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브라우저 오페라미니 애플리케이션이 지난 13일 애플 등록심사를 마치고 앱스토어에 등록됐다. 애플전문블로그 '애플인사이더' 등 관련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만에 다양한 체험기가 쏟아졌다. 총알탄 브라우저라는 평가도 나왔고 아이패드에서 작동시킨 영상도 공개됐다.
외신과 해외 커뮤니티 반응은 기대한대로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기능이 쓸만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선 반응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고 기능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들도 있다.
■왠지 느린 이유를 살펴보니...
오페라미니는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운영하는 웹문서 최적화 서버를 사용한다. 브라우저가 직접 웹문서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서버를 거쳐 간소화된 문서를 받아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커뮤니티와 아이폰 앱스토어 등에서는 사파리보다 괜찮다는 사용기가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오페라미니가 사파리보다 빠르다는 의견이 많지 않다. 오히려 비슷하거나 오히려 느리다는 평가도 상당수다.
이는 오페라미니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아이폰용 오페라미니에서 불러오는 웹문서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오페라소프트웨어 본사 서버를 거쳐온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국내사이트를 접속하더라도 데이터는 해외를 거쳐 오는 셈이니 느려질 수밖에 없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다른 스마트폰 기종이나 일반휴대폰에 오페라미니 브라우저를 탑재할 경우 통신사 등과 제휴해 지역 서버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오페라 본사 서버를 경유한다는 사실에는 또 다른 힌트도 숨어있다.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관계자는 오페라미니가 앱스토어에 공개된지 하루만에 무료앱 순위 1위로 올라섰다며 일시적으로 서버사용량이 늘어 데이터 처리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거쳐오면서 느려진 것과 더불어 서버 성능도 평상시보다 떨어진 상태라는 얘기다. 속도와 별개로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한국 사용자들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오페라 미니 기본 기능
정식 등록된 오페라 미니 브라우저는 탭브라우징, 스피드연결, 롱클릭메뉴, 비밀번호기억, 오페라 링크 등 데스크톱 오페라 브라우저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
여러 페이지를 동시에 열어두는 '탭브라우징'은 일반 사파리를 포함한 데스크톱 브라우저에 일반화된 기능이다. 이를통해 현재 방문한 웹사이트를 닫지 않고 다른 웹문서를 열 수 있다.
'롱클릭 메뉴'는 링크를 단순히 이동하지 않고 새탭을 띄우거나 텍스트를 복사하는 등 별도 기능을 사용할 때 쓴다. 말 그대로 기능을 사용할 위치에서 오랫동안 스크린을 누르면 나타난다.
이밖에도 휴대폰과 데스크톱 오페라 북마크, 스피드연결, 검색엔진 설정을 연동하는 '오페라 링크'와 계정과 암호를 저장하는 '비밀번호 기억' 기능이 있다.
'스피드 연결'은 브라우저 첫화면에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 스크린샷을 보여주며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한국어로 설정한 아이폰에 오페라미니를 설치하면 스피드연결에 오페라 홈페이지와 네이버, 네이트, 다음 등 국내 사이트가 기본 등록된다.
■아쉬운 확대·축소
화면이 작은 모바일 브라우저는 플랫폼 특성상 그림처럼 웹문서를 전체크기로 열었을 때 글자를 읽기 어렵다. 부분확대를 통해서 보지 않으면 내용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오페라미니는 웹문서 보기를 전체보기, 부분확대 두단계로만 볼 수 있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IT리뷰 블로그 테크트리의 블로거 프레이저 바레토는 이제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은 고대하던 브라우저를 쓰게 됐다며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핀치투줌 기능이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핀치투줌'이란 두손가락으로 터치스크린을 짚은 채 손가락 간격을 조절해 확대, 축소하는 기능이다. 이를통해 아이폰 사파리에서는 화면비율을 부드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아이폰 사파리 브라우저 확대, 축소 비율은 여러단계로 구분돼 완전히 확대하지 않아도 글자를 읽기가 수월한 편이다.
대신 오페라미니는 '모바일 보기' 설정이 제공된다. 일반 웹사이트 내용을 아이폰 화면 크기에 맞춰 재배열하는 기능이다. 모바일보기를 사용하면 모든 웹사이트 내용을 세로 이동만으로 읽을 수 있다. 화면이 깔끔하지 못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플래시는 쓸 수 없어
오페라미니 브라우저는 플래시 콘텐츠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다. 오페라가 만드는 또다른 모바일브라우저 '오페라모바일'은 플래시 기능을 지원하지만 아이폰용으로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오페라 모바일이 개발되는 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모바일 등이다.
애플은 현재 어도비 플래시 기술을 아이폰에서 못쓰게 막아뒀다. 이전까지는 플래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용으로 변환시켜 넣을 수 있었지만 최근 SW개발 약관을 고쳐 금지했다.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에서도 플래시 콘텐츠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은 HTML5 표준이 플래시를 대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모바일 사파리에서는 구글 유튜브 등 HTML5 표준을 도입한 일부 웹사이트를 지원한다.
■아이패드에서도 된다고?
오페라미니 브라우저는 아이패드에서도 작동한다.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관계자는 오페라미니는 아이폰용으로 개발됐지만 아이패드에서도 사용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모바일 리뷰 사이트 퍼드질라는 오페라가 아이패드를 접수했다며 사파리는 이제 필요 없다고 평했다.
▲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오페라미니 브라우저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지난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아이폰용 오페라 미니 브라우저 시험판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을 신청했다. 애플은 오페라가 등록을 신청한지 20일 8시간 반만에 앱스토어 등록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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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에서는 오페라가 모바일 사파리와 속도를 비교실험하고 자사 사이트에서 등록승인시간 맞추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압박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평했다. 라스 보일레센 오페라SW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사용자들에게 오페라 미니를 통해 인터넷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등록 승인 소식을 반겼다.
엔가젯과 맥월드 등 외신들은 오페라미니시험판을 시연할 당시부터 아이폰 기본 브라우저 모바일 사파리보다 속도, 기능,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이 낫다고 평했다. 오페라미니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용될 기회가 열려 사용자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페라미니 브라우저는 지난 1월말 기준 전세계 5천만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