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의 MID(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가 전세계 시장을 관통한 한 해였다.
대기업이 TV와 휴대폰, 냉장고 부문을 석권할 때 몇몇 중견중소기업들은 모바일PC의 새 장인 MID에 사활을 걸었다. 단숨에 기술력은 충실하게 영글었고, 이름표도 없던 소형제조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미국과 유럽 등의 이동통신사들도 ‘러브콜’을 잇따라 해왔다. 해외수출의 물꼬도 자연스럽게 트였다.
유엠아이디(UMID)도 이 같은 대열에 뛰어든 ‘당찬’ 신생기업으로, 올해 대표작인 ‘엠북(M-Book)’ 하나로 매출액 100억원 고지를 넘었다. 낙관보다 비관론이 강하게 작용한 시장이었기에 이 업체의 성과는 관련 업계에서 적잖이 회자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자는 MID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문병도 유엠아이디(UMID) 대표를 만났다.
문병도 대표는 일본의 소형PC 제조사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고진샤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시장에 진출한 성과를 가장 먼저 지디넷에 털어놓았다.
“고진샤 회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우연히 저희 제품을 매장에서 봤었나 봐요. 다음날 ‘조찬모임을 따로 가질 수 있겠나’라고 물어오더군요”
고진샤와 제품DNA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작고 얇으면서 강한’ 이 3박자로 유엠아이디는 고진샤와 기술동반자로 관계를 맺게 됐고, 이를 인연으로 현재 일본에서 자사의 기술력을 녹여낸 MID 2종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권 소비자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제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소니 노트북 ‘바이오’만 해도 그렇죠. 크기를 줄이는 데 기술력과 자금을 엄청 쏟고 있잖아요. 4.8인치 작은 스크린에 컴퓨터 화면 전체를 담은 저희 제품이 일본시장에서 호평을 얻은 것도 이 같은 문화적 공감대가 있던 덕분이죠”
MID 제품 중 대략 70%가 해외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중소기업 홀로 해외시장을 파고드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깨기에 비유될 정도로 험로다. 때문에 문대표는 파트너십을 통한 해외수출전략을 꾀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유럽 진출의 첫 시동도 전략적 파트너십이 우선 거론됐으며, 프랑스 휴대폰 업체인 사젬(Sagem)과 MID 제품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낭보가 하반기에 날아들었다.
“사젬에서 우리의 모바일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8천명 규모로 사업부를 하나 구성했어요. 이정도면 상당히 공격적이죠. 이달부터 저희 제품이 출하됐고, 현재는 여름 시즌에 나갈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연간 10만대 규모로 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것이 사젬과 우리가 공유한 목표입니다”
이를 토대로 터키 등 유럽 시장에서도 유엠아이디 MID를 만나볼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 문대표의 전망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MID 콘셉트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텔도 한국기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하고 있다는 것. 최근 유엠아이디를 방문한 인텔 고위급의 한 임원은 '한국기업이 우리가 생각했던 가장 제품다운 제품을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작년 CES에서 저희 제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 인텔에서 ‘상상 이상의 제품’이라고 평하더군요. 노트북 키보드를 1/4 크기로 줄여 MID 제품에 처음 적용한 것이 아마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세계 노트북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대만PC 업체들도 이 정도로 작은 제품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문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여기에 내장형 통신 모듈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연출했다는 점은 전 세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인텔과의 협업 관계도 더욱 끈끈해졌다. 인텔은 현재 MID 제조사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좀처럼 기업들이 뛰어들지 않았던 탓도 있으나, 이 같은 어려운 국면을 한국기업들이 기술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도 강하게 작용했다.
올해 문대표는 유엠아이디가 MID의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저희 같은 중소업체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 하나로 승부수를 던진 것에 대해 소귀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작년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만해도 연 매출 10억이 안 되는 작은 회사였는 데 올해는 거의 열 배가 넘게 성장했거든요
회사는 이 같은 탄력을 받아 내년 CES에선 MID 신제품 ‘엠북 비즈’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모바일 오피스 제품으로 교육용 시장을 겨냥했던 기존 제품과는 타겟팅을 달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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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과 스마트북, 스마트폰 등 더 격렬해지는 모바일 시장 선두권 싸움에서 MID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향후 해결되어야할 과제는 없나? 불씨가 꺼져가는 한국 IT벤처인들의 도전을 위해 문대표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정부나 관련 기관의 관심일테죠. '머니파워' 앞에서 중견중소기업의 힘은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MID는 한국 중견중소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분명이 할 테니,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