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넷북과 눈맞추다

일반입력 :2010/01/24 12:38    수정: 2010/01/24 18:51

류준영 기자

넷북이나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스마트북, 전자책 등 갖가지 형태의 모바일 제품 등장은 모니터 시장에 기회일까 위협요소일까.

모니터 시장을 지금껏 견인해온 데스크톱의 수요가 점차 줄자 긴장된 눈빛이 역력하다. 사실상 어제 오늘 모니터 시장은 궁지에 몰린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다가올 2013년 PC 시장의 노트북 점유율이 데스크톱을 앞지를 것이란 시장조사기관의 공통된 전망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모니터 제조사들은 이에 대한 타개책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IT시장 전문조사기관인 IDC는 2001년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모니터 시장은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했고 ▲하이엔드 제품군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진 가운데 기술적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모니터 시장에서 그와 부합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터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OS)인 ‘윈도7’이 기대 이하의 느린 보급속도를 보인 데다 디자인 등 제품 외적인 부분에서 소비결정패턴이 쏠리면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트렌드를 응용한 신제품 생산과 지금과는 다른 비즈니스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넷북과 공생(共生)하라

IDC는 넷북이 오는 2011년 4천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니터 시장의 서바이벌을 위한 첫 번째 주문은 ‘넷북에 바짝 기대라’이다. 10인치~13인치의 좁은 화면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넷북용 모니터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지목 받고 있어서다.

예컨대 LG전자(대표 남용)가 선보인 노트북용 모니터 ‘플래트론 W30시리즈’(모델명: W1930S, W2230S)는 최근의 넷북 커버디자인과 어울릴 수 있는 5가지(애플민트, 젤리핑크, 오레오, 하와이안, 블루베리) 파스텔 톤을 적용했다.

LG전자 홈 엔터테인먼트(HE) 이우경 상무는 “노트북의 작은 화면이 다소 불편해 추가로 대화면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며 무채색 컬러가 대부분인 LCD 모니터 시장에서 다양한 색상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여기에 초박형 디자인 콘셉트를 지향한 넷북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입출력 단자의 제한성은 새로운 모니터 제품의 강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대만IDC 루벤 탄(Reuben Tan) 디스플레이 전문 연구원은 “HDMI 및 USB, 비디오 입출력 등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대부분 지원한 ‘포트 허브 디자인’을 강조한 모니터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모니터 업체와 같은 처지에 놓여진 액세서리 전문업체들과 협업해 ‘넷북+키보드+모니터’가 한 세트인 제품패키지 생산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신제품 생산 이전 기획단계부터 체계적인 의사소통과 제조시스템이 요구돼 실제로 현실화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IDC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시장에서 노트북과 모니터를 함께 쓴다고 답한 사람은 32%로 응답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용패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궁극적으로 넷북과 맞먹거나 비싼 스탠드 얼론 모니터를 소비자들이 덜컥 구매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넷북과 관련 모니터 제품을 동시에 구매할 경우 가격할인을 해주는 마케팅 정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ROI를 강조하라”

두 번째 주문은 ‘생산성=모니터 크기’란 등식을 연속적으로 노출하라는 것. 현 세계적으로 컨수머모니터 시장의 비중은 62%, 기업 시장은 38% 정도로 집계된다. 후자인 기업용 시장에서 충분한 잠재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만IDC 루벤 연구원은 “노트북 화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대화면으로 작업을 할 경우 더 나은 생산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라며 투자대비효과(ROI) 극대화로 접근하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듀얼 모니터를 구매가 아닌 대여서비스와 같은 렌털(임대) 산업으로 가져갈 것과 대량구매로 통한 가격할인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루벤 연구원은 특히 “비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공기관 및 교육시장에서 최근 대형 와이드 스크린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저가’와 ‘특성화’란 두 개의 카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에 맞는 프로세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모니터 에코시스템’을 구축, 클라우드 컴퓨팅 붐에 맞춰 해당 업체에 필요한 솔루션을 컨설팅하고 이에 따른 모니터 제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윈도7-친환경-그래픽카드'에 주목

올해 태블릿PC와 함께 기대주로 이름을 함께 올린 본체와 모니터 일체형인 '올인원(All-In-One)PC'가 데스크톱의 바통을 이어 받으면서 터치스크린을 지원한 모니터 구매도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주문은 ‘데스크톱의 빈 자리를 매울 올인원PC에 주목하라’이다.

삼보컴퓨터 김종길 디자이너 총괄은 “삼보의 루온 A1과 같은 올인원PC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한 터치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화에 소외된 사회적 그룹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라며 “PC시장의 바리케이드(진입장벽)를 거둬낼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 모니터 시장에 적잖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화면 멀티미디어 능력이 요구된 그래픽카드 시장의 기술판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루벤 연구원은 “윈도7은 모니터를 두 개 이상 놓고 쓰기에 적합한 OS이자 더욱 정교하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윈도7의 부속 기능 ‘다이렉트11’과 AMD의 아이피니트(6개의 화면을 하나의 화면처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가 결합해 비주얼 만족도를 극대화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면 과제는 이 같은 선호도를 특정 그룹만이 보유하는 것이 아닌 일반사용자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 전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스타’와 같은 인증마크가 최근엔 제조사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더불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어우러지고 있다. 때문에 요즘 모니터는 기업이미지 재고와 판매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친환경’ 메시지를 함께 담을 수 있어야 한다. ■'3D 입체·대화면 모니터' 라인업 강화

대화면 모니터 판매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네 번째 주문은 대형 디스플레이 가격하락세와 궤를 맞춰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23~24인치 모니터를 주목’하라는 것.

22인치 모니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23~24인치로 확대돼 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IDC는 “올해 23~24인치 모니터 시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다 하반기 안정화 추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6대 9 화면비율의 방송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늘면서 사용자들의 선호도가 4대 3 화면비율에서 16대 10, 16대 9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와이드스크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24인치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나와 최현준 주임은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던 19인치와 22인치 제품이 지난해부터 20%대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 점유율의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엔 또 올해 IT시장의 최대 화두인 3차원(D) TV를 시청할 수 있고, 입체화면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3D 모니터’가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3D 입체영상은 극장처럼 화면이 클수록 사실감도 똑같이 비례하므로 이 같은 대형 모니터 수요를 연속적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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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는 대기업 중심의 편중화가 더욱 고착될 전망이다. 대만이나 국내 중소업체의 시장파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얘기다.

IDC에 따르면 데스크톱PC의 번들 제품 판매 비중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고객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 증가,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채널 및 파트너사 확대, 전문패널 제조사로서의 이점, 대규모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구조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