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가격경쟁력이다’
HP 워크스테이션 사업부가 올해 치켜든 승리카드다.
100만원대 이하 ‘초소형 워크스테이션(모델명: Z200 SFF)’을 필두로 고객과의 접점을 ‘니즈(Needs)와 가격’으로 고쳐 잡았단다. 이런 제품(Z200 SFF)를 내놓을지 말지를 3년여 각고 끝에 결정한 HP 입장에선 내부에 풀어놓지 못할 사연이 길기도 한 모양.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IT시장 전방위로 불어 닥친 ‘제품경쟁력=가격’이란 등식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Santa Monica) 잔교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중이던 제프우드(Jeff Wood) HP 워크스테이션 글로벌마케팅 총괄 사장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색한 적막을 깨기 위해 위트 있는 질문이 필요했다. 사전에 요청된 자리가 아닌 ‘돌발 인터뷰’이었던 탓이다. 귓속말하듯 ‘내년엔 더 작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넌지시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웃음이 ‘빵’ 터진 그는 “내게 뭘 원하니(What can I do for you?)”라며 가볍게 맞받아 친 후, 진지한 자세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스몰 폼팩터 워크스테이션은 새로운 아키텍처(제온 3400, 코어 i3, i5)가 나왔기에 가능했어요. 문제는 좁은 공간에서 발열과 소음, 전력효율, 거기에다 가장 중요한 가격까지 잡을 수 있어야 했거든요. 이전 아키텍처는 워낙 고가였고, 이렇게 작게 만들려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잘 구동할 수 있게 PC보드 등의 부품을 맞춤 설계로 새롭게 만들어야 했으니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웠죠. 이런 제품을 찾는 시장도 분명 있어야 하구요(잠시 손바닥에 턱을 올린 후)더 작게, 네 물론 만들 수 있겠지만 비싸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이죠”
이어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요즘 분위기를 물었다. “지난해 워크스테이션 시장도 주춤했으나 큰 타격은 없었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작년에 구매를 미뤘던 기업시장의 수요를 다시금 기대볼 수 있을 것 같아요”
4~5년의 교체주기가 다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3차원(D) 영상과 게임 등의 블루오션 시장이 열리면서 새롭게 발동이 걸린 워크스테이션 시장은 HP 주요 임직원에 말에 따라 지난 2008년 중순 호황기 때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의 볼륨도 한국과 일본시장 등 아시아태평양(AP) 지역이 HP 워크스테이션의 황금어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고도화 기술이 요구되는 IT시장에는 제조업 등 2차 산업의 규모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소위 ‘워크스테이션 지수(?)’란 것이 존재해요. 물론 마케팅 담당자들끼리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작년에 중국에서 판매된 HP 워크스테이션은 2년 전에 비해 2.5배나 증가했죠. 국가별 순위로만 5위까지 치솟았어요. 반면, 조선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11위에 간신히 올랐지만 결코 낮은 기록은 아니에요. 한 나라의 경쟁력과 빗대어 볼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이 최근 경기회복세와 4~5년이 지난 상품교체 주기와 맞물려 시장주문이 밀려들고 있죠” 이번 ‘HP 워크스테이션 미디어데이’ 주요행사 중엔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인 드림웍스 견학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다. 곧 개봉을 앞둔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뿐 아니라 3D로 제작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슈렉’과 ‘쿵푸펜더’ 역시 이곳에서 모두 태어났다. 3D 콘텐츠 산업과 기술 부흥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바타’가 나오기 까지 5년 이상 걸린 것도 없던 기술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그만큼 시일이 걸린 거잖아요. 우리는 이런 작업시간을 지금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줄여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워크스테이션이 입체영화를 빨리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만큼 시간을 벌어 더욱 크레이티브한(창조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거죠” 이윽고 HP만의 시장리더십을 물었다. HP는 최근 경쟁사인 델을 간발에 차로 앞질러 톱 1위 자리를 차지했다(*IDC 2월 20일 보고서 기준)
“이노베이션, 하이 퀄리티(Quality)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번에 만든 초소형 워크스테이션도 고객의 요청이 있었어요. 의료, 금융, OEM 시장 등에서 한 번이라도 워크스테이션을 써본 경험자라면 VIP이고, 이들을 통한 설문조사를 통해 제품을 만들게 되죠. 그리고 끝에 물어보죠. 이 가격대라면 ‘예스(YES)’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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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만한 미니 워크스테이션의 출연. 이 정도되니 디자인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었다. ‘Z200 SFF’를 패밀리룩(Family Look) 디자인 콘셉트로 통일한 부질없는 일관성을 반박하듯 ‘크기는 작아졌는데 이전 거구들의 둔중한 느낌은 여전하네요’라며 우회적으로 물었다.
“무엇보다 고성능 제품은 가격경쟁력이에요. 예쁘게 만들면 저도 좋긴 하겠지만 그게 모두 판매가를 높이는 요인이죠. 고성능을 원한다면야 기꺼이 가격을 올려도 팔리겠지만 디자인은 아직까지 워크스테이션에서 먼 이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