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힘'으로 뉴IT코리아 돕고 싶다"--오해석 대통령 IT특별 보좌관

[김경묵의 인물탐구-1]

일반입력 :2010/01/18 10:49    수정: 2010/01/21 16:21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기자

쇼파가 없네요?

쇼파요? 일할때는 원탁 테이블이 딱이에요.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앉아 얘기해야 제대로 소통이 되죠.

그정도 위치면 으레 소파가 있으려니 했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책상 두개와 허름한(?) 원탁 테이블 하나 뿐이다. 13일 오전 찾아간 오해석 대통령 IT특별 보좌관 사무실의 풍경이다.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에도 휴대폰이 수시로 울린다. 미안해 하길래 받으시라고 했다. 솔직히 누군지 궁금해 물었더니, 대부분 IT부처 관계자들이다.

지난해 9월 오해석 전 경원대 부총장이 이명박 정부 IT특보로 임명됐을 때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진 상황에서 IT업계를 대변할 창구였기에 기대감이 컸고 수석 비서관도 아닌 특보자리가 하면 얼마나 할 것인지 하는 생각에 우려가 쏟아졌다. 중소벤처기업들 사이에선 우려가 힘을 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우려에 담긴 메시지는 대충 이랬다.

전문성은 인정하지만 밥그릇을 챙기려는 부처들 사이에서 특보라는 타이틀로 과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건설과 토목 색깔이 짙다는 평가를 듣는 정권에서 '얼굴마담' 노릇이나 하다 그만두는 것은 아닐까?

당사자에겐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까칠한 시선은 지금도 목격된다. 정부 차원에서 IT에 좀더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업계의 바람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일게다. 기대가 있으니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 우려는 기대의 다른 말일 수 있다.

오해석 특보가 임무를 시작한 지 4개월이 흘렀다. '백호의 기운'이 강조되는 새로운 한해도 시작됐다. 이래저래 묻고싶은 게 많아질 시점이다. 주변의 기대와 우려섞인 시선에 대해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래서다. 지디넷코리아가 2010년 창간 10주년을 맞아 IT분야 주요 인물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김경묵의 인물탐구'의 첫 인물로 오해석 IT특보를 선정한 이유다.

말 그대로 원탁테이블은 대화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무엇보다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얼굴을 곧바로 맞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앉자마자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IT특보가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IT정책 콘트롤타워'로서 그동안 거둔 성과는 무엇인지, 또 아직도 IT특보를 '명예직'이라고 생각하는 시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인간 오해석에 대한 얘기들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대가 많을 거에요. 우려하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려면서도 오해석 특보는 자신을 '콘트롤타워'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럴 위치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단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은 코디네이터. 지식경제부나 방송통신위원회,문화부 등 IT업무를 담당하는 담당 부서들을 뒤에서 도와주는 것인지, 앞장서 나를 따르라해서는 안된다. 특보가 너무 나대면 '오버액션'이고, 반칙이란다.

IT특보는소통의 코디네이터그는 인터뷰중 소통이라는 말을 무척이나 많이 사용했다. 소통은 오 특보가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였다. IT특보는 '콘트롤타워'가 아니라 '코디네이터'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IT업계 빅뉴스중 하나가 IT특보 신설입니다. 수석비서관을 원했는데 특보 직책에 머물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그러면서도 기대도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IT특보가 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특보 자리를 신설할 때만 해도 IT업계 분위기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습니다. IT를 무시한다는 여론이 강했잖아요? 이를 감안해 정부가 과학기술 특보가 있었음에도 IT특보를 별도로 만든 겁니다. IT특보가 하는 역할은 소통의 창구입니다. 개인적으로 특보로 임명된 뒤 각종 간담회에 참 많이 다녔습니다. 세미나, 자문회의 가리지 않고 갈수 있으면 다 갔어요. 100회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간담회에 가서 만난 사람들도 1천명이 넘을거에요. 이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고 청와대 입장도 적극 설명했습니다.

