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가 매출 대비 20% 비용만 마케팅에 쓰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가운데 KT는 여유 있는 입장이다. 작년 보다 마케팅 비용을 5% 이상 올려도 가이드라인에 위배되지 않는다.
5일 방통위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통신사 CEO들 간 간담회 직후 ‘마케팅비 준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유무선을 구별해 매출 대비 20%(올해 22%) 이하로만 마케팅비로 쓰자는 내용이다.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자는 취지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위반시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 적극적인 제제를 내리기로 했다. 최시중 위원장의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
최 위원장은 “가이드라인 미준수가 3회 이상 적발되면 대표들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대표 자리를 걸고 열심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는 보조금을 마케팅비를 오히려 늘려도 될 상황이다. KT가 지난해 쓴 마케팅 비용은 매출 대비 14.5%인 2조7천500억원이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당장 마케팅 비용을 늘려 잡을 계획은 없다”며 “과당 마케팅 지양이라는 업계 요구사항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LG텔레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구 LG텔레콤 마케팅 비용은 1조7천억원으로 KT보다 1조원 이상 적지만 매출에서의 비중이 21.6%다.
결국 마케팅에서 2조7천500억원을 쓴 KT는 더 써도 되고, 1조7천억원을 쓴 LG텔레콤은 덜 써야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도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해 쓴 마케팅비 3조2천500억원은 매출의 26.9% 정도다. 올해 공격적 영업은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당장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해 매출 늘리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마케팅비 제한을 매출이 아닌 가입자 수 대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일단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다. 완벽한 가이드라인은 현실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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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을 모두가 만족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가입자 수 기준으로 하면 다른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 KT가 무선에서는 그리 큰 혜택을 입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케팅비 비중이 유선은 7~8% 정도지만 무선은 20% 안팎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유선 마케팅 비는 크게 늘려도 되지만 무선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