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가 국내법까지 뜯어 고칠 기세다. 정부 부처들이 진땀을 흘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패드가 국내 전파이용환경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개인당 한 대에 한해서 인증면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파연구소가 아이패드 기술시험에 들어갔으며, 방통위는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방통위, '인증주권' 포기하나
사실 이 같은 정책은 현행 법제도에 위배되는 것이다. 아이패드와 같은 무선인터넷 기기는 국내 전파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전파법상 정부 인증을 받아야 반입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최대 2천만원 과징금이 부가된다. 최근 관세청이 공항에서 아이패드를 압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사려는 이들은 이 법제도가 무선인터넷 시대에 맞지 않다고 비판을 쏟아냈고, 방통위는 한발 물러서 법제도 개선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는 아이패드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애플로 인해 국내 법제도가 바뀌는 모양새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불렀다. 대한민국 정부가 애플이라는 미국 회사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국내 업체들의 편의 제공에 있어서도 이번과 비슷한 자세를 취할지 의문이다”며 “애플 때문에 법제도를 바꾸는 것은 망신스러운 일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애플이라는 일개 회사 때문에 정부가 '인증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 착잡하다”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님 감사해요”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도 이번 일에 몫을 더했다. 유 장관은 최근 아이패드로 브리핑을 진행, 누리꾼 비판이 쏟아졌다. 일반 국민들에게 인증 없이 반입을 금한 아이패드를 장관이란 이유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문화부 측은 유 장관이 쓴 아이패드는 모 업체가 인증이 면제되는 연구용으로 들여온 것이기에 문제없다고 해명했지만 구설수는 여전하다.
이는 방통위가 아이패드 반입 간소화를 추진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문화부 발 ‘아이패드 쇼크’가 방통위로 이어져 나온 작품(?)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패드 반입 간소화는 유인촌 장관 덕분이다”며 에둘러 비판하는 의견도 내놨다.
방통위는 아이패드 뿐 아니라 무선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해외 노트북에 대해서도 인증면제를 함께 추진한다. 형평성 문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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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들 일”라며 “아이패드를 원하는 여론이 커서 나온 계획일 뿐 애플을 우대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애플코리아 측은 아이패드 반입에 따른 법제도 개선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어떤 건의도 내놓지 않았다. 아이패드 국내 출시 여부도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