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올린 IPTV 200만…'첩첩산중'

일반입력 :2010/04/28 13:23    수정: 2010/04/28 15:21

국내 실시간 IPTV가 상용서비스 시작 1년4개월만에 200만 가구 유치를 이뤘다. 업체들은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하지만 서비스 보다는 대규모 마케팅에 의존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갈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는 KT, 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 등 IPTV 3사의 실시간 가입자수가 지난 24일 오후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28일 밝혔다. VOD 가입자를 합한 전체 IPTV 가입자 수는 모두 265만여명이다.

■ 마케팅에 힘입은 공허한 200만

문제는 알맹이에 있다. IPTV가 겉으로 내놓은 준수한 성과는 양질의 서비스보다 대규모 마케팅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

사실, IPTV는 통신사 마케팅 덕에 흥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사가 IPTV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과 묶어 결합상품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료이용기간, 현금지급 등의 과열 마케팅이 벌어졌다. 오히려 IPTV보다는 이벤트 상품 때문에 가입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결국 서비스 자체에 대한 경쟁력은 검증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연 통신사들의 결합상품 마케팅 없이도 IPTV가 흥행했을지는 의문이다며 마케팅에만 의존한 전략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들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 서비스 질 키우기에 애쓰는 중이지만 평가는 냉담하다. 마케팅 자제하자는 분위기에서 서비스 부족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 양방향서비스 찬바람, 콘텐츠는 부족

우선, IPTV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제시하는 양방향 서비스는 시청자 관심을 끄는 데 힘겨운 모습이다. T-커머스나 IPTV 쇼핑 등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정체상태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양방향 서비스에 대한 시청자의 인지도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여러 서비스가 나오지만 복잡한 조작방법 등의 불편함으로 실질적인 이용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타 플랫폼과의 차별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디지털케이블TV와 다를 것이 크게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벤트 참여 등의 양방향 서비스는 이미 디지털케이블TV에서 수년전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타 플랫폼에서 이미 시작한 서비스라면 최초로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차별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부족 역시 실시간 IPTV 약점으로 꼽힌다. 지상파 방송과 온미디어 등 인기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의 인기채널인 CJ미디어 계열과 인기스포츠 중계 콘텐츠도 부족하다.

IPTV 업계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에 부담이 크다. KT의 경우 지난해 콘텐츠제작사 '올리브나인'을 처분, 연 1천억원 규모 콘텐츠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볼 것이 없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또한 온미디어 등 인기채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액수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상파방송과의 계약도 골치거리다. 지난 2008년 말 IPTV가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선송출 후정산 방식으로 재송신 계약을 체결한 통신 3사는 수백억원대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더구나 월드컵 등의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는 별도 금액을 지불한다.

지상파와의 재송신 계약도 갱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상파 측은 가입자 수에 기반한 CPS 방식의 정산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중이다. IPTV 측으로서는 비용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픈IPTV 구원투수, 아직 '연습생'

이에 따라 3사는 오픈IPTV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사고 팔도록 하는 오픈마켓을 IPTV에 도입했다. 오픈 IPTV의 의도는 수급비용을 줄이면서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통합LG텔레콤이 지난해 하반기 이같은 서비스를 먼저 시행한 후 KT와 SK브로드밴드도 2월말부터 오픈IPTV를 시작했다. 오픈IPTV 시작과 함께 중소 제작사들에 대한 제작지원정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콘텐츠 수급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해 선뜻 나설 만한 제작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 케이블PP들도 아직 IPTV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입을 꺼린다. 업계에서는 PP의 한 관계자는 “통신3사 전체를 합쳐 가입가구수가 600만은 돼야 기본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서비스 강화로 IPTV 차별화 할 것

이런 가운데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공공서비스 강화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김원호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U-헬스와 교육, 국방, 일자리 창출 등 공공 분야가 IPTV의 강점이라며 IPTV 공부방과 여러 공공서비스를 통해 IPTV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협회는 IPTV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와 망고도화 사업 그리고 다른 유료 방송과 형평성 있는 콘텐츠 수급 관행 수립 등에 관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관련기사

또한 양방향 콘텐츠를 본격 개발해 서비스하고, 미디어 환경을 T-커머스와 부가 서비스 개발에 유리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IPTV 오픈 콘텐츠 마켓 정착 역시 지원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전반적으로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어 가입자 수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