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구글 사태와 중국의 딜레마

일반입력 :2010/01/19 16:38

권화섭

구글은 정말 중국 시장에서 손을 뗄 생각이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구글은 무엇 때문에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이길 가망이 전혀 없고, 또 얻을 것도 별로 없는, 무모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가? 그 배후에서 미국 국무부는 어떤 작용을 하고 있고, 또 오바마는 어떤 생각인가?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중(美中) 양국관계는 미묘하기 짝이 없다. 한 쪽은 기울어지고 있는 지금의 슈퍼파워(초강대국)이고, 다른 한 쪽은 떠오르고 있는 내일의 슈퍼파워로서 운명적인 경쟁관계에 있다. 다른 한편으로 두 나라는 한 쪽이 세계 최대의 생산 및 수출국이자 채권국인 반면, 다른 한 쪽은 세계 최대의 소비 및 수입국이자 채무국으로서 숙명적인 공생(共生)관계에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구글의 도전은 이런 미중 관계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미중 양국은 글로벌 패권의 경쟁자로서 항시 서로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채권-채무자의 관계에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 구글 사태가 터진 지난 12일 이후 양국의 움직임은 이런 점을 잘 말해 준다.

만약 구글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였다면 중국 공안당국은 당장 구글 사무실들을 패쇄하고 직원들을 구금하거나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구글과 다른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 “콘텐츠를 규제하는 중국 법률을 지킨다면 어떤 업체이든 환영한다”는 이례적으로 점잖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구글 자체도 중국 측의 검열을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google.cn에 대한 자율 검열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구글이 주장하는 중국 당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중국 측에 비해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쉬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구글 사태가 터진 이틀 후인 지난 14일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부책임자와 만났지만 그것이 “공식적 호출”(formal summon)도 아니었고 또 “자신의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익명의 한 국무부 관리는 밝혔다.

이런 상황은 미중 두 나라가 구글 사태를 되도록 확대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구글 사태는 결코 쉽게 덮어질 문제가 아닌 것도 확실하다. 구글 측은 이번 문제를 터트리기 앞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그 계획을 먼저 알렸고, 양측은 이미 수개월 동안 중국 측의 사이버 공격에 관해 논의해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를 준비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만날 계획이라는 점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번 사태의 진상이 무엇이든 구글 측이 ‘인터넷의 자유’라는 고매한 이상을 지키기 위해 중국 측의 검열에 도전했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은 너무나 순진하다. 절대 다수의 누리꾼들은 구글이 지난 2006년 이후 중국 측의 검열에 협력해 왔고, 또 2008년 티베트 반란 사태에서는 현지 비디오물들을 봉쇄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글들을 삭제하기까지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글 측의 의도에 의아해 한다.

구글은 글로벌 서치 엔진의 패권(hegemon) 기업이다. 이런 구글의 관점에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에서 단순히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어째서 터진 것인가? 그 배경에 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 사람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D. 크리스토프이다. 그는 구글이 주장하는 중국 측의 사이버 공격은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중 양국 간에는 사이버 안보에 관한 막후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제임스 루이스 선임연구위원은 구글 측이 해킹 공격을 받은 바로 그 시점인 지난해 12월 중국 정보기관과 연관된 한 연구소의 대표들과 미국 전문가들이 중국 측의 사이버 스파이 혐의에 관해 논의했다고 확인하면서 “양측은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지기 전에 수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는 또한 지금까지 중국 지도층이 경제개발을 위해 인터넷의 개방성을 어느 정도 용인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로 간주되는 등소평은 경제개발을 위해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면서 동시에 체제유지를 위한 사상통제에는 매우 위험스러울 수 있는 복사기와 팩스, 휴대전화, 컴퓨터, 외국 법무법인 등을 함께 받아들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기존의 검열과 도청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없게 만들 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 달라이 라마와 외국 대사관 및 정부 컴퓨터들에 대해 가해진 정체불명의 사이버 공격은 비록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중국 측이 체제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이버 전(戰)을 벌일 수 있다는 시사로 간주되고 있다.

앞으로 미중 양국 간에 구글 사태가 어떻게 다루어질지는 단순한 정보의 자유라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정치 및 경제적 관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중국 지도층의 관점에서 체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보의 자유라는 서구적 가치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진행되면 될수록 정부의 정보통제와 비판의 봉쇄는 한계에 부닥치게 되며, 결국 정보자유화와 경제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 연계성을 확인하게 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