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i가 출시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예전만 못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서 300만대가 팔린 소위 ‘대박’ 게임기의 후속모델 치고는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닌텐도(대표 코다 미네오)는 다음달 15일 무게와 두께를 낮추고 카메라등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닌텐도DSi를 19만 8천원에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 닌텐도DSi는 음악 재생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중시하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전작보다 훨씬 잘 맞는 제품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국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게임보이 어드밴스 슬롯을 삭제하고 두께와 무게를 낮춰 더욱 휴대성을 강조했다. 반면 액정 크기는 오히려 0.25인치 가량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출시 발표가 난 이후 게임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굳이 닌텐도DSi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루리웹’, ‘포터블G’ 등 관련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용자들은 한결같이 뒤늦은 발매 시기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1일 일본에서 발매된 닌텐도DSi는 1년 6개월이나 늦게 발매됐다.
그 사이 국내에는 병행수입을 통해 꾸준히 수입되면서 닌텐도 DSi의 관심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약 26만원 가량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식 발매판과 비교하면 6만원 가량의 가격차이가 나지만 먼저 해볼 수 있다는 점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중론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급부상한 스마트폰 역시 닌텐도DSi에게는 악재가 됐다. 마치 지난 2006년 닌텐도DS 출시 당시 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스마트폰은 아이폰 출시를 시작으로 이후 안드로이드폰까지 이어지며 IT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문제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향상시킨 DSi의 새로운 기능이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보잘것 없다는 것이다. 닌텐도DSi가 내세우고 있는 11종류의 합성 카메라 기능이나 일상 메모 및 음색을 조절하는 사운드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만 다운로드 받으면 대부분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우리나라에 휴대폰 카메라나 음악재생이 되는 IT기기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굳이 화소수도 낮은 닌텐도DSi의 카메라나 혹은 음악재생을 위해 이를 구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마트폰 열풍에 밀린 나머지 닌텐도 제품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매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유명 연예인 및 아나운서를 동원해 호텔서 발표회를 가졌던 한국 닌텐도가 이번에는 언론매체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가벼운 시연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이를 반증하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한국 닌텐도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닌텐도DSi는 카메라를 활용한 전용 게임 출시 여부가 판매량과 직결되는 요소인데 국내서는 현재 닌텐도DS 및 Wii 게임 타이틀조차 제대로 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닌텐도가 발매한 닌텐도DS 타이틀은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가 유일하다. 써드파티 타이틀까지 포함해도 불과 4종 밖에 되지 않는다. 닌텐도 위(Wii)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 닌텐도가 출시한 2종의 타이틀이 전부이며 써드파티는 단 1종의 게임도 출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신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게임 타이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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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닌텐도DSi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전용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SD카드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국 닌텐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전용 소프트웨어를 유상 다운로드 해 본체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어 나만의 기능을 갖춘 닌텐도 DS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시된 지 약 2년이 지난 닌텐도 위(Wii) 조차 일본이나 북미와 달리 국내서는 제대로 된 온라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닌텐도가 신뢰를 잃은 결정적 이유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닌텐도DSi의 관심이 과거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게임이 주된 콘텐츠인 닌텐도 제품에 이렇게까지 게임이 출시되지 않으면 어떤 소비자가 구입하겠느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