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겠니?" SKT 스마트폰 가격 고민

일반입력 :2010/05/10 09:29    수정: 2010/05/11 11:17

김태정 기자

SK텔레콤이 이끄는 ‘반 아이폰’ 진영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제품 출고가 문제로 손발이 제대로 안 맞는 모습이다.

휴대폰 출고가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줄다리기 협상 끝에 내놓는다. 이통사는 휴대폰이 비싸면 보조금을 더 내야하니 불리하다는 입장이며, 제조사는 ‘제값받기(?)’를 주장한다.

■출고가 협상, 줄다리기 팽팽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팬택, 모토로라, LG전자, HTC 등과 스마트폰 출고가 책정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HTC가 이달 말 출시할 HD2가 문제다. 윈도모바일6.5 운영체제(OS)와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탑재, 현존하는 최고의 윈도폰으로 해외서 불려왔다.

SK텔레콤은 지난 6일 HTC와 대형 발표회를 열고 HD2를 공개했지만, 정확한 출고가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 두 회사 간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쵸우 HTC 대표는 “제품 가격을 놓고 SK텔레콤과 다각도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만 간단히 설명했다. 업계서는 HTC가 HD2에 대해 국내 최고 수준 대우를 SK텔레콤에 요구했고, 다른 제조사들도 협상 내용을 예의 주시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협상에서 HTC의 요구를 파격적으로 들어준다면 다른 제조사들의 요구수준도 올라갈 것이기에 고민이 큰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이 10일 판매를 시작한 HTC의 ‘디자이어’도 가격 논란에 빠졌다. 90만원대인 출고가가 해외에 비해 15~20%가량 비싸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의 협상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 아이폰도 출고가가 미국보다 비싸다”며 “여러 상황 고려 없이 국내와 해외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고 방어했다.

지난달 SK텔레콤과 팬택 간의 마찰도 여전히 구설수에 오른다. 스마트폰 ‘시리우스’에 대한 출고가 협의가 늦어지면서 예약판매를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출고가 이견으로 진통이 적잖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가족 챙기기 힘드네...”

앞으로가 더 문제다. SK텔레콤은 아이폰에 맞서 오는 6월까지 스마트폰 10종을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 ‘갤럭시A’와 HTC ‘디자이어’가 나왔으니 아직 8개 남았다. 앉아야 할 협상 테이블이 산적하다는 뜻이다.

아이폰 타도를 목표로 끌어들인 우군들이 너도 나도 자기 몫을 강조하면서 고민이 커진 SK텔레콤이다. ‘우리도 삼성처럼 잘 챙겨줘’식의 제조사들 주장이 만만치 않다.

제조사를 챙기기 전 SK텔레콤 자사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 1분기에 쓴 마케팅 수수료가 무려 8천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휴대폰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출고가에 대한 SK텔레콤의 우려가 더 깊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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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비 제한 규제도 관전 포인트다. 마케팅비를 매출액의 22% 내로 제한한다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이 본격화 되면 SK텔레콤은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게 잡아야 할 이유가 더 생긴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해 제품 구매시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