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한국판 '볼드 9700' , 개인에 먹힐까?

일반입력 :2010/04/21 16:18    수정: 2010/04/23 08:42

김태정 기자

‘기업용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개인 사용자 시장서도 지분 확대에 나선다. 기반이 약했던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겠다는 기세다.

리서치인모션(RIM)은 2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서 간담회를 열고 ‘블랙베리 볼드 9700’을 선보였다. 내달 SK텔레콤이 약 80만원대에 출시한다.

이 제품은 전 세계 3G(HSDPA) 네트워크 지원과 함께 내장 GPS, 와이파이, 3.2MP 카메라를 장착했다. 전작인 ‘볼드 9000’보다 사용자 편의성과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 RIM 측의 설명이다.

■블랙베리는 기업만 쓴다?

주목되는 점은 RIM이 ‘볼드 9700’을 한국 개인 사용자들 간의 인기상품으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간 블랙베리 브랜드는 국내서 기업시장에 몰두,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볼드 9000’의 경우 지난 2008년 12월 출시해 현재까지 판매량이 3만여대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기업에 납품한 물량이었고 개인 고객 수는 미미하다. 미국서 4천1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른 블랙베리에게는 아픈 부분이다. 이는 블랙베리가 사내 인트라넷과 문서 연동 등 기업용 기능에 충실한 반면, 한국판 애플리케이션 마켓이 없는 등 개인 사용자 입맛은 다소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에는 지사가 아예 없고 제품 유통을 맡은 SK텔레콤에만 마케팅과 사후서비스를 의지한 것도 약점으로 꼽혀왔다.

놈 로 RIM 아태지역 대표는 “한국서 기업 공략에 치중하느라 개인 사용자들에게서 인지도가 다소 낮은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신제품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개인 사용자 기능 확 키웠다

실제로 RIM이 한국 개인 사용자를 위해 고심한 흔적은 눈에 띈다. ‘볼드 9700’은 전작보다 동영상 구동과 스피커 성능, 카페라 등 멀티미디어를 대폭 강화했다.

쿼티자판의 경우 한국 사용자가 한 손으로 다룰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현지화 작업을 공들였다는 설명도 있었다.

한국판 ‘앱월드’도 정식 오픈해 국내 교통정보와 뉴스, SK텔레콤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도 보였다.

한국지사 설립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췄다. 로 대표는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SK텔레콤과 한국 사무소 설립을 논의 중이다”며 “판매채널 지원과 사후서비스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앱월드 등 약점 보여

다만,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 한국 개인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아직 약점들이 눈에 띈다.

일단 한국형 애플리케이션이 수십여종에 불과한 ‘앱월드’ 규모가 지적사항이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과 규모면에서 비교가 힘들다.

최근 KT 조사에서 아이폰 사용자 중 83.7%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이유로 꼽은 것에서도 나타나듯 애플리케이션 규모는 스마트폰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의 림에게는 대형 장애물이다.

로 대표는 “일단은 애플리케이션의 규모보다 품질에 집중한 전략을 펼 것”이라며 “SK텔레콤 및 한국 개발자들과 협조해 앱월드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볼드 9700’에 지상파DMB나 와이브로 등 한국형 서비스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해외서는 지난 9월에 나온 구형(?)이라는 점도 어떻게 극복할 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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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표는 “SK텔레콤과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볼드 9700’ 출시가 늦어졌다”며 “한국서 사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올해 50여종 이상의 스마트폰이 국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 전쟁터가 된 한국서 블랙베리 재도약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