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야심만만한 TV산업 재구성 시나리오

일반입력 :2010/05/21 15:22    수정: 2010/05/23 18:43

황치규 기자

TV에 대한 고정 관념이 처음으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의미있는 도전이 고정관념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될 것인가?

검색황제 구글의 대담한 TV시장 공략이 시작됐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인텔, 소니, 로지텍, 베스트바이, 어도비, 디쉬네트웍크 등 분야별 전문 업체들과 손잡고 TV와 웹을 융합한 구글TV를 발표했다. 구글TV는 하반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글은 구글TV를 통해 TV에 대한 개념 자체를 흔들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청자들에게 TV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주겠다는 것이다. 먹혀들 경우 TV 관련 사업 전체를 뒤흔들만하지만 사람들의 습관이란게 생각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구글TV 프로젝트에 실험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구글TV, 기존 텔레비전과 무엇이 다른가

구글TV는 사용자들이 방송사, 웹, 개인 콘텐츠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욱 폭넓은 콘텐츠를 텔레비전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SW플랫폼이다.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하며 브라우저는 구글크롬을 사용한다.

하드웨어는 인텔 아톰칩 기반 소니 브라비아 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포함된 셋톱박스로 이뤄진다. 구글TV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단일 검색 박스다. 검색박스는 키보드가 내장된 전용 리모콘으로 시청자들이 웹과 텔레비전에서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는 기존의 모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또한 접속할 수 있다. 구글은 모든 TV 방송 사업자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TV는 ‘홈스크린’을 적용해 시청자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모아서 볼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 맞춤형TV로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TV에 대한 고정관념 허물겠다

구글은 구글TV를 통해 텔레비전을 보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채널이 너무 많아져서 시청자들이 뭘볼지 고민하는 상황도 제거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검색으로 웹을 조직화했듯 텔레비전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리쉬 챈드라 구글TV 프로젝트 리더는 I/O 컨퍼런스에 참석한 5천여명의 개발자앞에서 다른 기술들이 진화하고 변했지만 TV는 그대로다면서 동영상은 최대한 크고 좋게, 밣은 화면에서 보여줘야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TV라고 잘라 말했다.

구글은 I/O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TV기반 개발자 생태계 구축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글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TV용 AP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안에 구글TV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안드로이드 SDK의 업데이트 버전도 발표할 예정이다. 구글은 또 구글TV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오픈 소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TV가 확산될 경우 구글은 광고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은 TV광고 시장 규모를 700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웹과 TV가 결합된 이른바 커넥티드TV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몇년전부터 거물급 기업들에 의해 추진돼왔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구글보다 앞서 커넥티드TV 시장을 노크했다. 그러나 둘다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애플의 경우 애플TV를 팔고 있지만 실적발표때마다 애플TV는 아직 취미라고 말해야 하는 실정이다. 매출이 얼마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애플TV가 가진 최대 문제점은 폐쇄적인 방식이어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구글은 개방성을 승부수로 던졌다. 외부 개발자들의 참여도 보장한다.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구글TV를 둘러싼 장애물들도 적지 않다. 우선 사용자들이 텔레비전에서 웹을 서핑할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 텔레비전으로 웹을 쓰는 것은 대다수 시청자들에겐 어색하게 비춰진다. 웹을 쓴다고 해도 구글TV가 탑재된 소니 브라비아 TV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대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셋톱박스를 살 수 있다.

구글은 소니외에 다른 TV제조 업체들과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디지털 홈과 뉴미디어 분야 시장조사업체 디퓨전그룹의 콜린 딕슨 시니어 파트너는 구글은 많은 협력 업체들을 모았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은 LCD TV 시장에서 소니를 앞선다.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들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IPTV 솔루션과 파트너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LG전자는 올해초 디빅스와 협력을 맺고 디빅스TV를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적용하기로 고 삼성도 야후와 인터넷TV 부문에서 손을 잡았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변수는 있다. 구글은 구글TV를 위해 위성TV업체인 디쉬네트워크와 제휴를 맺었다. 구글은 모든 TV 방송 사업자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 업체들이 구글TV에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케이블 업체들은 아직 커넥티드TV로의 행보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케이블 회사들이 계속 뜨뜨미지근한 태도로 나올 경우 구글TV를 포함한 커넥티드 플랫폼에는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블로그 기반 미디어 매셔블은 전했다.

구글TV가 자리를 잡으려면 유튜브와 경쟁하는 동영상 서비스 훌루의 지지를 등에 업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대 미디어 업체들이 주주로 있는 훌루가 구글TV를 지원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검증된 TV 프로그램 등 고품질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한 만큼, 훌루도 독자적인 셋톱박스나 SW를 TV제조사나 케이블 업체들에게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 매셔블은 훌루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면서 대형스크린이 있는 디지털 거실에서는 유튜브보다는 훌루에서 인기 TV 프로그램을 보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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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텔레비전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편안함이었다. 리모콘을 누르고나면 특별히 할게 없는게 텔레비전이다. 그러나 웹과 TV가 결합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PC에서 에러가 나듯, 텔레비전에서도 각종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신뢰성과 사용자 편의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글TV도 무덤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비용도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사용자들은 불황을 감안해 대규모 지출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구글과 소니 등은 구글TV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구매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