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까지 덮친 구글의 파격행보…왜?

일반입력 :2010/01/06 19:36

황치규 기자

'검색황제' 구글이 소문대로 넥서스원을 내놓고 스마트폰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에 주력하고 하드웨어는 협력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허문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다른 휴대폰 업체들과의 제휴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시도하지 못한 야심만만한 행보다.

휴대폰 업체들과의 협력은 구글이 모바일 시장 지분 확대를위해 강조해온 슬로건중의 하나였다. 그런데도 구글은 '넥서스원'을 발표했다. 잃는것보다는 얻는게 많다는 판단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담한 카드를 뽑아들리가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넥서스원을 꺼내든 것은 컴퓨팅 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은 만능 컴퓨팅 기기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은 지금 PC를 넘어 고성능 휴대폰을 통해서도 웹을 이용한다. 유선 중심의 인터넷 경제학을 뒤흔들만한 수준이다. 인터넷 비즈니스 수익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유선 인터넷 검색 광고에 의존하는 구글 입장에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장면들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새료운 컴퓨팅 패러다임은 모바일 컴퓨팅과 모빌리티"라며 "이는 인터넷 비즈니스 경제학을 바꿀 잠재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모바일의 급부상은 컴퓨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메인프레임에서 PC로, PC에서 다시 웹으로 컴퓨팅 플랫폼 무게 중심이 이동해왔듯 최근에는 모바일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업체간 역학 관계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역사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PC로 넘어올때는 MS가 IBM을 제치고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PC에서 다시 웹으로 플랫폼이 이동할때는 구글이 슈퍼파워로 대접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컴퓨팅 플랫폼에서 모바일 지분이 커질 경우 업체간 헤게모니는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구글은 이같은 흐름을 알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대비해왔다. 그런만큼, 구글은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도 주인공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구글의 빅 군도트라 부사장은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흥분된다"면서 "적지 않은 물량을 쏟아부은 만큼, 모바일에서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모바일 컴퓨팅 플랫폼 제패를 꿈꾸는 구글에게 넥서스원은 일부일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구글은 몇년전부터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해 적지 않은 물량을 쏟아부었다. 모바일 OS업체 안드로이드, 인터넷 전화 업체 그랜드센트럴, 모바일 광고 업체 애드몹을 인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구글은 지도나 위치 기반 서비스에도 공을 들여왔다. 이들 서비스가 GPS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에서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구글은 최근 지역 정보 서비스 업체 옐프를 인수하려 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이 모바일 광고에 계속해서 투자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

다시 넥서스원 얘기다. 터치스크린 기반 넥서스원은 대만 업체 HTC가 만들었지만 구글이 만든 스펙에 기반하고 있다. 칼끝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을 틀어쥔 애플 아이폰을 겨냥했다.

구글에게 아이폰은 두얼굴의 존재다. 아이폰을 통해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과 다른 구글 서비스를 쓰고 있지만 구글 보이스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아직 아이폰에서 쓸 수 없다. 애플이 막고 있는 탓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이 넥서스원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갈수록 확대되는 애플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넥서스원은 잠금장치없이 판매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은 원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에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군도트라 부사장은  넥서스원은 구글의 모바일 전략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시장을 보다 개방적인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것. 개방적인 환경속에 PC기반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모바일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구글에게 모바일은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환경으로 비춰진다. 심할때는 사용자가 구글 사이트에 오기위해 클릭을 열아홉번이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는게 군도트라 부사장의 지적이다.

구글에게 모바일은 기회의 땅이기만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쓰는 스타일은 PC와 다른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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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을 깔아 해당 서비스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구글을 통해 상업용 웹사이트를 찾아가는 PC 환경과는 다른 성격이다. 검색 광고로 먹고사는 구글로선 미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검색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은 이같은 지적을 일축한다. 모바일 매출 성장 속도는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팔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모바일 매출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