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판 '디자인 DNA'로 승부하겠다"

박치만 레노버코리아 사장

일반입력 :2010/04/16 14:41    수정: 2010/04/20 11:37

류준영 기자

올해 레노버코리아의 경영 핵심카드는 ‘창과 방패(Attack & Protect)’로 요약된다.

‘싱크패드’로 닦아 놓은 기업용 PC시장은 방어적 전략을, ‘아이디어패드’는 컨수머시장에서 세력권을 넓혀 중견중소기업(SMB)까지 끌어 안는 공격포지션으로 재조정됐다.

기업들이 미뤄온 PC교체를 재개함에 따라 싱크패드가 또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라이프가 저변화되면서 ‘아이디어패드’가 레노버코리아의 시장틈새를 메워주고 있다. “싱크패드 외엔 히트제품이 전무한 회사”란 예기도 이젠 옛말이다.

‘싱크패드’와 ‘아이디어패드’ 쌍끌이 전략도 치밀한 ‘하우(How)’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박치만 레노버코리아 사장.

그는 지난해 전세계가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았을 때 레노버코리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렇게 18개월이 유수처럼 흘렀다.

“세상에서 변화지 않는 것은 ‘변해야 한다’는 그 말뿐이죠”

‘기획통’, ‘영업통’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레노버코리아는 짧은 기간 동안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박치만 사장 집무실 화이트보드엔 깨알같이 써 내려간 총판들의 목록과 분석데이터들이 포도덩쿨처럼 뒤엉켜져 있었다.

최고경영자(CEO)로 인생2막을 연 박치만 사장이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고생한 2년 여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말이다.

2010년은 21세기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해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성장의 단단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레노버코리아의 경영쇄신 2년여 기간을 되돌아보며, 체질개선에 노하우(Know-How)를 알아봤다. 또 앞으로 달라질 경영 포트폴리오를 박치만 사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일반소비자PC로 '하이킥'…경영 색깔이 바뀌다

“전체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전부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체적이지 못한 경영전략을 꼬집는 박치만 사장의 말이다.

단기성과 위주였던 레노버코리아의 경영체질은 그간 많이 전환됐다.

국내외 기업들이 올해 죄다 아시아태평양시장 즉, 신흥국시장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유통채널 하나라도 더 우군으로 만들어야 유리한 입지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박사장은 500여개 이상 유통망을 직접 관리한다고 한다. 그는 DB(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브레인 마케팅’을 신봉한다.

“GS SHOP은 TV와 인터넷을 동시에 운영하고, H몰은 TV홈쇼핑 채널이 없죠. 롯데닷컴은 TV가 없고, 신세계도 TV가 없어. 그러니까 1위에서 5위까지 분석해 보면(중략)… 우린 오픈마켓 75%, 종합쇼핑몰 25% 정도죠”

그간 손을 맞잡은 유통채널을 말해 달라 했더니 채널의 특징을 일일이 나열하며 구구단 외듯 줄줄이 풀어놓았다.

신제품 소개와 총판 서포트 정책을 밝히는 ‘리크루트(Recruit)’ 행사엔 박사장이 초대전화를 직접 돌리기도 한단다.

지난 3월 레노버코리아가 개최한 신규 온·오프라인 리셀러 모집에 대략 90여개 업체가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는 정책설명회보단 신제품영상을 보는 정도. 그만큼 행사는 피로하지 않았고 명확했다. 특히 행사의 총괄책임자로 박치만 사장이 테이블 정리부터 전부를 관리하는 모습은 낯설어 보였다. 다른 브랜드 행사에 사장이 직접 참여한 경우가 드물어서다.

“2010년엔 더욱 세분화된 효율적인 마케팅정책을 전개할 거에요”

레노버는 먼저 전세계 시장을 단순한 지역적 구분이 아니라 소비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 가에 따라 ‘성숙시장(Mature market)’과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홍콩과 대만과 함께 신흥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레노버코리아는 올해 ▲속도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 ▲중국의 생산인프라를 활용한 비용구조 개선, ▲싱크패드 프리미엄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혁신을 살린 기술적인 리더십 강화 등을 통해 외국계 기업들과 대권레이스에서 무시 못할 존재감을 실어줄 것이란 각오다.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을 만들기 위해서 ‘린 코스트 구조’를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 수 있거든요”

레노버는 제품신뢰성과 품질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가격대는 현격하게 낮춘 ‘린(lean) 생산방식(작업 공정 혁신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것)’을 구축했다.

“가격 변동성에 강건한 기업을 지향하기 위해서죠”

레노버 ‘디자인 DNA’를 확 바꿔 놓은 ‘아이디어패드’의 등장으로 이제껏 수비기조에서 벗어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아이디어패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2천대를 팔아 치웠다.

레노버의 작년 4분기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를 기록,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읽은 혁신상품에 박 사장은 확신을 가졌단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 일반소비자를 겨냥한 ‘아이디어패드(모델명: S10-2)’를 출시했죠.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었어요. 그 후에 아이디어패드 ‘U시리즈’ ‘Y시리즈’ 등을 순차적으로 내놨죠. 반응 진짜 좋았어요”

박사장, 트위터 ‘열공’…이젠 고객을 안을 차례

하지만 ‘아이디어패드’의 낮은 인지도가 이 같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레노버는 올해로 한국입성 5년째를 맞는다. 10년 이상된 HP나 델 등 여타 외국계 기업에 비하면 후발주자인 셈.

때문에 박사장은 이를 타개할 요즘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 ‘트위터’ 공부에 빠져있다.

예전엔 매스미디어를 통해 기업이미지 구축이 가능했으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완전한 정보를 통한 기업이미지를 수동적으로 형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광고와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시 말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먼저 출시한다고 해서 성공이 담보되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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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박사장의 요즘 대화 화두는 소셜 미디어 활용전략이란다

“소비자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대화 창구 ‘트위터’를 통해 기업 이미지메이킹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올해 중요 과제죠. 기자분 가기 전에 트위터 아이디어 예쁜것으로 하나 내놓고 가야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