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010 번호통합 정책 방향이 올 상반기에 최종 결정된다. 010 번호통합은 그 동안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방송통신 산업전망 컨퍼런스'에서 상반기 중 010 번호통합 정책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완용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010 번호통합 정책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에 사업자간 경쟁과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통합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당초 방통위는 010 번호 가입자가 80%를 넘어서면 이동전화 번호 통합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010 가입자는 3천793만여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79.1% 수준. 이에 따라 올 3월경 8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정책 결정도 같은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010 번호통합은 지난 2004년 이른바 '011 프리미엄'을 시장에 형성하고 있던 SK텔레콤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정책이다. 모든 이통사의 번호가 같아지면 경쟁의 초점이 서비스 품질로 맞춰져 기존의 불공정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도였다.
그렇지만 010 가입자 비중이 80% 수준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통사간 시장점유율은 큰 변화 없이 고착화됐다. 또한 경쟁사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연간 수조원의 마케팅비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통신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 받아 왔다. 010 번호통합이 된다고 해도 이러한 출혈 경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T링', KT는 '010 이전번호서비스' 등 여전히 자사만의 대비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T링은 상대방이 SK텔레콤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 경우, "띵띵띠리링~"과 같은 식별음으로 010에서 SK텔레콤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또 KT의 010 이전번호서비스는 기존 01X 가입자가 010으로 번호를 바꿔도 겉으로는 여전히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결과적으로 이 2가지 서비스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별 이동전화 번호는 '정체성'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번호를 행정적, 산업적 요인으로 바꾸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G(01X)에서 3G(010)로 전환 시 번호이동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010통합 정책을 정당화했던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력도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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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방통위는 010 번호통합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정완용 과장은 "010 번호통합이라는 방향은 달라진 것이 없다"라며, 010 가입자 비중과 시점, 그리고 통합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을 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올 상반기에 010 번호 완전 통합을 본격적으로 검토/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문기관(KISDI)에서 010 통합 관련 연구용역 과제 수행에 착수했으며, 향후 관련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 정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