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서 무선랜(Wi-Fi)이 KT에게는 ‘효자’로, SK텔레콤에게는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선랜을 ‘스마트 모바일 강국’을 실현할 핵심 키로 꼽고, 내년까지 무선랜 이용지역을 세계 3위권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어서 SK텔레콤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23일 방통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SK텔레콤에 이어 줄곧 2위에 머물러 있는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한 카드로 무선랜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SK텔레콤은 음성전화와 데이터 매출 감소를 우려해 이를 미루고 있다.
때문에 21일 방통위가 발표한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에도 연내 KT의 무선랜존(쿡앤쇼존)을 1만3천여곳에서 2만7천여곳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방통위는 SK텔레콤이 KT 수준의 무선랜을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 연말 상황에서 변화된 것이 없는 것으로, 반쪽짜리 계획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무선랜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AP 구축은 이동통신망 구축과 달리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수개월 동안 망 구축계획을 세울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KT가 구축한 AP도 투자규모가 50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의 연간 매출이나 마케팅비용 규모 등을 감안하면 KT 수준의 무선랜 구축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가 최근 한국철도공사의 KTX 역사 등 무선랜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무선랜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SK텔레콤의 속내에는 음성과 데이터 매출의 하락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동안 KT의 네스팟(무선랜) 서비스도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 서비스와 사업영역이 중복되면서 고사될 위기에 처했지만, 무선랜 모듈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살아났다.
아울러, KT는 시내전화 가입자의 인터넷전화 이탈이 심화되면서 각 가정에 무선랜 AP를 무료 보급하는 홈FMC(Fixed Mobile Convergence, 유무선 통합) 전략을 펴고 있고, 집에서 무선랜을 이용할 경우 휴대폰에서도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이동전화 가입자 위주의 SK텔레콤은 무선랜 지역을 확대할 경우 상대적으로 유선 비중이 높은 KT에 비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선랜 지역이 확대될수록 이동전화 데이터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고 KT와 같이 홈FMC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고스란히 이동전화요금이 인터넷전화 요금 수준으로 내려간다.
집안에서도 집전화가 아닌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을 감안하면 그 충격은 더 크다. SK텔레콤이 KT와 같이 FMC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유무선 통합 대체 상품인 FMS(Fixed Mobile Substitution)를 내놓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유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KT나 통합LG텔레콤처럼 적극적으로 와이파이 기반 인터넷전화 단말 보급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KT와 같은 수준에서 무선랜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예상하면서 “5월과 6월 무선랜 모듈을 탑재한 HTC HD2, 블랙베리9700, 엑스페리아 X10, 삼성 갤럭시 등의 스마트폰 라인업이 확대되면 그쯤에는 구축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