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웹의 관점에서 본 TV시장의 미래

일반입력 :2010/05/25 16:25    수정: 2010/05/28 22:09

박재현
박재현

평소 TV에서 홈쇼핑을 즐겨하던 수정씨는 며칠 전 새로 TV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린 후 고민에 빠졌다.

다름 아니라 TV에서 인터넷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는 오픈웹 TV가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주로 인터넷 쇼핑과 TV 홈쇼핑을 따로 했었는데 , 이를 한꺼번에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V 홈쇼핑을 하면서 동시화면으로 웹 검색을 통해 최저가와 상품평 등을 조회할 수 있어 편리할 것 같았다.

무료로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TV용 앱스토어 있어 원하는 것을 언제든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었다. 기존 TV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더 이상 PC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휠씬 효과적일 것 같았다. 고민을 하던 수정씨는 결국 기존 TV 대신 오픈웹TV를 구매하였다.

다소 과장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구글 TV 처럼 오픈웹 TV가 시장에 출시된 후 벌어질 일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TV 시장에서 있어 게임의 규칙이 변경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게임의 규칙 변경은  비즈니스 전략과 사고가 기존 디바이스에서 웹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구글이 어떻게 기존 TV 시장을 웹 중심으로 변경하여 게임의 규칙을 바꿀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월드컵 특수와 더불어 TV 시장에서 광범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3D TV와 구글TV를 비교해 보면서 디바이스 중심 사고와 웹 중심 사고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존 TV에서 3D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전형적인 디바이스 중심 사고다.

기존 기능에 3D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새로운 기능을 구매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3D 기능은 모든 TV에서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어질 것이다.

이에 반해 구글 TV는 기능 추가가 아니라 TV를 웹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 TV 자체가 웹에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웹 기능과 경험을 기존 TV에 결합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콘텐츠 공급자와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TV 를 통해 자유롭게 공급하게 해준다.

물론 , 기존의 TV도 웹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능 중의 하나가 추가될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리모콘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연동' 메뉴를 선택하면 뉴스 , 일기예보 , 증권시황 , SNS 등 주요 포털 서비스를 일부 기능을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개발에 있어서도 다르다. TV에 웹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구글은 오픈소스 기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HTML5 표준을 지원하는 크롬 브라우저 그리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TV용 오픈API 와 동영상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VP8 동영상 코덱 오픈소스화 , 그리고 자유로운 유통을 위한 구글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함을 목표로 하며 철저하게 웹 표준을 따른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는 기존TV와 오픈웹TV간 비즈니스 모델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기존 TV 시장은 디바이스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한 후 이를 직,간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픈웹 TV는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업체들이 공생을 도모한다. 가령, 구글TV에서 구글이 원하는 것은 TV를 오픈웹 플랫폼으로 만든 후 검색 등을 통해 7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TV 광고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구글 TV 에 참여하고 있는 소니 같은 업체는 하드웨어 판매를 , 그리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는 TV용 애드센스 등을 통한 광고 수익이나 TV용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한 수익 창출 등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디바이스 중심 사고와 웹 중심 사고간 차이와 그 엄청난 결과에 대해 알게 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지금도 확인중에 있다. 물론 TV 시장 역시 같은 결과가 연출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는 없다. 왜냐하면 TV는 스마트폰과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TV는 스마트폰과 달리 개인용 디바이스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공통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유 사용시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 , 보안 문제 , 유해성 콘텐츠 제어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TV의 가장 큰 장점은 채널과 볼륨만으로도 주요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단순성이다. 그러나 웹이 결합됨으로써 발생하는 사용상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손쉽게 웹을 사용할 수 있는 개선된 입력장치가 필요하다. 검색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문자 입력 방식의 검색 기능이 쉽다는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 일반인에게 검색은 어려운 기능이다. 따라서 보다 손쉬운 검색 기능과 맞춤형 서비스도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방송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99.999%에 가까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TV와 달리 웹클라우드는 100%의 서비스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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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오픈웹 TV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구글이 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을 바꾸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선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한다.

재미난 것은 구글 TV가 발표될 때 많은 개발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으며 ,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 TV에서는 콘텐츠 업체들이 환호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존 업체들이 신규 TV 제품을 발표될 때 누가 환호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발자와 콘텐츠 공급업체들의 지원없이는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IT컬럼니스트

포항공대에서 DBMS와 Mining 등을 전공 후 현대전자 S/W연구소에서 DBMS,OLTP 엔진 등을 개발했으며 Core Java , Core CORBA 등 다수의 책을 집필,번역하였다. 에이전텍과 와이즈프리를 창업해 에이전트와 검색엔진, 텍스트 마이닝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 씽크프리에서 웹 오피스와 삼성전자에서 챗온 메세징 서비스와 삼성페이 서비스를 비롯하여 빅데이타 플랫폼 등 다스의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 인공지능 ,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