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D 입체산업 '예고된 난항' 왜?

일반입력 :2010/03/05 09:02    수정: 2010/03/05 10:49

류준영 기자

고부가가치의 3차원(D) TV 사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된다. 하지만 국내 3D TV·방송·콘텐츠 사업은 부실한 제작 인프라로 시작부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수억 원에 달하는 3D 방송장비를 전적으로 해외제조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국방송환경은 ‘방송장비 수입왕국’이란 오명이 붙었다.

일례로 국내 처음으로 3D 방송을 시범운영하고 있는 스카이라이프는 내주 25억원을 들여 카메라 2대가 한 쌍인 3D 제작용 카메라(2세트)를 미국 3D 제작업체인 ‘쓰리얼리티 디지털(3ality Digital)’로부터 들여온다.

이는 서막일 뿐이다. 지상파나 케이블TV 업체들도 3D 산업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터라 이들이 나라 밖에서 구매해올 방송장비규모는 대략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구매는 물론이거니와 혹 제품 결함시 들어가는 수리비용이 적어도 천 만원 상당이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3D TV만 잘 파는 게 대수가 아니다”라는 지상파 제작 현업 관계자의 말은 방향성을 찾지 못한 국내 3D 입체영상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이나 LG전자가 해외 유수의 TV제조사를 재치고 3D TV를 잘 팔면 마치 TV 시장의 모든 부분을 석권한 것처럼 비춰질 테지만 실제 그 방송을 만드는 엄청난 비용의 카메라나 편집장비는 모두 일본 제조사인 소니와 파나소닉의 영업이익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관련 협회, 지상파 및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현업 전문가들 대부분 열악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한국의 방송 콘텐츠의 위상은 전세계 8위이나 방송장비는 최하위 수준”이라며 “3D 촬영 및 편집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손을 잡고 방송장비 국산화에 매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한범 사무총장은 “지난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3D TV만 내세웠던 반면 소니는 3D TV와 촬영카메라 여기에 일본 주요 방송사인 NHK가 공동으로 기술경쟁 노선에 참여한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일본은 방송산업의 미래를 ‘TV·카메라 제조사-방송국’의 협업시스템을 통해 열어젖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의 국산화를 단숨에 달성한 중국의 놀라운 성장도 예를 들었다.

이한범 총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방송시설의 자급률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100%까지 단기간 급성장을 보였다. 이젠 수출판로를 개척해 상당부문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3D 방송장비에 대한 개발도 이미 마친 상태다. 이에 반해 한국방송의 자급률은 부끄럽게도 10%대에 머물고 있다.

이 총장은 “소니가 중국과 인도시장서 지배력을 잃은 것은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다져진 방송장비 국산화에 기인한다”라며 “이 같은 중국방송장비가 최근엔 우리나라를 호심탐탐 노리고 있다”고 걱정 섞인 우려감을 표했다.

한편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3D 레디 제품이 있으며, 현 방송사에서 쓰고 있는 카메라에 '리그(RIG)'란 장비를 갖추면 3D 영상을 얼마든지 촬영할 수 있다”며 세계 시장 지배력을 앞으로도 더욱 강화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총장은 “방송장비 국산화를 통해 외화절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에 서고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통해 해결해 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런 처지를 반영하듯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도 자체 개발한 3D 방송장비를 가지고 나온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유일했다.

ETRI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대학과 벤처기업 중심으로 입체영상 방송장비 국산화에 많은 진전을 보였지만 아직 핵심 칩셋 등 주요 기술력에선 아직까지도 외국산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허남호 ETRI 팀장은 ‘3DTV 현황 및 기술전망 보고서’를 통해 ‘3D 입체카메라 및 실시간 입체영상처리기 등 관련 방송장비 개발과 2D/3D 변환 소프트웨어 개발 본격화를 통해 ‘양질의 3D 입체 콘텐츠’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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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광운대 이승현 교수는 “3D 산업은 콘텐츠와 방송장비가 함께 병행되어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 방송국의 입체영상 촬영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3D 제작에 관한 고급인력 양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3D 방송 정책 간담회’에서 “영화 ‘아바타’ 덕에 국내 3D 영화관이 50개 정도에서 117개로 늘어난 것 이외, 촬영장비나 특수효과 등 3D 기술관 관련 제작 인프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당분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3D 산업화에 대한 밑그림과 로드맵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