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③]유선 접속료 산정, 최대 ‘격전장’

인터넷전화 600만 시대, ‘울고 웃는’ 통신3사

일반입력 :2010/04/09 08:35    수정: 2010/04/09 15:47

올해 유선분야 상호접속료 산정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경쟁 기반이 마련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효경쟁정책의 중단을 언급하면서 유선분야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외 전화역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는 매월 유선에서 500~1천억원씩 감소하고 있는 매출을 접속료에서 적극적으로 만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2009년 상호접속료 산정 때와 달리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유선업계 2위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하고, 지난 연말 인터넷전화 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통합LG텔레콤 등 시장상황의 변화도 변수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시내·외 및 인터넷전화의 망내통화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는 등 SK텔레콤과 함께 유선시장을 뒤흔들 기세다.

따라서 그동안 KT가 시내·외 전화에서 무정산 제도, 가입자중계 접속료 면제, 시내교환설비 접속료 15% 감면 등 연간 약 700억원을 지원해왔던 접속료 협상을 놓고 선·후발사업자 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또, 지난 2008-2009년 상호접속료 산정에서 5.5원에서 7.66원으로 인상된 인터넷전화 접속료 변화도 업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 SK브로드밴드, 시내 무정산 제도 연장 여부 ‘촉각’

SK브로드밴드는 2004년부터 시행돼 온 시내전화 무정산 제도가 올해도 이어질 지 촉각이 곤두서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시내전화 무정산 제도, 시외전화 가입자중계 접속료 면제 등을 통해 연간 약 200억원의 접속료를 KT로부터 감면받아 왔다.

2월말 현재 SK브로드밴드의 시내전화 가입자는 144만명이지만 인터넷전화는 115만명이다. 1년 2개월 먼저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진입한 통합LG텔레콤의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지난해 11월 서비스 출시 2년 4개월 만에 200만을 넘어섰고 2월말 현재 22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7년여 동안 144만명의 시내전화 가입자를 확보했던 SK브로드밴드가 1년 6개월 만에 115만명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확보한 것은, 초고속인터넷과 결합상품으로 인터넷전화 가입 시 기본료를 면제해 주는 전략을 편 것이 나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달 말에는 추가전송구간에 대한 접속료(분당 3원) 부담 때문에 그동안 통합LG텔레콤조차 도입을 망설여왔던 ‘망내무료 요금제’까지 내놓으며 가입자 확보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망내무료 요금제는 번호이동 여부에 상관없이 시내·외,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월 100시간까지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내년부터 추가전송구간에 대한 접속료가 폐지되고, 집전화(시내전화+인터넷전화) 가입자 규모가 비슷한 통합LG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접속료 감면이 없다는 점, 양사의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350만명에 이르는 등 시내·외 역무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어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인터넷전화 가입자 증가에 따라 시내전화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통합LG텔레콤과 달리 인터넷전화로 인해 가입자 이탈과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KT의 입장이 정반대이고, SK브로드밴드는 망내무료 요금제 도입과 함께 SK텔레콤과 함께 유선분야에서 KT와 전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접속료 산정의 변수로 꼽힌다.

■ 인터넷전화 접속료 또 오를까

지난 2008-2009년 상호접속료 산정에서는 2007년 5.5원이던 인터넷전화 접속료가 7.66원으로 약 2.1원 상승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가입자구간 원가를 반영해 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KT·SK브로드밴드·통합LG텔레콤 등 시내전화 사업자에게 주는 접속료도 이동전화 사업자가 19.31원을 주는 것과 달리, 14.86원만 지불하고 있다. 방통위가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난제에 부딪혀 있다. 접속료를 높이기 위한 근거 부족이다.

때문에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접속료를 높이는 것보다는 KT·SK브로드밴드·통합LG텔레콤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지불하는 가입자 당 950원의 망 이용대가를 줄이거나, 기존 시외전화 사업자에 대한 접속료 면제 등의 이유를 내세워 가입자구간의 접속료를 아예 없애자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인터넷전화 업체 관계자는 “접속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원가 부문이 상승했다는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내·외, 인터넷전화 사업자 간 가입자구간 접속료를 모두 제외하고, 망 이용대가를 줄이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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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ISP들은 반대로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망내통화 증가로 ISP의 네트워크 트래픽이 늘어난 만큼 망 이용대가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의 원가 대비 접속료 수익이 유선보다 이동전화에서 큰 이익을 내면서도 유독 ISP에게만 망 이용대가나 접속료 혜택을 바란다는 것이다. 이같이 ISP와 인터넷전화 사업자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어 지난 접속료 산정 때보다 더 어려운 협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