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실시간방송 아이폰 앱 '뭇매'

일반입력 :2010/05/28 17:55

SBS가 내놓은 아이폰용 실시간방송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 차갑다. 방송업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28일까지 앱스토어에는 화질저하, 끊김현상, 일부방송 미지원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구매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또한 지상파DMB업계의 시선도 따갑다

24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SBS 애플리케이션은 ‘SBS뉴스’, ‘SBS온에어’로 두개다. ‘SBS뉴스’가 무료인 반면 ‘SBS온에어’는 5달러로 유효기간이 1년이다.

이 가운데 'SBS온에어‘가 뭇매를 맞았다. 구매자들은 화면이 나오지 않거나, 화질저하, 끊김현상 등이 발생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저작권 문제로 제공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지상파DMB업계는 SBS뿐 아니라 지상파 3사의 스마트폰 앱 출시 자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지상파 방송 자체 플랫폼을 놔두고 스크린 확대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송출 부분에서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시청자 중 80%이상이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본다. 위성방송과 IPTV까지 합치면 90%에 육박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사실상 콘텐츠 제작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상파DMB는 유일하게 남은 지상파 방송의 자체 플랫폼이라고 평가받는다. 지상파DMB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아이폰에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화면을 제공한다면 이제 플랫폼 경쟁력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성토했다.

SBS 관계자는 “타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SBS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화면수를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저작권’, 유료화가 유일한 대안?

SBS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유료로 내놓은 이유는 국내 방송업계의 복잡한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뉴스는 방송사가 모든 권리를 갖기 때문에 내부조율만 거치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 반면 드라마, 오락 등은 상황이 다르다.

지상파 자체제작이 아닌 외주제작물은 저작권과 방송권이 나뉜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대작 드라마는 그 관계가 훨씬 복잡하다.

콘텐츠 재판매권, 수익배분 등에서 제작사와 방송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도 제작사, 유통사, 방송사로 얽혀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멀티스크린이 늦어지는 이유다.

더구나 투여되는 제작비가 클수록 수익모델 없이는 손해보는 장사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영방송사 SBS가 사업성을 무시하기란 힘든 일이다.

일반 TV수상기를 통한 지상파방송은 광고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할 수 있지만, 별도 서버를 통해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SBS 측은 “수익성과 저작권 문제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 유료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유료모델 정착, 지상파DMB 호재될 수도

SBS의 유료정책이 의외의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다.

지상파 방송사측은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는 지상파방송은 유료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거나, 케이블TV로 보거나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이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단속을 강화하고 유료방송에 재송신료를 요구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지상파 측의 여러 유료정책은 일반인의 지상파 콘텐츠 인식이 무료에만 치우친 탓에 줄곧 실패했다. 단, SBS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상당수 판매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유료화 시도는 첫 성공사례가 된다.

지상파DMB에게는 의외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료인 지상파DMB가 유료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구매에 소비자들이 다소 거부감이 적어, 시청자 인식을 무료에서 유료로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경영악화를 겪어온 지상파DMB업계는 개통비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DMB탑재 휴대폰 구매 시 1만원가량의 돈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셈이어서 이에 대한 반대여론도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도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정책변화가 얽혀 있어 확약을 하지 못한다. 방통위의 지상파DMB 활성화 대책은 1년째 정부건물 안에서 마련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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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DMB 방송사 관계자는 “개통비 문제는 이미 사업자의 손을 떠난 상태”라며 “여러 상황변화 속에서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의 지상파DMB 활성화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업계는 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