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교주 vs 애니콜 대부, 세기의 대결 승자는?

일반입력 :2010/06/08 11:00    수정: 2010/06/09 08:43

김태정 기자

“아이폰4를 한번 써보면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스마트폰 시장도 지배할 준비가 됐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둘러싼 애플과 삼성전자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세계 타이틀전 성격의 전쟁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한국시간 8일 새벽 2시 샌프란시스코 세계개발자회의(WWDC)서 ‘아이폰4’를 공개, 오는 24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에는 한국 공략도 시작한다.

이후 몇 시간 뒤인 오전 11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서울 서초사옥서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를 선보였다. 일부러 아이폰4 등장에 맞춰 잡은 언론 행사다. 한마디로 맞불작전이다. 그간 스마트폰 시장서 잡스 CEO에 밀렸던 신 사장에게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다.

두 천재는 엔지니어 출신의 히트상품 제조기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걸어온 길과 제품철학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번 승부가 더 흥미로운 이유다.

■히트상품 제조기들의 엇갈린 운명

신종균 사장은 잡스 CEO가 애플서 쫓겨나기 직전인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2000년 이사보에 올랐고, 2006년 부사장 직함을 받았다. 남들이 10년 넘게 걸린다는 코스를 6년만에 주파한 것.

그는 벤츠폰, 블루블랙폰, 울트라에디션 시리즈를 만들어 모두 1천만대 이상 팔았다. 오늘날 삼성전자를 세계 휴대폰 2위 업체로 올라서게 한 1등 공신이다. 이런 가운데 바다 건너에서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 CEO가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10억달러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복귀 1년만에 4억달러 흑자 전환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MP3 플레이어 아이팟 시리즈를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본격 위협했다.

당시만 해도 잡스 CEO와 신 사장의 대립 시나리오는 예측 밖이었다. 잡스 CEO로 인해 삼성전자 MP3가 타격받았지만 신 사장이 맡은 휴대폰 사업은 ‘애니콜 신화’를 쓰며 파죽지세였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강자로 지켜봐왔다.

대결의 서막은 2007년 잡스 CEO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올랐다. 세계적 아이폰 열풍에 ‘역시 잡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판매 성적은 차치, 차세대 먹거리라는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은 분명 잡스 CEO와 애플이 쥐었다.

이후 잡스 CEO는 아이폰3G, 아이폰3GS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신 사장을 압박했다. 신 사장이 현재의 직함을 받은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에 아이폰을 상륙시켰다.

지난 1월 잡스 CEO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애플은 이제 맥킨토시를 만들던 과거의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라며 “삼성, 노키아와 경쟁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회사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향한 도발적 메시지였다.

이후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은 국내서도 애플과 일일이 비교당하며 도마에 올랐다. 앱스토어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아이폰 대항마로 내세운 옴니아2를 국내서 반년 간 70만대 이상 팔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나온 뼈아픈 결과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은 절치부심 반격 준비에 몰두했고, 20년간의 휴대폰 역량을 총집결한 결과물로 갤럭시S를 출격시켰다.

■혁신에 혁신, 갤럭시S-아이폰4 승부는?

갤럭시S는 ‘보는 휴대폰 지향’이라는 신 사장의 철학이 녹아있다. 여러 특징 중 4인치(480×800)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것이 눈에 띈다. 화질로는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과거 신 사장은 값싸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STN LCD’를 비싸지만 화질이 우수한 ‘TFT LCD’로 과감히 전환, 첫 1천만대 판매제품 ‘SGH-T100(이건희폰)’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AMOLED를 내세워 삼성전자 휴대폰만의 경쟁력을 구축했고, 갤럭시S에도 같은 철학이 이어진 것이다.

다만, 애플리케이션 규모 확대는 아직 숙제다. 갤럭시S와 연동하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애플리케이션 수는 약 5만여개로 22만개를 넘긴 애플 앱스토어와는 아직 비교 불가다. 신 사장은 자체 애플리케이션 마켓 '삼성앱스'와 SK텔레콤의 'T스토어'까지 동원해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애플리케이션 승부를 양이 아닌 질에서 걸겠다며 시간이 지나면 양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잡스 CEO는 아이폰4에 이용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소프트웨어 우위를 이어가면서 하드웨어 사양도 밀리지 않겠다는 강수다.

우선, 아이폰 최대 문제였던 배터리 용량을 전작 대비 16% 늘렸다. 3G네트워크에서 통화 7시간, 3G 브라우징은 6시간 가능하다. 와이파이를 활용할 경우 브라우징은 10시간까지 지속되며, 미디어 활용으로 치면 동영상 10시간, 음악 40시간에 해당한다.

두께는 이전 모델인 아이폰3GS보다 24% 얇아진 9.3mm다. 잡스 CEO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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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아이폰3GS의 4배 수준 화질인 3.5인치 960*640 픽셀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며, 정면 카메라를 장착해 화상통화도 가능하다. 잡스 CEO는 ‘신도 말 잘 듣는 교주’라는 이미지를 더 굳건히 할 전망이다.

이제 신 사장과 잡스 CEO는 새로운 심판대에 올랐다. 두 히트상품 제조기가 한 분야서 승패를 확실히 가를 태세다. 신 사장의 반격이 먹힐지, 아니면 잡스 CEO가 독주를 이어갈 지, 이들이 받을 성적표에 전 세계 관심이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