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한 USB3.0 시대 개막

외장형 HDD와 메인보드간 불균형으로 초반부터 삐걱

일반입력 :2010/01/14 08:30    수정: 2010/01/14 14:29

남혜현 기자

열배 빠르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이전에 비해 전송속도가 열배나 빨라졌다고 하는 USB3.0 기술을 적용한 하드웨어가 나오자마자 반쪽짜리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로서는 크게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웨스턴디지털, 씨게이트 등 주요 외장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는 이달초 USB 3.0을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고 이전보다 전송속도가 10배 빨라졌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도 체감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정은 PC 메인보드에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장하드 등 주변기기에서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지더라도 PC 메인보드가 USB 3.0을 지원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PC에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좁아 원활한 (데이터) 흐름을 막는다는 것. 

USB 3.0은 기존 2.0 인터페이스에 비해 10배에 이르는 대역폭을 확보해 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할 차세대 기술로 기대를 모아왔다.  업계는 지난해 6월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와 칩셋에서 USB 3.0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텔이 이를 미루면서 USB3.0 도입이 늦춰졌다. 이에 메인보드 업체들이 대안으로 각자 방식으로 관련 콘트롤러 카드를 출시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브랜드 PC가 USB 3.0을 지원하지 않지만 관련 외장하드가 출시되고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메인보드 업체들이 제각각 USB 3.0을 지원하도록 별도 콘트롤러를 장착하거나 개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메인보드 업체들이 콘트롤러 카드에 채택하는 기술이 각기 달라 제품마다 성능 및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 이는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한 관계자는 "USB3.0을 지원하는 일부 메인보드의 경우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그래픽 카드 속도는 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3D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의 경우 데이터 속도를 얻는 대신 게임 속도를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USB3.0은 아직 체계화 되지 않은 기술로, 미래 기술을 제시하는 얼굴마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규격이 마련되지 않아 인텔에서 (USB 3.0을 지원하는) 칩셋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시장에서 관련 수요가 이미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바람직한 구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메인보드를 만드는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USB 3.0을 지원하는 제품을 찾는 문의가 많이 오지만 실제 사용에 있어 제품 효용성을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아직 제대로 된 규격이 나오지 않아 USB3.0을 기대한 만큼 사용하기는 이른 시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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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이제 인텔을 향하고 있다. USB 3.0 시대가 뭔가 이상하게 펼쳐지는것에는 인텔의 모호한 행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인텔코리아는 “인텔은 USB 3.0을 지원하는 그룹에 참여해 산업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텔은 CPU 칩셋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인텔과 칩셋 라이선스를 두고 법정 소송 중인 엔비디아 대변인 브라이언 버크는 지난 11월 인텔이 2011년까지 USB3.0이 가능한 칩셋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두고 "인텔이 칩셋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중요한 USB 업데이트 제공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