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발표된 구글 1분기 실적에서 관심을 모았던 '넥서스원'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어쩐지 구글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구글은 1분기에 매출 67억7천만 달러, 순익 19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 38% 증가한 것.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으나, 점차 경기가 회복하며 광고 등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 1월 초 출시된 '넥서스원' 판매 성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컨퍼런스콜에서 구글은 넥서스원에 대해 그저 '이익이 나는 사업' 정도로 표현했으며, 판매대수는 밝히지 않았다.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현재까지 34개 모델 출시됐으며, 매일 6만대가 개통된다며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1분기 현재 3만8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구글이 자신들의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원 실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안드로이드'에 있다.
어차피 구글 모바일 전략의 핵심은 안드로이드OS의 확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 애초부터 넥서스원의 목표 판매량을 15만대 정도로 잡았을 정도다. 넥서스원 출시 당시에도 앤디 루빈 구글 기술담당 부사장은 넥서스원 판매목표는 15만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 목표대수도 이미 넘어섰다.
안드로이드OS는 현재 순항 중이다. 애플 아이폰에 대적할 유일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데다가, 시장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자유롭게 갖다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OS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려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전세계에 줄 서 있다. 어차피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광고 시장을 확보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현재까지 매우 순조롭게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안드로이드OS 급격히 확산…포털 긴장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모토로라가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를 출시한 데 이어 3월에는 LG전자가 '안드로-1'을 내놨다. 스카이에서도 20일 '시리우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삼성전자 또한 22일 '아처폰'을 준비 중이다. 넥서스원 후속 제품인 '디자이어'도 오는 5월 중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국내 포털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는 브라우저 기본검색으로 구글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정 검색사이트가 기본검색으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에게 그 특정 사이트의 노출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포털의 경우에도 모바일은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이 '기본검색' 때문에 시작부터 다른 출발선상에 놓인다는 것이 포털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OS가 기본적으로 오픈플랫폼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글을 기본검색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되며, 제조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 등도 현재 제조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조사를 따라다니며 요청하는 상황인데 제조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픈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구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당장 구글에게 불리한 형태로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눈치다라고 말했다.
■넥서스원 판매, 왜 기대에 못 미쳤나
넥서스원은 '인터넷 공룡' 구글이 처음으로 내놓는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점 등에서 테스트해 볼 수 없다는 점 ▲아이폰 신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는 소문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한 다른 스마트폰과의 쉽지 않은 경쟁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넥서스원은 온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판매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초기에는 소비자가 이통사를 선택하는 범용폰으로 판매돼 이통사의 마케팅 지원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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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 모바일 시장은 아이폰4G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등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한 우수한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되면서 넥서스원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개발자들에게도 불리하다.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는 제조사가 제각각인데다가, 화면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일기기를 생산하는 아이폰이 개발자들에 더 좋은 시장이 되는 셈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현재까지 18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