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IT제품···테크노스트레스 '이제그만'

일반입력 :2010/02/25 10:30

이장혁 기자

김대리, 이거 좀 봐줘,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최부장은 오늘도 신입사원을 불러 PC사용법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무선 인터넷이나 최신 기술은 아무리 들어도 '외계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뭐 이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의 후배를 보면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생기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셀러리맨 김모씨는 업무량은 많아지고 새 기술을 배울 시간은 적고 점점 경쟁력이 떨어 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요즘 아이폰~ 아이폰 하는데 사실 아이폰이 있어도 통화하는 것 이외에는 잘 다룰 수 없어서 힘들다며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 지는 IT 제품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명 '테크노스트레스'라고 불리우는 질병아닌 질병이 IT 진입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 유행에 따라가지 못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도 자주 나온다. 젊은 사람들이야 한 두 번 뚝딱 만지다 보면 주먹구구식으로라도 해결하지만 중장년층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이처럼 IT 제품의 기능이 발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테크노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기본에 충실한 IT 제품이 중장년 층을 중심으로 각광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휴대폰이다. 쓸데 없는 부가기능을 빼고 전화, 문자 등의 특화 기능을 내세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히 지난 설을 기점으로 부모님을 위해 사용이 간편한 ‘효도폰’을 장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옥션(www.auction.co.kr)은 이달들어 일명 효도폰 등록건수가 약 1천2백 건으로 전월 주 평균 등록건수 대비 30%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설을 앞두고 부모님을 위해 장만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 기간 동안 휴대폰 카테고리 등록건수 증가폭이 1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효도폰은 상당히 높은 증가폭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옥션에서 검색어 순위 1~3위를 차지한 제품은 각각 '와인폰' 'VVIP폰' '오리진폰'이다. LG전자가 내 놓은 ‘와인폰3’는 중장년층을 위한 대표적인 휴대폰이다. 와인폰 시리즈는 2007년 출시 이래 국내에서만 22만 대 이상이 판매된 모델이다. 이번에 출시한 '와인폰3'는 일반 휴대폰 보다 2배 큰 글씨체와 키패드, 돋보기 문자 입력창 등 부모님을 위한 편한 기능들이 채용됐다. 또한 중장년뿐 아니라 젊은 소비자 기호까지 고려해 한층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제품 전면에는 아날로그 시계가 있어 시간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6인치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와 중후한 골드 격자 무늬 디자인을 적용한 'VVIP폰 (SCH-W910)'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고급스러운 격자 무늬와 함께 폴더디자인을 채택해 심플함으로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 인맥이 중요한 중장년층을 위해 인맥관리 기능을 강화한 전화번호부가 내장돼 최대 5천명, 전화번호 2만5천개를 저장할 수 있다. 이밖에 웰빙음악, 건강정보 메모, 긴급호출 등 부모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웰빙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초창기 모델로 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을 다시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모토로라 스타텍 모델. 스타텍은 최근 모토로라가 '모토로이'로 재도약하려고 하면서 과거 스타텍을 썼던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텍 오리지널(모델명 ST-7760)'은 옥션에서 일주일 평균 20여 건 이상 거래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개인이 소장했던 제품 경매나 전문 판매자들의 중고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옥션 게시판에는 예전 부모님이 스타텍을 쓰신 걸 기억하고 하나 장만해 드렸다, 목소리 잘 들리고 문자만 보낼 수 있어도 불편함이 없다는 등 다양한 구매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옥션 휴대폰카테고리 김현규 부장은 인기를 끌고 있는 효도폰의 경우 디자인은 최신폰 스타일이지만 통화, 문자 등 기본기능 사용법이 간편해 기기사용 스트레스를 현저히 줄여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스마트폰 , 터치폰 확산 반향으로 오히려 기본기에 충실한 2G폰 인기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 못지 않게 최신 IT 트랜드에 흥미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부모들을 위해 목업폰, 목각폰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목각폰은 기능은 모두 빼고 케이스만 실물과 같이 만들어놓은 제품이다. 예전에는 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케이스 갈이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최신제품 구입 전 부모님의 연습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HP의 레이저젯 P2035n은 거품을 뺀 초간편 흑백 레이저 프린터다. 거품은 뺐지만 인쇄속도는 30ppm, 첫 페이지 출력은 대기모드에서 8초면 충분할 만큼 날렵하다. 디자인도 네모 반듯해 깔끔하고 버튼은 달랑 2개만 있어 작동 시키기도 간편하다. 상태표시를 위한 LED는 6개로 잘게 나눠 상태마다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DSLR 열풍에 도전하는 똑딱이도 있다. 덩치는 DSLR보다 작지만 기능은 DSLR 못지 않다. 또한 가격도 저렴하다.

관련기사

카시오의 '엑슬림 EX-Z29'는 23개 설정을 미리 갖춰 놓아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버튼 몇 번에 간단하게 찍을 수 있다. 설정을 이용하기 귀찮다면 그냥 버튼만 눌러도 웬만한 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전원 버튼을 누른 뒤 2초 가량이면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음 촬영 까지도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125g의 무게로 어디든 휴대할 수 있으며 1천만 화소의 해상도, 조리개 F2.8~5.2 등의 성능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MP4, 내비게이션, 이북 사이에서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PMP도 본질에 충실한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코원의 ‘V5 HD’는 HD급 파일을 담을 수 있는 제품이다. 4.8인치 액정에 1천670만 해상도 등으로 고화질 동영상 재생에 중점을 뒀다. 무선인터넷, DMB 등도 활용할 수 있지만 중심은 HD 영상 재생에 두고 있다. 그 외에도 아이스테이션의 'T9 HD'도 HD 동영상을 핵심에 둔 제품이며 두께 역시 15.2mm로 휴대가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