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발표되자마자 중국에서 똑같은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애플이 문화를 같이 팔기 때문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원광연 원장은 21세기에는 어떤 산업도 문화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것이 바로 기술과 문화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조합된 문화기술대학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96년 처음 문을 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과학기술, 인문사회, 경영, 예술,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 및 문화 요소를 한 울타리에서 연구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때문에 이곳에 입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소유한 사람이 많다. 현업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부터 기존 교육과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독자적인 학문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다.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여기에서 얼마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입학 기준이 됩니다.”
입학 경쟁률은 4대 1 수준. 입학전형은 여느 대학원과 동일하게 서류와 면접만으로 결정된다. 또한 현업과 학문을 병행하는 특별한 경우만 아니라면 등록금은 전액이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학생 수요만큼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연구의 질을 위해서는 규모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아직까지 여러 장애물들이 많다는 것이 원 원장의 설명이다.
“70년대 의류산업을 살펴보면 우리가 만든 질 좋은 원단은 모두 이탈리아로 수출돼 명품 정장을 만드는데 쓰였어요. 지금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반도체 등 각종 핵심 부품은 우리가 만들지만 애플은 그것을 가지고 아이패드를 만들어냈죠.”
과연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원 원장은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잡스가 회로를 설계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었기에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과 같은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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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주목해야할 분야이자 문화기술대학원을 이끌어 나갈 학문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원 원장은 뜻밖에도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3D TV가 과연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인터넷은 이미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상황이 됐죠. 그러나 길게 보면 인터넷은 아직까지도 초보적인 단계일수 있습니다. 가령 기가비트 네트워크가 보다 발달해 1초에 100GB의 전송속도가 보편화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우리 삶이 변화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이를 어떻게 교육, 복지, 문화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