-정보통신부가 있었을 때는 거기서 IT정책을 기획하면 됐는데, 지금은 정부 IT업무가 몇개 부처에 나눠져 있잖아요? 이런 가운데 범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할 IT 관련 업무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집중력과 일관성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코디네이터가 필요할 수 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콘트롤 타워'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IT특보가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는 아니거든요. 범부처 차원에서 할일이 있으면 제가 주관해서 정책을 조율하고, 이끌어 나가고 실행 계획을 짭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에 IT를 접목하는거에요. 가칭 스마트 리버 프로젝트입니다. G20 정상회의를 IT로 지원할때도 코디네이터 역할이 요구됩니다. 요즘 뜨고 있는 3D 관련 산업 육성도 마찬가지죠. 장비는 지식경제부, 콘텐츠는 문화부, 방송은 방통위에서 담당하는데, 따로따로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럴 경우 제가 코디네이터로 나서는 거죠.저는 대통령 IT특보입니다. 부처에 소속된 공무원이 아니에요. 국회와도 관련이 없어요. 그런만큼 대통령 국정철학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IT로 뒷받침하는 것도 IT특보가 하는 역할입니다. 몇천억을 들여 뭘 하겠다 하는 식의 업무는 제일이 아니에요. 해당 부처에서 해야죠.

-많은 활동을 했는데, 지금까지 IT특보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요즘 청와대에서 IT라는 말을 많이 써요. 변화라면 변화일 것 같습니다. IT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내부 소통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비서관들도 만나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도 꼭 한마디 하려고 합니다. 정부안과 밖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것이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겠지만 외부에서 IT업계 분위기 좋아졌다고 하고, 정보화 문제도 그 전보다는 잘 돼가고 있다는 평가도 듣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정부가 IT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올해부터 IT특보로서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습니까?

기본 틀은 지난 해와 비슷합니다.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SW와 IT서비스 산업 육성이에요. SW업체들이 요즘 어렵잖아요? 정부에 대한 바람도 크고요. 올해는 대형 IT서비스 업체와 중소SW기업들이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경부에서 SW정책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빠르면 다음 달 중 의미있는 발표가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방향은 잡혔나요.

SW품목중 해외에 수출 가능한 아이템을 50개 정도 뽑아 놨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중장기적으로 키워 주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정부 지원 예산만 무조건 늘리는 것은 이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자기 상품이 있어야죠.

-벤처업계를 위해서도 많은 목소리를 냈던 만큼 벤처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앞서 나설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특보가 되기 전부터 벤처 육성을 위해 벤처포럼을 열심히 했던 만큼, 지난해 벤처 업계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중소기업청과도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고요. 벤처 지원은 창업한 기업들을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현재로선 창업 자체가 중요합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학생들이 벤처창업에 관심이 없어요. 공무원과 교사가 인기직종이 됐잖아요? 도전해서 뭘 해보자 식의 접근은 별로 없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창업을 권하기에는 사회환경이 너무 안좋잖아요?

사회 분위기 상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처럼 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벤처 업계 선배, 정부 관계자들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창업에 나서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망하더라도 벤처들이 나와야, 이들이 중견기업이 되든 대기업이 되든 할 거 아니에요? 젊은이들의 열정을 수렴할 곳이 없는 사회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도 정책지원을 통해 벤처 창업을 유도하겠지만 '미쳐야 미친다(도달한다)'는 말이 있듯이 꿈꾸는 젊은이들 많아야 정말 IT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다양한 IT기술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심있게 보는 IT트렌드나 기술은 무엇입니까?

예전에는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저는 요즘 IT시장을 확실한 엠(M)시대가 열렸다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엠은 모바일(Mobile)할때 엠과는 성격이 달라요. 엠은 우선 메시(Mesh)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메시가 그물처럼 얽혀있는 것을 말하잖아요? 네트워크가 점점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인터넷을 하고 도로 교통망, 에너지 네트워크도 그물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메시의 시대가 오고 있어요.

