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매출 3억' 디카 MD의 하루

일반입력 :2009/12/25 09:26    수정: 2009/12/28 11:48

이장혁 기자

일매출 3억은 온라인몰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의 로망이다. 3억이 5억 되고, 5억이 10억 되는 건 순간이기 때문. 업체간 경쟁뿐 아니라 MD와의 경쟁은 바로 '전쟁'이다. 상품가격을 1천원, 2천원 낮추기 위해 한 달을 공들이는 것은 기본이고 분단위로 해당 제품의 모든 것을 검색한다.

하루 최고 매출 3억, 디지털카메라만 가지고 월평균 25억원대 매출을 내는 한 온라인종합쇼핑몰 MD를 만났다. 롯데닷컴 디지털카메라 MD 함화연씨의 공식 일정은 오전 8시부터다.

■오전 8시 - 출근길, 디카 관련 신문∙주간지 읽기

디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신문은 매일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살펴본다.

안 읽으면 허전해요. 오늘 언론에 노출된 상품은 어떤 모델인지, 고객은 어떤 상품에 반응하고 있는지,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모두 상품 판매에 반영되거든요.

함화연MD는 하루의 시작을 신문과 주간지 모니터링으로 시작한다. 마치 학습지를 탐독하듯 밑줄까지 쳐가며 읽는다. 상품을 기획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다는 것의 그의 지론이다.

■오전 9시 - 전시 및 수량체크, 노출확인

9시는 어제 하루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상품을 신상품으로 교체하고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핫이슈 상품의 경우 재고는 충분한지, 타 쇼핑몰과의 가격 경쟁은 밀리지 않는지 자세히 점검한다. 가격문제가 없는데도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잠시 내려 새로운 패키지를 구성해본다. 고객이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고민해보기도 하는데.

올림푸스 e-420을 판매할 때 얘기에요. 원래 기본구성은 바디와 18-55렌즈 뿐이었는데 여기에 유저들이 많이 쓰시는 단렌즈를 추가로 구성해봤거든요. 그랬더니 그 전엔 하루에 5~6대 나가기도 벅찼던 상품이 하루 만에 80대가 나갔습니다. 주문량이 10배도 넘게 증가해 대박을 낸 사례도 있었죠.

함MD의 매출 노하우가 여기에 있었다.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 두 번 주문할 것을 한번으로 줄여주는 데다 이것저것 끼워주는 '덤' 사은품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소니 알파 시리즈를 판매할 때도 더블렌즈 킷을 트리플렌즈 킷으로 바꿨는데 바로 주문량이 크게 급증했다.

이밖에 롯데닷컴과 외부 사이트에 걸리는 각종 행사배너 관리도 MD의 몫이다. 행사 내용이 배너로 잘 제작되었는지, 제자리에 걸려 잘 돌아가고 있는지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만큼 MD는 세심한 부분을 꼼꼼하게 항상 살펴야 된다.

■오전 10시 - 각종 기획전 및 예약판매전 오픈

만반의 준비가 끝나면 시계가 벌써 10시를 가리킨다. 백화점으로 따지면 개장 시간이다. 각종 기획전과 예약판매전이 시작된다. 오전 10시는 고객이 롯데닷컴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올림푸스 PEN EP1'의 주문을 10시에 시작했다가 오픈 3분 만에 매진사례를 빚기도 했어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는 순간이죠. 작은 부분이라도 놓쳤다가는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그림부터 작은 그림까지 모두 그려봐야 해요. MD란 직업이 고단한 이유다.

■오전 11시 - 행사기획, 상품수량 및 가격네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뒤의 행사를 준비한다. 미리 준비해야 많은 상품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 얼마나 좋은 상품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MD 역량이고, 곧 매출이다.

디카의 경우 니콘, 캐논, 올림푸스 등 협력업체 담당자와 상품 수량을 결정하고 가격 협상에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매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롯데닷컴 단독특가, 단독 사은품을 잡기 위해 경쟁이 정말 치열하거든요. 캐논 EOS 500D나 올림푸스 PEN 같이 소량 입고되는 상품은 수량 확보 경쟁이 거의 전쟁 수준이죠.

시즌별로 대형행사를 준비해 매출을 극대화시켜 구매력을 확 키우기도 한다. 매년 2~3월은 졸업입학 시즌이라 선물패키지를 구성하고, 7월은 여름휴가 시즌이라 방수캠, 방수디카를 특가에 내놓는 기획전을 진행하는 식이다. 요즘은 12월이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념해 구매고객에게 포인트와 사은품을 덤으로 제공하는 사은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가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을 때는 답답하기도 하지만 행사가 어렵게 탄생하는 만큼 결과는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세상에 공짜란 없다니까요. 항상 실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오후 1시 - 동업계 현황파악, 고객 선호도 조사

가전상품만큼 가격에 민감한 상품군이 또 있을까. 그만큼 가격 경쟁이 상당히 심한 것이 가전상품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객을 뺏기는 것도 부지기수. 고객을 빼았기지 않으려면 MD 역시 민감해져야 한다.

