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IT업계 성장전략, M&A 뿐인가?

기자수첩입력 :2009/11/26 15:14    수정: 2009/12/01 21:37

황치규 기자

요즘 세계 IT업계의 화두중 하나는 대통합일 것이다. 큰 업체가 작은 업체를 집어삼키는 M&A 열풍이 그칠줄을 모른다. 최근에도 빅딜은 쏟아지고 있다. 상반기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선언한데 이어 최근에는 휴렛패커드(HP)가 네트워크 업체 쓰리콤을 손에 넣었다.

IT업계 M&A 열풍은 2000년대초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거품이 꺼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M&A를 적극 활용했던 것이다.

특히 IBM, HP, 오라클, 시스코같은 규모가 큰 기업들은 몇년 사이에서 수십개 업체들을 집어삼키는 왕성을 식욕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인포믹스, BEA시스템즈, 비즈니스오브젝트, 하이페리온, 코그노스, 파일네트, 다큐멘텀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전문 IT업체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M&A는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인 성장 전략이겠지만 유일 대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M&A가 유일한 성장 전략처럼 보인다. 독자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장면은 구경하기 어렵다.

업체들이 넘쳐나, 쉽게 말해 먹을 게 많아져서 큰 기업이 작은 업체 사냥에 나서는 것이라면 M&A는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먹을게 많이 줄어 들었는데도 대형 업체들은 농사보다는 사냥에 올인하고 있는 듯 하다. 해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SW분야의 경우 먹을 만한 업체가 별로 없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M&A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M&A레이스로 이름을 댈 만한 IT업체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큰 업체가 사냥을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주주자본주의 코드가 지배하는 지금,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한 카드로 M&A만한 게 없는 실정이다.

묻게된다.

먹을만한 업체들의 씨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M&A는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될 수 있을까? 먹을거리가 계속 생긴다면이야 문제될 게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거대 IT기업들의 숨가뿐 M&A 레이스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자연도 큰 놈들만 넘쳐나면 생태계가 파괴되기 마련인데 산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요즘 글로벌 IT기업 국내 지사들 사이에서 구직난이 대단한다고 한다. 거대 기업들의 M&A 레이스로 탄생한산업 대통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중 하나일 것이다. 구경꾼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빅딜'의 이면에는 점점 고단해지는 월급쟁이들의 삶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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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연과 산업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단숨에 균형을 회복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자의 이 글은 훗날 '오버액션'으로 기록될 것이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난 뒤 이 글이 기자의 취재수첩에 '어설픈 논리로 작성했다'는 반성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