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게 유일한 대안은 마이크로소프트(MS) 뿐이다. 검색엔진을 스스로 만드는 건 무리다."
애플이 구글과 사이가 틀어진 최근 상황에도 구글을 자사 제품 기본 검색엔진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별 수 없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색엔진 전문 블로그 '서치엔진랜드'의 편집장 대니 설리번이 22일(현지시간) 인터넷 사이트 애드버타이징에이지에 기고한 칼럼에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전까지 애플 이사로 있어왔지만 이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글이 스마트폰, 브라우저, 운영체제(OS) 시장에 진출하거나 이를 준비하면서 협력보다는 경쟁관계가 깊어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아이폰, 사파리, 맥OS X 제품을 보유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크롬 브라우저, 크롬 OS를 만든다.
설리번은 "구글 팬들은 안드로이드기반 스마트폰 '넥서스원'에 환호했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구글이 아이폰을 죽이려한다'고 말했다"며 "구글은 끝을 모르는 사업 확장으로 애플 파트너에서 경쟁사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구글 검색엔진은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와 아이폰에 내장돼 있다. 설리번은 "애플이 구글을 껄끄럽게 여긴다면 다른 검색사업자를 찾아나서지 않겠느냐"며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MS 검색엔진 '빙'이다"고 말했다. 애플은 기존 제품에서 검색을 구글에 의존해왔는데 최근 상황이 애플에게 불리한 점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애플에게 MS는 구글보다도 싫은 상대. 애플은 구글과 협력해 바로 MS와 대적하고 있었다. 설리번은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글과 애플은 베스트프렌드였다"며 "두 회사가 MS를 공공의 적으로 두고 있는 한 이들 사이는 괜찮아보였다"고 말했다.
검색엔진을 만들면 어떨까. 설리번은 한마디로 "어렵다, 엄청나게 어렵다"고 단정한다. 그가 지적하는 어려움은 기술격차, 투입비용, 사용자습관 등에 따른 것이다.
검색엔진업체에게는 검색기술과 숙달된 전문인력, 누적된 웹사이트데이터, 이를 빠르게 처리해줄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MS는 구글과 달리 검색엔진 태생이 아니라서, 빙을 만들기 위해 수억달러를 쓰고 또 시장에 진입하기위해 수백만달러를 썼다고 한다. 그나마 돈만 많이 썼지 구글 점유율을 엄청나게 뺏지도 못했다는 지적. 설리번은 "MS 빙은 애플 아이폰처럼 기존 시장에 혁명을 일으킬만한 제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검색엔진같은 서비스는 애플 전공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설리번은 "사람들이 검색엔진에 바라는 것은 속도와 적절성을 갖춘 검색결과"라며 "(애플이 잘 하는) 보기좋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순위권에서 한참 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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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개발이 안 된다면 야후, 애스크닷컴 같은 군소업체를 인수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인수한 검색업체를 키우는 동안 경쟁자들도 더 발전한다는 것. 설리번은 "야후는 이미 MS편이 됐고 애스크닷컴은 수완을 잃은지 오래다"라며 "되살리는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경쟁자들은 저만치 앞서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다른 뭔가로 기본검색을 바꾼다고 해도 기존 사용자들이 써줄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설리번은 "더 좋은 검색엔진이 나왔다고 사람들이 바로 써주겠느냐"며 "애플 아이폰이 경쟁의 규칙을 바꿔 성공을 거뒀지만 검색사업에서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도 자사 휴대폰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빙으로 바꿔 사용자 반발을 일으켰다. 결국 버라이즌은 블로그에 다시 구글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