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AT&T, 와이파이 로밍…한국 영향은?

1, 2위 이통사의 와이파이 협력모델로 주목

일반입력 :2010/06/24 13:45

미국 1, 2위 이동통신사가 와이파이 공동운영에 나선다.

이에 따라, 최근 SK텔레콤이 주장한 와이파이 공동망 활용에 대한 KT 등 타 이동통신사의 대응 방안에 변화가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씨넷뉴스는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과 AT&T가 무선인터넷연합체 WBA(Wireless Broadband Alliance)에 합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WBA는 지난 2003년 결성돼 이통사 간 와이파이 네트워크 로밍을 추진해온 단체다. 와이파이 글로벌 로밍 표준 개발과 확산에 주력해왔다.

WBA에 가입한 이통사의 가입자들은 자신의 기존 ID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타 이통사의 와이파이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와이파이, 이통시장에 협력 바람 이끌다

아이폰 이후 각국은 무선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파수 확보전이 나타나고, 4세대(4G) LTE 업그레이드 붐이 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차세대 통신 상용화와 용량 증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부담도 커 당장의 해결책은 아니다. 때문에 세계 이통사의 전략은 3G망에서 데이터 트래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맞춰졌다. 여기서 주목받은 것이 와이파이다.

와이파이 솔루션 업체인 디바이스스케이프의 데이브 프레이저 CEO는 “와이파이는 타 네트워크의 용량을 늘리는 데 가장 저렴한 해법”이라며 “이런 이유로 버라이즌도 와이파이를 전략적으로 수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버라이즌은 그동안 와이파이 네트워크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버라이즌 휴대폰에서 와이파이 기능을 제외시켰을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하면서 버라이즌도 작년부터 와이파이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버라이즌은 초고속인터넷상품인 피오스(Fios) 가입자에게 와이파이 핫스팟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고 있다.

AT&T는 일찌감치 와이파이에 투자해 2만개의 와이파이 핫스팟을 구축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독점판매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시달린 탓이다.

AT&T가 WBA 가입으로 경쟁사와의 와이파이 공조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은 투자비용을 줄이면서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더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부다.

마크 시겔 AT&T 대변인은 “WBA 가입은 와이파이가 AT&T의 사업과 브로드밴드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WBA 회원사와의 와이파이 로밍을 통해 가입자들은 세계 어디서든 불편없이 와이파이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통사, 와이파이 협력모델 수용할까?

AT&T와 버라이즌이 처한 시장상황은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도 2위 사업자인 KT가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고, 가장 많은 와이파이 핫스팟을 보유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작년까지 와이파이에 소극적이었다가 올해 들어 태도를 바꿨다.

와이파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미국과 같다. 아이폰 국내 출시 후 국내 이통사들의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122.4배까지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2년 내 3G망은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와이파이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방통위는 무선랜 이용지역 세계 3위권 진입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통신사업자들이 와이파이망을 2배 이상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단, 국내 이통사의 와이파이 전략은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다. SK텔레콤이 뒤늦게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무료로 개방했지만, KT는 네스팟을 타사 가입자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사업자들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가운데 당분간 국내 사업자 간 와이파이 로밍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KT 측은 “타사가 어느정도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가 돼야 협력이 가능해진다”라며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와이파이로 데이터를 분산하려는 이통사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는 속도가 데이터 트래픽 증가속도와 비슷해야 한다. 또한 핫스팟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접속자 수가 더 많이 보장돼야 한다.

각 사업자들이 보유한 와이파이를 공동으로 사용하면 이같은 조건들을 빠르게 충족할 수 있다. 미국 이통사들의 공조 움직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와이파이망이 부족한 버라이즌이 AT&T로부터 혜택을 볼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와이파이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KT에 네스팟 개방을 압박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로밍+자동접속’, 와이파이 공조 이득 커진다

와이파이 최신 버전인 802.11n규격은 3G네트워크보다 최소 9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와이파이의 단점은 접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와이파이는 이용자가 이동하면 접속이 끊기고, 수동으로 재접속 해야 한다. 3G 이동통신은 이동중에도 기지국 변경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같은 사실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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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프레이저 CEO는 “와이파이를 사용자에게 완벽히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산업 전반에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가장 안정적인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내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술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셀룰러 휴대폰도 초기에는 끊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라며 “휴대폰 네트워크가 성공했듯 와이파이도 머지않아 같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