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스마트폰을 뒤흔든 SW 플랫폼 열풍이 이번에는 텔레비전까지 덮칠 듯한 분위기다.
스마트폰 열풍을 이끄는 구글과 애플이 다시 한번 변화의 중심에 섰다. 구글폰에 이어 구글TV란 말도 등장했다. 애플판 디지털TV 등장설도 나온지 오래다.
그래서다. 지금이야 TV하면 으례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이 떠오르지만 5년후에는 구글이나 애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급진적인(?) 전망도 있다. TV 제조 업체 입장에선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설마하고 넘어가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휴대폰 업체가 플랫폼을 앞세운 애플과 구글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5년전만 해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처음엔 별거 아닌듯 보였는데, '어!'하는 사이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구글과 애플이 선봉에 내세운 SW플랫폼의 힘은 그만큼 무서웠다. 그 힘은 이제 무서운 속도로 TV를 향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소니, 인텔, 로지텍과 손잡고 '구글TV'라 불리는 텔레비전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개발중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이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TV까지 접수, 이른바 쓰리스크린 환경을 노리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구글TV는 텔레비전에 직접 탑재되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같은 다른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보인다. 구글TV 검색을 통해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나 유튜브는 물론 게임도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유튜브 서비스에 있는 웹기반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검색하고 콘텐츠 제공목록을 취향에 맞게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C나 스마트폰으로 하던 것을 TV에서도 그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실화될 경우 TV 사용자 경험(UX)에 일대 파란이 예고된다.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 역시 가까운 미래에 텔레비전을 내놓을 것이란 일부 관측이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지난해말 ‘애플이 TV 산업에 진입한다면’이란 보고서를 통해 쓰리스크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애플이 TV 산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TV를 선보일 경우 아이튠스에 있는 콘텐츠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TV(가칭)에서 모두 이용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합쳐 애플판 쓰리스크린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란 얘기다.
보고서는 “아이폰과 아이폰을 통해 검증된 것처럼 애플은 이 분야에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서비스로 이어지는 공포의 삼각편대를 TV에도 그대로 투입할 경우 스마트폰에서 벌어진 지각변동이 TV시장에서 다시 한번 연출될 수 있다.
업계는 구글이나 애플이 전 가전제품 영역을 파고드려는 움직임에 대해 '미래 TV 시장 패권이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플랫폼 공급업체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가 가진 콘텐츠를 여러 화면에서 동시에 감상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사용자 요구를 일관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가 먼저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스마트폰-PC-텔레비전’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쓰리스크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먼저 선보이는 기업이 미래 하드웨어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중심으로 제품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TV시장도 하드웨어 중심 구조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휴대폰 살 때 ‘삼성’거냐 ‘LG'거냐 를 따지다가 스마트폰이 뜨면서 ’안드로이드‘냐 ’아이폰‘이냐로 구매포인트가 넘어갔듯, TV 시장도 그렇게 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TV업체들의 움직임은 SW 플랫폼 시대를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2010 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설명회’를 열고 휴대폰용으로 개발한 ‘바다(Bada)’를 기본 플랫폼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TV용 플랫폼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진하게 풍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최근 독자 스마트폰 플랫폼 ‘바다’를 발표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TV나 PC를 포함한 전 가전제품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발표된 바다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삼성이 만드는 TV나 PC 및 전 가전제품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효권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SW개발 총괄 상무는 “지금까지 일부 기업체와 협력 관계를 통해 TV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왔다면 이제부턴 외부 혁신(애플리케이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SW전문가인 강태진 전 KT전무(전 씽크프리 대표)를 영입한 것도 SW강화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다. 강 전무는 삼성전자에서 안드로이드와 윈도폰, 독자플랫폼인 바다를 포함한 스마트폰 플랫폼은 TV와 PC 그리고 스마트폰간 콘텐츠 연동 업무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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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장은 이제 SW플랫폼이 중량감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SW 플랫폼이 몰고온 변화의 폭을 감안하면 TV 시장도 거센 회오리가 예상된다.
업계 역학관계가 뿌리채 흔들리는 드라마가 다시 한번 연출될 수도 있다.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현재로선 미지수. 분명한 것은 SW 플랫폼 파워가 점점 거세진다는 것이다. TV SW 플랫폼을 틀어쥐기 위한 공룡들의 초반 레이스가 불을 뿜기 일보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