그려면 사람들은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동(Motion)의 시대가 오는거죠. 제가 말하는 엠은 이런 의미도 있습니다. 메시와 모션이 확산되면 소외계층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좋아집니다. 그런 만큼 엠은 마이너리티(Minority)란 뜻도 갖고 있습니다. 메시와 모션 그리고 마이너리티를 주도하는 매체가 바로 스마트폰이에요. 이에 청와대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중입니다.

오 특보는 올해가 스마트폰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가려져 왔던 콘텐츠와 SW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에게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지 물었다.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뭐가 좋아요?하고 묻길래 요즘 아이폰이 뜨고 있습니다 했더니 아이폰을 사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위치상 외산을 쓰기는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쓰게 될 스마트폰은 우리나라 제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사원에서 IT특보까지, 삶을 지배하는 악바리(?) 코드

51년생인 오해석 IT 특보는 경북 상주출신이다. 스스로도 '촌놈'이라 부른다. 그는 지독할 만큼,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주말에도 그렇단다. 봉급쟁이 생활을 해가면서 석박사 과정을 밟아, 32세에 교수가 됐고 다양한 활동 경력을 거쳐 IT특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의 이런 습관도 한몫 크게 거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와 얘기를 하다보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악바리' 이미지가 진하게 풍긴다. 그야말로 워커홀릭형 공무원 스타일이다. 회사다닐 때나, 교수로 있을때나 공무원이 됐을때나 사는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러고보니 습관 참 무섭다.-회사원에서 교수 그리고 대통령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철학도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도 , 지금도 신조가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그러면 길이 열립니다. 젊은 층에서 열악하고, 월급도 얼마 안된다며 좌절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대우를 잘받으며 생활했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러나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열릴 거에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IT특보를 맡고나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사건은 있었습니까?

회사 경험을 한 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제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고 빨리 취직해서 부모님 부양하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저도 졸업 후 태평양화학 등에서 회사 생활 5년 정도 했습니다. 그것이 인생을 바꿔 놨어요. 그때 체득한 의식과 사고방식, 생활 습관이 그대로 가더라고요. 교수할때도 회사다닐 때처럼 했어요. 일찍 출근하고 저녁까지 일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주말에도 그랬습니다. 일 하듯 교수생활 하니 성과도 많았습니다.

-회사원에서 교수로 변신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회사다닐 때 보너스가 나왔는데 집에 '안죽었다'는 것만 알려주고 일주일 간 잠적을 했어요. '지금 하는 일은 내 길이 아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부양 가족이 있는데... 유학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주어진 환경은 안돼다 보니 내린 결론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였어요. 곧바로 서울대 대학원 입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원 입시가 11월 경이었던 것 같은데, 합격했다고 하니까 회사에서 일하며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거여요. 그러면 나가겠다고 하니까 주간에도 대학원을 다니게 해 줬어요. 요즘으로 말하면 파트타임으로 뛴 거죠. 그러면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래도 오랫 동안 교수로 계셨던 것을 보니, 학계가 적성에 맞으셨나 보군요.

사실 박사를 마치면 다시 회사로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교수는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거든요.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오히려 제가 자극받는 일도 많구요. 또 교수 생활하면서도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모임도 많이 나갔고 현업에 계신 분들과도 자주 만나 자문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컨설턴트라는 말을 좋아해요.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가르치고, 외부 활동도 많이 하고 바쁘게 사셨으니 가족들은 참 힘들었겠네요.

이 점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없습니다(웃음). 제 나이때 인생을 사신분들은 정말 대부분 직장에 헌신적으로 열심히 사신 분들입니다. 요즘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죠. 특히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 온 터라 나중에 집에서도 그러려니 하더라고요 그는 지금도 새벽 5시면 일어나 7시출근 ,밤 10시 퇴근을 시계추처럼 하고 있다.

