서 통합LG텔레콤 입장에서는 현재의 불리한 경쟁 환경에서 가입자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 이달 중순 통합LG텔레콤이 저렴한 요금경쟁력을 앞세운 요금상품을 내놓은 것도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통합LG텔레콤은 TV광고에서 새 요금상품인 ‘온 국민은 yo’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현금마케팅 전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새 요금상품을 내놓은 6월 이후에도 주택가 곳곳에서는 가입자 당 현금 30~45만원을 뿌려대고 있다.
심지어 지난 24일 KT의 신고 이후 주말 동안에도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현금 35만원과 함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가입 유치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현금마케팅은 이용자에게 불평등한 서비스를 제공케 하는 원흉이다. 때마다 사업자를 갈아타는 얌체 메뚜기족에게만 현금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우량가입자에게 돌아갈 혜택도 현금마케팅과 함께 사라진다.
수년간 이용할 때는 아무 혜택도 제공하지 않다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를 바꾸겠다고 하면 15~20%씩 할인을 해준다는 말에 반가워할 소비자는 없다.
고품질 최저가라는 호객행위에 충동구매를 했는데 환불을 요구했더니 “하나 더 주겠다”는 장사꾼의 얌체 짓에 고마워 할 소비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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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가 현금으로 제공하는 만큼의 요금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이를 특정 가입자에게만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이용자 차별 행위’로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월1일부터 통합LG텔레콤이 ‘텔레콤’이란 이름을 떼고 ‘LG유플러스(U+)’로 새 출발을 한다. 텔레콤이란 이름과 함께 탈법적인 마케팅전략도 함께 떼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