항상 동종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주요 온라인사이트들을 돌면서 가격과 행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봐요. 타 쇼핑몰이 좀 더 잇점이 있다면 우리쪽도 바로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디카 관련 전문사이트나 커뮤니티 방문도 필수예요. 고객의 눈길을 끄는 상품은 무엇인지 일일이 댓글까지 꼼꼼히 봐요. 이런 곳에서 가끔 재미있는 아이이어가 생각나기도 하거든요.

롯데닷컴은 타 쇼핑몰에 비해 콤팩트 디카 판매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여성고객층이 워낙 두터운데다 30대~50대까지의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콤팩트 디카의 추세는 쉽고 편리해 '아무나 찍어도 잘나오는'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선물특가전에서는 콤팩트 디카 인기모델을 풍성하게 마련했다. 함MD는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2시 - 업체미팅, 시즌별로 신제품 발표회 참석

오후 타임은 주로 업체미팅을 갖는다. 오전에 유선상으로 나누었던 얘기를 구체화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웬만하면 상품을 직접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아는 만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은 거의 전문가가 다 됐다.

2~3월과 6~7월, 9~10월에는 신제품 디카가 집중 출시되는 시즌이다. 이때는 신제품 발표회에 꼭 참석한다. 그리고 매년 봄에는 도쿄 포토 이미진 엑스포(photo imaging expo)나 국내 포토 이미징(photo imaging) 행사도 참석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가서 현장을 보면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와 벅찬 숨소리를 느낄 수 있어요. 이 순간만큼은 제가 어떤 상품을 기획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바로 고객이 알려주니까요.

■오후 3시 - 매출현황 점검, 고객 문의사항 확인

고객문의, 배송 및 반품률 역시 MD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전담업무다. 오후 3시가 되면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현황을 점검하면서 한번 더 통합확인한다. 고객모니터링을 통해 고객의 상품평에 직접 댓글을 다는가 하면,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온 상품에 대한 문의내역도 꼼꼼히 정성들여 답한다. 상황에 따라 기획전을 변경하거나 할인율을 조정하기도 한다.

■오후 5시 - 마케팅과 대형행사 협의, 영업전략팀과 예산협의

MD는 내부 마케팅팀이나 영업전략팀과도 협의가 필요하다. MD마다 각 담당 상품의 영업을 책임지고 있지만 전사 영업을 책임지는 팀과의 협업 또한 필요하기 때문. 롯데닷컴 메인 화면에서 디카 관련 상품과 기획전을 얼마나 잘 노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기서 부여받을 목표 매출액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각 분야 담당자와 회의를 통해서 좀 더 고객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후 6시 - 공식 업무 종료, 동업계 모임∙업계 세미나 참석

공식 업무가 종료되는 6시 이후 저녁 시간은 개인발전을 위해 할애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업계 세미나, 프로유저들의 모임, 사진작가 개인전 등을 찾아 다니면서 디카와 관련된 소식이나 트렌드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아직 내공이 약해서 주로 듣는 편이지만 배울 것이 많아 자주 찾아가고 있어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장이 되거든요. 비록 지금은 병아리 MD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아름다운 공작새로 탈바꿈하고 싶어요. 디카에 대해서는 최고의 MD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주세요.

※디카전문 함화연MD가 추천하는 베스트5

①애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lovely 디카

'삼성VLUU ST550'’를 추천한다. 듀얼LCD 모니터로 사랑하는 연인과 뽀샤시한 셀카찍기에 그만이다.

②부모님께 선물하기 좋은 편리하고 쉬운 디카

언제 어디서 누가 찍어도 바로 작품이 되는 '캐논 IXUS 95IS'는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고 조작도 쉽다.

③소중한 우리아이 쑥쑥 자라는 모습 담아볼까

'캐논 EOS 500D KIT'이 제격이다. 1500만 화소의 생생한 고화질 구현에 HD동영상 촬영이 가능해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한번 구비해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디카다.

④DSLR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디카

'소니 A380 더블렌즈킷'은 입문자에게 필요한 모든 구성을 다 갖췄다. 다양한 렌즈를 통해 경험 쌓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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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과거의 향수를 추억하는 마니아 층 위해

클래식 디카의 부활 '올림푸스 PEN EP1'은 디자인을 뛰어넘는 기술력으로 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