-특보로서도 그렇고, 인간 오해석으로도 그렇고 닮고 싶은 롤모델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부모님 역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부모님이 큰 인물은 이니에요. 배우지 못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부모님들로부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어요. 아버님은 항상 '욕심내지 말고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부지런하고 건강한 편이셨고요. 사회에 나와서는 경원대 이길여총장을 높게 평가합니다. 열정과 순발력, 벽이 없는 사고방식 등 배울점이 많아요. 이명박 대통령도 옆에서 보면 직관력과 결단력면에서 따라가기 힘들만큼 대단한 분이고, 공인으로서는 오명 전 장관님을 귀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뱅크라는 닉네임도 갖고 있는데,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노하우가 무엇입니까?

우선은 많은 분들을 만나 대화속에 얻는 아이디어가 가장 많구요. 또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약속시간이 한시간 비어 있으면 서점에 갑니다. 무조건 책 한두 권 사요. 책말고 텔레비전 볼 때도 인상깊은 게 있으면 인터넷 검색해서 정리를 해놓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보고요. 등산도 자주 합니다. 생각이 필요할 때는 혼자서 가요. 두세시간 걸으면서 뭐하겠습니까? 생각말고 할게 없잖아요. 가기 전에 미리 주제를 정해서 등산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려올 때는 대체로 솔루션이 나오더라고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생각이 필요할 때는 험한 코스는 타지 않습니다. 힘들면 생각이 안되잖아요.(웃음)

-최근에 읽었던 책중 인상깊었거나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최고의 책은 삼국지라고 봐요. 삼국지는 중고등학교 때 많이 봤고 작년에도 다시 읽었어요. 최근에는 역사책이나 세계사 관련 책들도 많이 봅니다. 역사의 흐름과 제 인생을 비교해 볼 때도 있고요. 젊은이들에게는 실용경제 같은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세상 돌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니까...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중 누구와 어울리다고 생각하는지.

누구나 유비가 될 수 없습니다. 삼국지를 놓고 보면 제갈량이 저와 가까운 거 같아요. 너무 오만한가요?(웃음) 제갈량은 컨설턴트입니다. 판단은 보스가 하는거죠. 유비가 구성한 조직도 참고할 만 합니다. 조직에는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같은 사람이 모두 필요해요. 유비같은 사람만 있으면 조직이 굴러갈 수 없습니다. 역할 분담이 중요해요.

오해석 특보는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로 부른다. 목표 지향적이다. 공부 열심히 해라가 아니라 공부해서 무엇을 할지에 가치를 둔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의 목표는 이명박 정부 에반젤리스트로서 정부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 그런 만큼 업계 및 정부 부처들과의 소통에 바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소통에도 실용주의적이다. 가급적 쉽고 상징적인 문구를 즐겨 쓴다. '운칠기삼'이 대표적이다. 뜬금없이 웬 '운칠기삼'이냐 물을 수 있겠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정부 IT정책을 요약하면 디지털 최강국 코리아를 위한 IT 7대 전략과 국민 고충을 덜어 드리는 3대 IT민생 프로젝트로 요약된다. 7대 전략은 산업적 이슈가 3대 프로젝트는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오 특보는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운칠기삼(運七三)'이라 부른다.

풀어 쓰면 국운을 융성케 하는 7대 IT전략과 국민의 기를 살리는 3대 IT프로젝트. 국운의 '운'과 국민의 기에 '기'를 합쳐 운칠기삼이란 말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장차관 워크숍에서 운칠기삼 얘기를 했더니 여려군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는게 그의 귀띔이다.

오 특보와의 인터뷰는 이쯤해서 마무리할까 한다. 독자분들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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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그가 이제 조금은 삶에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놀맹놀맹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인간 오해석으로서의 삶에도 시간을 좀더 투자했으면 좋겠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렸으면 좋겠다. 다른 때는 몰라도 최소한 '빨간 날'만큼은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도 그는 충분히 치열하게 살아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