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곰TV 맞손…'화두는 상생과 글로벌'

일반입력 :2010/05/27 18:43    수정: 2010/05/28 09:11

블리자드가 그래텍(곰TV)을 새로운 국내 e스포츠 파트너사로 선정함에 따라 기존 한국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움직인 국내 e스포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가 협회사무국, 구단, 케이블방송국 등의 기존 이해관계자를 위해 어떤 상생의 길을 마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대표 마이크모하임)는 삼성 코엑스 지하 1층 마려된 '블리자드-그래텍(곰TV) e스포츠 파트너 협약식'을 통해 그래택과 포괄적 e스포츠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날 협약식은 한정원 대표와 배인식 그래텍 대표, 그리고 폴 델라 비타 선임이사(블리자드 글로벌커뮤니티 및 e스포츠 서비스부문) 등이 참석, 블리자드향의 e스포츠 사업방향성을 공개했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그래텍과 3년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인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워크래프트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추후 확장팩 등을 대상으로 국내 토너먼트 개최 및 e스포츠 행사 방송에 대한 독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이날 두 회사의 e스포츠 사업방향성을 보면 이번 계약의 목적은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e스포츠 글로벌화다. 블리자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 콘텐츠 생산자와 제공자로써의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한 그래택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텍은 그동안 블리자드 게임 대상으로 한 국내 리그 개최 및 생중계를 진행해 왔다. 또 과거 글로벌 리그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완료, 블리자드 측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그래택과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에 대한 e스포츠 대회 및 방송중계 관련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번 파트너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 활성화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이 보호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텍과 손을 잡은 것은 블리자드 게임이 글로벌 e스포츠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멋진 콘텐츠가 글로벌화 되는 것은 더욱 매력적인 것 아니냐며 그래텍이 블리자드의 e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 시장 재편 초읽기…화두는 상생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맞손은 향후 국내 e스포츠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스타리그와 이와 관련된 방송중계 방식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래텍이 3년간 독점 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에 대한 권리를 바탕으로 협회사무국과 기존 케이블방송사 측에게 진행 중인 대회 및 방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

한 업계전문가는 협회사무국은 그동안 스타크래 프트 e스포츠 대회 일정 및 선수 관리, 방송 중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그래텍이 3년간 블리자드와의 e스포츠 파트너 계약을 맺음에 따라 기존 e스포츠 구조는 붕괴되거나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아 보인다. 블리자드와 그래텍는 이날 협약식을 통해 기존 이해관계자인 협회사무국, 케이블 방송국, 구단 등을 위한 새로운 상생의 길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블리자드는 그래텍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지만 별도 협의를 통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두 회사는 스타리그가 끝나는 오는 8월까지 이에 대한 새로운 합의점을 찾기를 희망했다. 그전까지는 현재 진행 중인 스타리그와 중계에 대해 한발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대학교에서 펼쳐지는 비상업적 리그 등은 일부 인정해주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블리자드 측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상업적 목적이라면 자사의 e스포츠 콘텐츠를 자유롭게 개방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

한정원 대표는 오는 8월 현재 진행 중인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끝나기 전에 지적재산권 문제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함께 e스포츠 활성화해한다는 점이 중요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e스포츠 프로구단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한다. 계속 협상 채널을 열려있다. 대학교에서 비상업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리그는 지적재산권 보호와는 별개로 콘텐츠 이용에 한계를 두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곰TV-협회, 서로 상생 나설까?

물론 기존 e스포츠 시장을 이끌어온 이해관계자가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상생 의지를 좋게 받아드릴는 아직 불분명하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국내 e스포츠 시장을 좌지우지, 현재 구축된 e스포츠 시장에 또다른 리스크(위험요소)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인식 그래텍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이날 협의식에서 배 대표는 독점이지 독주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느 사업자든 그래텍과 서브라이선스 계약방식으로 e스포츠 대회 개최 및 중계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이같이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브라이선스 계약은 그래텍이 블리자드와의 합의하에 제 3자와 e스포츠 대회 및 중계권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독점 상생 구조인셈. 계약 대상을 꼽으라면 협회사무국과 케이블 및 인터넷 방송국 등이다.

그래텍과 협회사무국이 서브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경우 기존 e스포츠 시장이 축소되기보다 보다 글로벌하고 건전한 e스포츠 시장으로의 재도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배인식 그래텍 대표는 (우리는)국내 e스포츠 축소가 아닌 확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잘 세팅된 국내 e스포츠 문화를 축소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협회사무국, 구단 등과)앞으로 이야기가 잘 진행돼 같이 함께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이해관계자를 위한 별도 보상책 있어야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e스포츠 파트너 계약은 e스포츠화된 게임콘텐츠가 지적재산권 형태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 리그 및 중계권 등의 지적재산권이 보호받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흘러온 국내 e스포츠 시장 분위기를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어떻게 이어가느냐와 기존 이해관계자와 어떤 방식으로 상생의 길을 함께 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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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e스포츠 관계자는 서브라이선스 계약으로 상생의 길을 함께 걷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이해관계자가 국내 e스포츠 시장을 성장시킨 것은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별도 보상책이나 기금제도 등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리그 후원 등의 방식 뿐 아니라 구단 선수 양성을 위한 장학금 조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이번 계약 체결은 당분간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계관계자는 각자 다른길이냐 상생이냐를 두고 잡음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나 현재 구축된 e스포츠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살기위한 상생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