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프로젝트 경쟁 판세를 한국HP, 한국IBM 중심에서 3파전 구도로 바꾸겠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홍구 델코리아 대표가 대규모 IT프로젝트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넘버원 목표로 내걸었다. 1년안에 한국HP, 한국IBM와 자웅을 겨룰만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델을 엔터프라이즈 부문 선두 기업으로 이끄는 것이 내게 주어진 첫번째 과제라며 회사내 자원을 집중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홍구 대표의 발언은 델코리아가 앞으로 대규모 IT사업 공략을 강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IT프로젝트에선 제품만 갖고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서비스 실력을 갖춰야 한다. 막강한 서비스 조직을 갖춘 한국IBM, 한국HP가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이유다.
델코리아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저렴한 PC와 서버를 판매하는 회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엔터프라이즈급 냄새는 상대적으로 덜 풍긴다.■ 델, '개인용 PC' 회사 아냐… 데이터 센터 주목하길
이홍구 대표도 델이 그동안 국내 대형 IT 프로젝트에서 1차적 주도권을 갖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겠단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이나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국내 굴지 검색 회사(NHN) 전산실이 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한국지사도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엔터프라이즈 부문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엔프라이즈 사업을 키울 역량은 이미 갖췄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이홍구 대표는 서비스 조직을 강화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늘리면서 한국HP, 한국IBM과 진검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차별화를 위한 메시지도 확보했다. 키워드는 개방과 다양성이었다.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와 SW로 중무장한 경쟁사와 달리 델은 최고의 SW업체들과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홍구 대표는 특정 기업들이 제공하는 올인원 솔루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보다 우수한 솔루션이 시장에 나왔을 때 채택하기 어렵다면서 기업 다양성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사라져 '찍어내는 풀빵'처럼 모두 똑같은 데이터 센터만 남게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올인원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단기적으로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성이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고객들이 특정 솔루션에 묶이는 락인(lock in)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홍구 대표는 대형 프로젝트 공략을 위해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거룩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델이 한국에서 저평가된 것도 고객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란게 그의 생각이다.
고객과의 소통은 델 본사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다. 델 본사는 고객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e델'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e델 프로젝트'는 일일 트래픽에서 아마존급인 델 웹사이트에서 고객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게 골자. 흔히 생각하는 회사 홈페이지와는 급이 다를 것이란게 델 설명이다.
■ '광속'으로 델 문화를 바꾸겠다
이홍구 대표는 글로벌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HP 등 내로라하는 외국계 기업에 있으면서 엔터프라이즈와 컨수머 시장을 넘나드는 사업을 펼쳤다.
강조하는 경영 포인트는 신속한 프로세스. 프로세스가 빠르게 돌아간다고 하는 델도 느리다고 할만큼, 그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델이 굉장히 빠른 기업이란 얘기가 있어요. (입사 전엔) 저도 그런줄 알았는데, 와서보니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더라고요.(웃음) 의사결정 과정은 가능한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특정 사안이 10분이 지난다고해서 달라질게 없잖아요? 장고끝에 악수를 둘 가능성만 있죠. 제가 오고 나서 델의 속도는 '광속'이 됐다고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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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대표는 델의 문화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외부에서 델을 다소 비인간적인 회사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오해라는 점도 강조했다.
IT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델은 상대적으로 성과중심의 기업 문화가 강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루머통신에는 성과를 못내는 직원은 짐을 싸게 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표는 단기적 성과를 우선시 하는 이미지가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비춰진 이미지가 사실은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오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