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디지털 음악, 이제 좋은 헤드폰으로 들어야"

일반입력 :2010/04/25 14:53    수정: 2010/04/25 15:02

남혜현 기자

한국은 MP3플레이어는 비싼 것, 이어폰은 싼게 팔리는 독특한 구조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음질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음질을 강조한 헤드폰으로 한국시장 점유율을 3년 내 두 자리수로 끌어올리겠다.

음향 기기 업체 젠하이저가 야심만만한 한국 시장 공략 시나리오를 내놨다. 보급형을 넘어 고급형 사용자를 겨냥한 헤드폰, 이어폰 사업을 확대한다는게 골자. 유통망도 거기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응 치 순 젠하이저 아시아 사장은 22일 한국 총판 중 하나인 케이원AV에서 '한국시장 사업확장 계획 발표회'를 갖고 체험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순 사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헤드폰 시장 규모가 제일 크지만 가장 저렴한 제품 위주로 팔린다며 피트니스 센터나 각종 이어폰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젠하이저의 음질을 들어볼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순 사장의 발표는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4국의 헤드폰 시장을 조사한 GfK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 한국 헤드폰 시장규모는 연 280만대 정도로 타국보다 2.5~7배 가량 큰 반면, 제품 당 평균 판매가격은 14.06달러(한화 1만5천원)로 가장 저렴하다는 것.또 유명 헤드폰 브랜드가 아닌 '기타'제품이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하이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비율이 각각 5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비교적 고가로 알려진 젠하이저 제품이 그동안 한국에서 약세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순 사장은 젠하이저 한국 시장 점유율은 2%에서 최근 3.3%까지 소폭 늘어났다면서 이는 중국(25.7%), 홍콩(16.4%) 등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저렴한 이어폰을 선호하는 것을 두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닌 '좋은 음질을 들을 기회가 없어서'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휴대폰이나 MP3 등 이동 중에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서 고가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단지 가격적인 이유 때문에 값싼 이어폰을 쓰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젠하이저는 기존 대경 바스컴 단일 구조로 운영되던 총판구조를 총 7개까지 확장하는 등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본격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샵 등 고가 제품 판매 매장부터 저렴한 제품을 담당하는 곳까지 전문유통채널을 잘 아는 총판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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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아디다스 등 타 브랜드와 연계한 협업 마케팅을 비롯해 한강 마라톤 참여, 피트니스 센터 청음행사, 홍대 등 대학가 로드쇼, 남아공 월드컵 이벤트 등을 상반기 내 개최한다는 전략이다.

순 사장은 HP나 퀄컴 등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젠하이저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시장규모가 큰 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보기에 앞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