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전망으로 도배된 3D TV 시대가 개막됐지만 정작 볼만한 콘텐츠는 없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반쪽자리 3D TV시대란 까칠한 시선도 쏟아진다.
국산 3D 콘텐츠 기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만큼, 경쟁력있는 해외 콘텐츠가 초반부터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이란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 3D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인력 육성과 예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국산 3D TV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3D TV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잇달아 발표하며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올해 3D TV 판매량을 360만대로 예상했고, 이에 삼성전자가 200만대, LG전자가 100만대 판매 목표를 설정하며 실제 목표달성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화려한 전망들이다.
그러나 콘텐츠 분야는 180도 다르다. 제작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TV제조사들이 대안으로 꼽고 있는 콘텐츠들 역시 ‘드림웍스,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해외 유명 영화사 작품이 대부분이다.
국산 하드웨어와 콘텐츠 조합은 찾아보기 힘들다. 쓰고 싶어도 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봉현 차장은 “현재 국산 3D 콘텐츠는 전무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제작되고 있는 작품들도 너무 소수이며 지금 만든다고 해서 당장 볼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방송은 물론이고, 영화 산업 같은 경우에도 국산 작품의 품질이 불분명하고 제작환경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과 연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특히 제작을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3D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영화업계 역시 비용과 흥행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은 본격적으로 3D 콘텐츠 제작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제7광구’와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준비하는 ‘아름다운 우리’ 정도가 국산 3D 영화의 전부라고 봐야하는 수준.
한 영화제작업체 관계자는 “3D 영화로는 그게 어느 정도 (흥행이) 괜찮을 지 봐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예산이 일반 영화보다 20%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대체로 3D 프로젝트를 하나씩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들어간 작품은 없고, 또 독자적으로 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해 해외 제작업체와 공동 제작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D 콘텐츠 산업에 앞장서고 있는 스카이라이프 역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3년에 걸쳐 3D 산업에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3D 장비투자에 50억원, 콘텐츠 생산에 2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액수를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올 하반기 3D 본방송에 들어가고 자체 제작과 외주제작을 통해 최대한 3D 콘텐츠 편성비율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카이라이프는 국내 3D 콘텐츠 제작 상황에 대해 ‘열악하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 신숙경 팀장은 “현재 국내의 3D 콘텐츠 제작 상황은 겉보기(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는 다르게 아주 열악한 상황”이라며 “제작이 돼도 실제 콘텐츠가 방영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인 스카이라이프는 향후 가전 업체 인프라와 제작사 노하우를 결합한다면 3D 콘텐츠 제작 현실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방송 콘텐츠 국내 생산이 초기에는 라이브콘서트나 축제 등 단발적인 행사 제작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킬러콘텐츠라고 이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의 경우 3D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 드림웍스의 제프리 카젠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애니메이션을 3D로 제작하기로 했으며,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역시 향후 작품 활동을 3D로 하기로 하는 등 3D 콘텐츠 생산이 붐을 이루고 있다. 또 워너 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같은 영화 제작업체들 역시 올해에만 3D 타이틀을 70개 이상 출시하기로 하는 등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섰다. 이들 업체가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열악한 국내 3D 콘텐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5일 3D LED TV를 발표회장에서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소니같은 일본회사에서 3D 방송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 역시 “지난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3D TV만 내세웠던 반면 소니는 3D TV와 촬영카메라 여기에 일본 주요 방송사인 NHK가 공동으로 기술경쟁 노선에 참여한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일본은 방송산업의 미래를 ‘TV·카메라 제조사-방송국’의 협업시스템을 통해 열어젖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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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D TV-해외 3D 콘텐츠‘라는 불안한 구조가 안 그래도 취약한 한국 3D 콘텐츠 생산 기반을 처음부터 무너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제작인력 육성 부터 콘텐츠 생산에 대한 지원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콘텐츠진흥원 주봉현 차장은 “좋은 콘텐츠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3D) 산업 자체가 죽는 다는 것은 당연하며, 국내 활성화 없이는 TV 제조업체도 성공하기 힘들다”면서 “국내 제작환경에 맞는 3D 제작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SW와 콘텐츠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든 애플 아이폰 열풍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